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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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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우리 시대의 인문학과 사회연구, 예술비평 전 분야에서 하나의 유령 같은 단어가 출몰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Affect(어펙트)'다. 정동 또는 감응으로 번역되는 이 개념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채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동시대 사유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들뢰즈가 스피노자에게서 끄집어내어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 이 개념은, 이제 들뢰즈 연구자들의 범주를 넘어 우리 시대의 공용어가 되어가고 있다.
이 강좌는 Affect가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지를 해명하며, 그 사상적 계보를 추적하는 여정이다. 최진석 교수는 『감응의 정치학』을 통해 이미 Affect의 새로운 영토를 보여준 바 있다. 이번 강의에서는 계보학적 방식으로 스피노자로부터 들뢰즈에 이르는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며, Affect를 통해 열리는 가능성의 지평을 펼쳐 보인다. 이는 단순히 개념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우리 안에서 Affect가 작동하도록 하는 초대장이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Affect의 계보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굴하고 구성한다는 점이다. 스피노자와 들뢰즈는 물론이거니와, 프로이트와 베르그손, 하이데거와 클로소프스키까지 잘 언급되지 않던 사유의 맥락을 끌어들인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이미 존재하는 계보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Affect라는 열쇠로 새롭게 구성된 계보를 만나게 된다.
각 강의는 한 명의 사상가를 중심으로 Affect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한다. 스피노자에게서 내재적 변용으로서의 Affect를, 프로이트에게서 무의식과 리비도 경제학을, 베르그손에게서 지속의 시간 속 Affect를 발견한다. 하이데거의 기분 해석학과 클로소프스키의 충동 기호론을 거쳐, 마침내 들뢰즈의 사건 철학에서 Affect의 응결을 목격하게 된다.
강의는 개념의 전달을 넘어 작용과 변용, 사건을 의도한다.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사유를 따라 함께 춤추기 위한 것이다. 최진석 교수 특유의 차분하고 친절한 강의 방식은 난해할 수 있는 철학적 개념들을 대중적으로 전달하면서도, 그 본질적 깊이를 놓치지 않는다.
■ 추천대상
정동이론, Affect 개념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확히 무엇인지 모호하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이 강좌는 훌륭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다만 이 강의는 정동이론 자체에 대한 세밀한 입문이라기보다는, Affect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철학사의 개괄에 가깝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현대 인문학과 예술비평, 사회이론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Affect 개념의 배경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하다. 특히 들뢰즈 철학에 관심이 있거나, 스피노자의 사유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조명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유익할 것이다. 또한 의식, 주체, 유기체 등 근현대 철학의 전통적 범주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들에게도 권한다.
철학 전공자뿐 아니라 문화연구, 예술이론, 사회학 등 인접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하다. 대학생 수준의 기본적인 철학적 소양이 있다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지만, 완전한 초보자라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 수강팁
이 강의는 6명의 사상가를 순차적으로 다루지만, 각 강의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관심 있는 철학자부터 먼저 듣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1강 스피노자 강의는 Affect의 기본 개념을 설정하므로 가장 먼저 듣는 것을 권한다.
각 강의에서 다루는 철학자들의 원전을 미리 읽어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강의를 들은 후 해당 철학자의 텍스트로 나아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강의는 원전 독해보다는 Affect라는 관점에서 사상가들을 횡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강의록이 제공되므로 적극 활용하자. 최진석 교수의 강의는 구술적 설명이 풍부하지만, 때로는 개념들이 빠르게 지나갈 수 있다. 강의를 들으면서 중요한 지점을 강의록에서 확인하고,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반복해서 듣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이 강의는 '이해'를 넘어 '변용'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모든 개념을 완벽히 파악하려 하기보다는, 각 사상가가 열어 보이는 사유의 운동에 자신을 맡겨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강의가 전달하는 지식뿐 아니라 그것이 우리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주목하자.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수강생은 "정동이론 자체에 대한 입문을 기대했으나, 관련 철학자들을 요약 정리하는 수업에 가까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정동이론의 세밀한 이론적 체계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체계적 이론 학습보다는 대략적인 분위기를 대중적으로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반면 "Affect라는 키워드로 철학사에 대한 간략한 개괄을 하고 싶다면 좋은 수업"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다소 생소한 Affect 이론을 스피노자, 베르그손, 하이데거, 들뢰즈 등 현대철학자들을 통해 자세히 설명한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특히 교수자의 강의 태도에 대한 평가는 일관되게 긍정적이다. "차분하고 친절하게 강의해주셔서 Affect 이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후기가 이를 뒷받침한다. 난해할 수 있는 주제를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최진석 교수의 강의력이 이 강좌의 강점으로 꼽힌다.
■ 마치며
Affect는 개념이 아닌 작용이며, 객체 사이의 외적 인과가 아니라 내재적이고 능동적인 변용이다. 이는 의식 중심의 근대 철학, 주체 철학의 틀을 벗어나 비유기체적이고 비인간적인 생성의 가능성을 포착하게 한다. 이러한 사유는 단순히 이론적 관심사가 아니라, 변혁과 이행을 위한 새로운 사유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강좌는 지식 전달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를 Affect의 사유로 초청하며, 그 이해가 우리 안에서 작동하도록 한다. 강의를 통해 새로운 Affect가 형성되고 작동되기를, 공동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용으로서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따라서 우리에게 Affect란 이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작용하고 변용되기 위한 이행의 과정 그 자체다.
들뢰즈가 스피노자로부터 되살려낸 이 개념은, 이제 우리 시대의 새로운 사유 도구가 되었다. 이 강좌는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제안이자, 함께 춤추기 위한 초대다. 움직이는 사유의 흐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최진석(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창과 교수)
수유너머 파랑 회원. 러시아인문학대학교 문화학 박사. 정통을 벗어난 ‘이단의’ 지식, ‘잡종적’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잡학다식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이 공부길에서 수유너머의 친구들이 (불)친절한 동반자들임에 늘 감사해 한다. 그렉 램버트의 『누가 들뢰즈와 가타리를 두려워하는가?』, 미하일 리클린의 『해체와 파괴』를 번역했고, 『불온한 인문학』 등을 함께 썼다. 이화여자대학교 연구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