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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는 삶을 담아내는 양식
문체는 형식이다.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니체는 끊임없이 문체를 찾았고 또 우리로 하여금 자신에 걸맞은 문체를 찾도록 명했다. 문체는 믿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훈련으로만 쟁취되는 것이다. 어떻게 훈련에 임해야 하는지, 또 어떤 훈련들이 있는지, 니체는 꼼꼼하게 세심하게 설명해주었다.
생각하는 존재에게 문체는 생각의 형식을 규정해주는 요인이 된다. 생각하는 존재는 말을 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한계를 모르고 진행되는 생각을 감당해낼 수 있는 문체는 오로지 노력을 통해서 얻어지지만, 얻고 나서도 쉽지 않다. 인생은 한 방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삶의 현장에서는 일신우일신의 미덕만이 요구될 뿐이다.
초인이 탄생하는 과정
삶은 선택의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세워진 탑과 같다. 모두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 서면 평가라는 잔인한 관문을 통과하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웃는 자가 될 수도 또 우는 자가 될 수도 있다. 그때 울지 않으려면 살면서 수많은 시간들을 눈물로 보내야 한다. 힘든 일들만 골라 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것이 금욕고행이다.
모든 훈련은 힘들다. 힘들지 않으면 훈련이라 말할 수 없다. 힘드니까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그런 경지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계단을 밟으며 올라서야 했던 시간들을 뒤에 두고 있는 자들이다. 그런 시간들이 영원처럼 보일 때 삶에 대한 긍지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을 것이다. 괴테도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을 초인이라 불렀다. 니체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삶을 믿고 삶을 사랑하라
니체는 생철학자다. 삶을 선택한 철학자다. 천국에서의 삶보다는 대지 위의 삶을 원했다. 물론 니체도 천국을 원했다. 하지만 그의 천국은 지상천국이었다. 대지를 떠나서는 존재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지금 여기! 시간으로는 지금이 중요하고, 공간으로서는 여기가 핵심이다. 지금과 여기! 이것만이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이 되어준다.
나는 너의 미로다. 너는 나의 제2의 자아이다. 사람들은 모두 차라투스트라의 동굴을 찾아 그곳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도래할 인물이다. 하지만 그를 밖에서 찾으면 영원히 오지 않는다. 그는 그의 동굴 안에서만 만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일러준다. 다 버리고 떠날 수 있을 때, 그때가 되어서야 마침내 우리 곁에 있어줄 것이라고.
이동용(인문학자)
건국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에서 「릴케의 작품 속에 나타난 나르시스와 거울」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2015년 9월에는 『한국산문』 제113회 신인수필상 공모에 「오백원」이 당선되어 수필가로 등단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쇼펜하우어, 돌이 별이 되는 철학』, 『니체와 함께 춤을』,『나르시스, 그리고 나르시시즘』, 『바그너의 혁명과 사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