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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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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재즈는 20세기를 관통하며 전례 없이 다양한 사조를 탄생시킨 음악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 재즈는 카페의 배경음악이나 상품 이미지와 결합되면서 본래의 모습이 왜곡되어 전해졌다. '분위기 있는 음악' 정도로 여겨지는 재즈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많은 이들을 재즈의 진정한 매력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이 강좌는 재즈의 기본 성격을 명확히 이해하고, 감상에 필수적인 악기의 특성과 사조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살펴본다. 뉴올리언스의 흑인 영혼에서 시작해 현대 음악의 중심에 선 재즈의 여정을 따라가며, 루이 암스트롱부터 마일즈 데이비스까지 거장들의 연주를 직접 감상한다. 재즈를 재즈답게 만드는 블루 노트, 스윙, 즉흥연주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면, 단순한 '분위기 음악'이 아닌 삶과 투쟁의 음악으로서 재즈를 만나게 될 것이다.
■ 강의특징
이 강좌는 재즈의 역사를 연대기 순으로 나열하는 대신, 악기 편성과 리듬 섹션부터 시작한다. 피아노 트리오의 구성 원리를 이해하고, 트럼펫과 색소폰이 만들어내는 음색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되면 재즈 감상의 문턱은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실제 라이브 영상을 통해 각 악기가 어떻게 스윙감을 구현하는지 눈으로 확인하며, 즉흥연주의 묘미를 체감할 수 있다.
강좌는 초기 재즈에서 스윙 재즈, 비밥, 쿨 재즈, 퓨전 재즈를 거쳐 현대 재즈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명연주를 풍부하게 담았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찰리 파커의 비밥이 혁명적이었는지, 마일즈 데이비스는 어떻게 시대마다 다른 얼굴로 재즈를 재창조했는지 그 맥락을 짚어준다. 재즈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KBS FM '재즈수첩'을 20년 넘게 진행해온 강사의 조곤조곤한 설명은, 초보자도 부담 없이 재즈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게 안내한다.
■ 추천대상
카페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선율이 좋아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노라 존스나 다이애나 크롤 같은 보컬 재즈만 듣다가 악기 연주 중심의 재즈로 확장하고 싶은 이들, 혹은 재즈라는 장르가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을 매혹시키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권한다.
악기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더욱 유익하다. 베이스나 드럼, 피아노를 연주하면서도 재즈의 리듬 섹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몰랐다면, 이 강좌를 통해 각 악기가 전체 연주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명확히 이해하게 된다. 재즈를 들을 때 단순히 멜로디 전체만 듣던 사람이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를 구별하며 듣게 되는 경험은, 음악 감상의 차원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음악을 사랑하지만 클래식은 너무 무겁고 대중가요는 가벼운 사람, 영화 속 재즈 선율에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는 사람, 무라카미 하루키나 우디 앨런처럼 재즈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이 강좌를 선택하길 바란다.
■ 수강팁
재즈 초보자라면 1강부터 순서대로 듣는 것을 권한다. 재즈의 기본 성격을 다루는 1강에서 블루 노트, 스윙, 즉흥연주의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고 넘어가야 이후 강의가 수월하다. 특히 노라 존스가 왜 재즈 가수가 아닌지 설명하는 부분은, 재즈를 구분하는 기준을 명확히 세워준다.
2~4강의 악기 편성 파트는 다소 세밀할 수 있으나, 여기서 다루는 내용이 이후 역사 파트의 기초가 된다. 피아노 트리오, 쿼텟, 빅밴드의 차이를 알고 나면 각 시대 재즈의 특징이 훨씬 선명하게 들린다. 강의 중 소개되는 곡들을 직접 찾아 들으며 복습하면 학습 효과가 배가된다. 유튜브에서 강의 중 언급된 연주자 이름과 곡명을 검색하면 대부분 찾을 수 있다.
5~7강의 역사 파트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므로, 필요하다면 반복 시청을 추천한다. 초기 재즈에서 현대 재즈까지 압축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내용을 소화하기보다는 시대별로 나눠서 듣는 것도 방법이다. 8강 '재즈의 미학'은 단순한 감상법을 넘어 예술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므로, 여유를 두고 깊이 음미하며 들으면 좋다.
■ 수강후기에서
"비오는 밤 재즈를 귀가 아닌 소울로 감상하게 되었다"는 수강생의 말처럼, 이 강좌는 재즈를 듣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는다. 처음엔 감상법 정도나 배우려던 이들이 4강쯤 되면 폰 속 팝송을 지우고 사라 본과 베니 굿맨으로 채운다고 한다. 재즈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흑인들의 삶과 투쟁이 담긴 음악임을 알게 되면서, 한 곡 한 곡이 다르게 들리기 시작한다는 반응이 많다.
KBS '재즈수첩'의 황덕호 강사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있다. 조곤조곤하고 차분한 목소리 덕분에 14시간의 긴 강의가 지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출퇴근길 플레이리스트가 온통 재즈로 바뀌었다는 후기도 눈에 띈다. 리듬 섹션의 역할을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베이스 기타 학습자, 비밥과 쿨 재즈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는 철학 전공자 등 다양한 배경의 수강생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재즈를 새롭게 발견했다.
다만 강좌 제목은 '초보 리스너를 위한'이지만 내용의 깊이가 상당해 완전 초심자에게는 다소 벅찰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비밥의 현란한 갈래나 프리 재즈의 개념처럼 학술적 용어가 등장할 때 따라가기 어려웠다는 수강생도 있었다. 또한 음악 강좌인 만큼 음향 시설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 악기 편성에 비해 역사 부분의 시간 배분이 아쉽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재즈를 더 이상 막연한 '분위기 음악'으로 듣지 않게 되었다며 강좌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 마치며
재즈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 정해진 악보 없이 순간순간 즉흥으로 만들어가는 연주처럼, 삶도 예측할 수 없는 변주의 연속이다. 노예선에서 끌려온 흑인들이 절망 속에서 노래한 블루스가 재즈로 꽃피웠듯, 우리도 고난 속에서 희망의 선율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강좌를 마칠 즈음이면 트럼펫의 날카로움과 알토 색소폰의 부드러움을 구별할 수 있게 되고, 피아노 트리오가 어떻게 스윙감을 만들어내는지 이해하게 된다. 루이 암스트롱이 왜 위대한지, 마일즈 데이비스는 어떻게 시대를 앞서갔는지, 키스 자렛과 윈턴 마살리스는 왜 대립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즈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치는 존재 증명이자, 삶을 읽고 변화시키는 예술임을 깨닫게 된다.
재즈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면, 이제 트럼펫과 트럼본,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이 어울려 펼쳐내는 자유로운 음악의 세계로 들어갈 차례다. 이 강좌는 그 세계로 향하는 출입구가 될 것이다.
황덕호(음악평론가, 재즈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