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20세기 서구 사상사에서 아도르노만큼 문명의 어두운 이면을 날카롭게 통찰한 철학자도 드물다. 헤겔이 절대정신으로, 마르크스가 생산력의 변증법으로 역사를 해석했다면, 아도르노는 '도구적 이성'이라는 개념으로 서구 문명 전체를 타락사로 재구성했다. 나치 독일의 전체주의를 목도하며 이성이 어떻게 스스로를 파괴하는지 간파한 그의 통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강좌는 아도르노 사상의 이론 전반을 다루는 두 개 연속 강좌 중 첫 번째로, 그의 삶과 저작을 개관하고 역사철학의 핵심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원시제전에서 시작된 인간 문명이 어떻게 자연지배와 계몽의 변증법을 거쳐 새로운 신화로 전락했는지, 그 과정을 함께 추적해본다.
■ 강의특징
아도르노는 '지식의 항공모함'이라 불릴 만하다. 철학을 중심으로 사회학, 문학, 미학, 음악학을 넘나들며 전방위적 사유를 전개했기 때문이다. 이 강좌는 그의 학제 간 연구 방법론을 충실히 따라가며 비판이론의 핵심을 짚어낸다.
1~3강에서는 아도르노의 삶과 저작,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이념, 그리고 철학·사회학·미학·심리학에 걸친 그의 사상을 폭넓게 조망한다. 4~6강에서는 역사철학에 집중하여 원시제전, 자연지배의 변증법, 계몽과 신화의 변증법, 세계의 탈주술화, 도구적 이성 등 핵심 개념들을 심도 있게 다룬다.
강사 문병호 교수는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아도르노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아도르노의 주요 저작들을 직접 번역하고 해설해온 국내 최고 권위자다. 그의 저서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 읽기』는 이 난해한 텍스트를 이해하는 필수 지침서로 평가받는다.
■ 추천대상
현대 사회의 병리 현상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 비판이론의 고전을 제대로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 철학적 사유와 사회학적 분석을 결합한 총체적 관점을 갖추고 싶은 사람에게 이 강좌를 권한다.
특히 마르크스주의나 현대 사회이론에 관심이 있지만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접해보지 못한 경우, 또는 푸코나 들뢰즈 같은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을 읽었지만 그 이론적 뿌리를 탐구하고 싶은 경우 아도르노는 훌륭한 출발점이 된다.
다만 아도르노의 사유는 쉽지 않다. 그의 글쓰기는 의도적으로 난해하며, 한 문장 안에 여러 층위의 의미가 중첩된다. 독일 관념론 철학과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으면 더욱 좋지만, 없다고 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강의를 통해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점차 그의 사유 방식에 익숙해질 수 있다.
■ 수강팁
아도르노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가 무엇을 비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는 계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계몽이 도구적 이성으로 전락하며 새로운 신화가 된 현실을 비판한다. 이 지점을 놓치면 아도르노를 단순한 비관론자나 허무주의자로 오해하기 쉽다.
강의에서 다루는 개념들—미메시스, 탈주술화, 자기보존, 동일성의 강요—은 처음 들으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때 강사가 제시하는 구체적 사례들에 주목하라. 오디세우스 신화 해석, 카프카의 「변신」 분석, AI 시대의 자연지배 등 다양한 예시가 이론의 의미를 명확하게 해준다.
가능하다면 강의와 병행하여 『계몽의 변증법』의 일부라도 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강의 내용과 원전을 오가며 공부할 때 이해의 깊이가 달라진다.
■ 마치며
아도르노는 극단적 비관주의자였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비판은 화해와 행복의 가능성을 위한 것이었다. 완전히 탈주술화된 세계가 오히려 완전히 주술화된 세계로 전락한 현실, 그 아포리아를 직시할 때 비로소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었다.
이 강좌는 아도르노 사상의 이론적 토대를 닦는 첫걸음이다. 이어지는 두 번째 강좌에서 인식론·사회이론·미학·예술이론을 본격적으로 다루면, 아도르노가 구축한 거대한 사유의 건축물 전체를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진단하고 싶다면, 20세기 최고의 비판이론가와 함께 사유의 여정을 시작해보자.
문병호(철학자)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아도르노 철학에 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대학원과 고려대, 성균관대, 서울여대에서 강의하였으며 광주여자대학교 교수와 연세대학교 인문한국(HK) 교수로 일했다. 현재는 대안연구공동체 교수로 활동하면서 아도르노 저작의 번역에 참여하고 있으며, 사회비판과 관련된 연구 및 저서 집필을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 읽기』, 『서정시와 문명비판』, 『비판과 화해』, 『문화산업시대의 문화예술교육』, 『왜 우리에게 불의와 불행은 반복되는가?』 등이 있고 주요 역서로 아도르노의 『신음악의 철학』공역 , 『미학 강의 I』, 『사회학 강의』 등이 있다. 공동저서 『정보혁명』, 역서 『사회학 논문집 I』, 『베토벤. 음악의 철학』(공역)이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