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그들은 정말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괄호 속의 생략된 주어로 무엇이 떠오르는가. 부부, 커플, 혹시 그들의 성은 남녀인가. 주디스 버틀러는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이성애 섹슈얼리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또한 타고난 남성성과 여성성은 없다고 말한다. 젠더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수행될 뿐이다.
본 강좌는 제3물결 페미니즘의 주요 저작인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을 읽는다.
특히 독해를 돕는 미셸 푸코의 계보학과 지식·권력의 문제,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학, 프랑스 페미니즘을 교차적으로 짚어가며 버틀러가 젠더가 문제라고 하는 이유를 살펴간다.
또한 법, 주체화, 수행성 등의 의미를 파악한다. 주체에 대한 논의와 함께 페미니즘 정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버틀러의 대표작을 함께 읽어보자.
■ 강의특징
김은주 교수는 난해하기로 유명한 『젠더 트러블』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혼자 읽다가 포기한 사람들이 책의 논리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핵심을 짚어준다.
새로운 강을 시작할 때마다 앞 시간의 논의를 정리해주어 책 내용을 따라가는 데 수월하다.
자주 현실 예시를 들어주는 강의 방식도 장점이다.
전체 8강 구성으로 버틀러의 문제의식부터 시작해 제2물결 페미니즘 비판, 섹스·젠더·욕망의 주체들, 정신분석학과 이성애적 모태의 생산, 전복의 몸짓들까지 체계적으로 다룬다.
푸코와 라캉을 교차하며 버틀러의 논의를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해박한 강의다.
포스트모던 사상가로서 버틀러가 현대 철학에 개입하는 의의도 보여준다.
■ 추천대상
『젠더 트러블』을 혼자 읽다가 포기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이 강의는 친절한 안내자가 된다. 어려운 산을 함께 올라주는 기분으로 완강할 수 있다.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현대 철학의 흐름을 짚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단순히 페미니즘 철학에 국한되지 않고 푸코, 라캉 등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의 핵심 개념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주체화와 수행성 같은 중요한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므로 지적 만족도가 높다. 젠더 정치학의 새로운 출발점을 모색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다만 정신분석학이나 푸코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된다.
■ 수강팁
전체 8강이지만 각 강의가 2시간 가까이 되므로 여유를 갖고 들어야 한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배속을 조절하며 필기하는 것을 권한다. 강의록이 제공되지 않으므로 스스로 노트를 정리하며 듣는 것이 중요하다.
1강에서 버틀러의 문제의식과 제2물결 페미니즘의 한계를 파악한 뒤, 2-4강의 섹스·젠더·욕망 논의를 차근차근 따라가자. 5강의 정신분석학 부분은 라캉의 상징계와 아버지의 법 개념을 미리 알고 있으면 좋다. 6-8강의 전복의 몸짓들 부분에서는 크리스테바, 위티그 등 프랑스 페미니스트들의 논의가 나오므로 집중이 필요하다. 강의 내용이 워낙 전문적이므로 필요하면 관련 개념을 검색하며 듣는 것도 방법이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난해한 이야기를 잘 풀어서 얘기해주는 분은 처음이라며 극찬한다. 혼자 책 읽으면서 바둥댈 때 놓친 것들을 쏙쏙 뇌에 집어넣어줘서 좋았다는 평이 많다. 복잡한 논리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개념들을 놓치지 않도록 반복 설명해주는 점이 호평받는다.
젠더는 수행된다는 핵심 메시지를 다양한 철학적 배경을 통해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는 후기가 많다. 법 안에서 변화의 희망을 엿보는 버틀러의 통찰이 인상 깊었다는 의견이다. 자주 현실 예시를 들어주어 웃으면서 들었다는 반응도 있다. 다만 강의록이 없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평가다.
■ 마치며
버틀러는 제2물결 페미니즘의 가부장제 억압 속에서의 여성과 성 해방에 대해 비판적이다. 대신 이성애 섹슈얼리티를 자연스럽다고 가정하는 생각을 벗어던지는 데서 페미니즘의 미래를 본다. 여성을 종속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사회적 성별은 생물학적인 성에 따라 남녀로 고정되면서 가부장제의 논리 속으로 다시 회귀할 뿐이다.
우리는 법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법을 입고 법을 배우고 법을 통해서 우리 자신이 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법의 생산성이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성애 질서를 전제하고 있는 지금의 상징계 안에서 우리가 그 이분법이 유지될 수 없다는 간극도 보여줄 수 있다. 법을 위반시키고 뒤흔들 수 있는 역량은 우리의 수행에 있다. 김은주와 함께 『젠더 트러블』을 읽으며 페미니즘 정치학의 새로운 지평을 경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