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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라는 ‘결정체’
우리는 예술을 삶의 폭넓은 지평에서 바라본다. 자세하고 전문적인 관찰보다는 사랑하다 죽는 우리들 삶 속에서 예술의 의미를 발굴할 것이다.
그 발굴 과정에서 멜랑콜리라는 빛나는 결정체가 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더구나 멜랑콜리라는 개념은 서양 예술을 특징짓는 결정체다. 멜랑콜리
담론의 지층들을 세세히 분석하는 작업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지만, 서구 문화에서 그 개념의 위상과 중요성은 어느 정도 드러낼
예정이다.
사랑에 대해 깊이 이해하기 위하여
서구의 미학 담론을 간략히 소개하고
재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본 강의는 서구 문화론이라는 큰 틀에서 새롭게 조망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서구의 자기애(自己愛)적인
‘사랑론’과 자유의 최고 형식으로 전개되는 ‘죽음론’에서 독특한 ‘멜랑콜리 미학’이 형성되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멜랑콜리
서구문화론을 원경(遠境)으로 배치하면서, 사랑, 죽음, 멜랑콜리라는 열쇳말로 예술로 향한 비밀의 문 하나를 열어보려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자면, 본 강의의 부제인 “멜랑콜리 미학”은 단지 멜랑콜리에 ‘관한’ 미학적 성찰을 뜻하기보다는, 사랑과 죽음이 교차하는 심미적
감정이자, 서구 예술 전체를 지배하는 근본 정조가 멜랑콜리임을 밝히는 말이다.
사랑과 죽음에 대해 사유하라
고대의 플라톤에서부터 시작하여 현대의 프로이트, 바르트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사랑담론은 자기-중심적 성격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사랑과 예술이 어떤 연관 속에서 하나로 엮이는지를 간략히 보일 것이다. 정리하자면, 본 강연은 예술과 사랑의 본질적인 연관 관계를 플라톤의 에로스론을 바탕으로 풀어 볼 예정이며, 동시에 서양의 사랑 담론 저변에 나르시시즘이 놓여 있음을 보임으로써 그것의 한계를 밝혀보고자 한다.
김동규(미학자, 울산대 철학·상담학과 조교수)
연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으로는 「니체 철학에서의 고통과 비극」 「서양 이성의 멜랑콜리: 칸트의 경우」 「현대시의 멜랑콜리」 「멜랑콜리: 이미지 창작의 원동력 -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하이데거 철학의 멜랑콜리: 실존론적 유아론의 멜랑콜리」 「하이데거의 멜랑콜리 해석: 창작하는 자유인의 무거운 심정」 「예술가의 자기 목소리: 예술가와 양심」 「시와 죽음: 하이데거의 실존론적 시학 연구」 「죽음의 눈: 김수영 시의 하이데거적 해석」 「텍스트 해석의 권위: 가다머의 경우」 등이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 독일 관념론과 낭만주의 그리고 하이데거를 비롯한 독일 현대 철학/미학을 주로 연구하였으며, 현재는 서구 관념을 관통하는 ‘멜랑콜리’라는 화두로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멜랑콜리’라는 색다른 시각으로 서구 미학을 관통하고 있는 김동규 교수는 이 시대의 미학을 이해하는 중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