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30대 중후반부터 40대에 이르는 시기, 일본의 버블 경제와 함께 성장했다. 이 강좌는 하루키의 전업 작가 시절, 특히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걸쳐 발표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그의 문학 세계가 어떻게 확장되고 심화되었는지 탐구한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비롯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빵가게 재습격』, 『댄스 댄스 댄스』, 『여자 없는 남자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까지, 이 시기 하루키의 대표작들을 김응교 교수의 깊이 있는 해설로 만난다. 단순한 작품 분석을 넘어, 하루키에게 영향을 준 세계 문학(융, 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 헤밍웨이 등)과 버블 시대 일본 사회라는 시대적 맥락 속에서 작품을 읽어낸다.
하루키가 초기작의 세계관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갔는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상실과 고통, 그리고 위안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형상화했는지 살펴보는 시간이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매력은 하루키 문학을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방법론에 있다. 김응교 교수는 하루키 자신이 읽었던 세계 문학과 하루키 세대가 경험한 일본 사회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작품을 해석한다.
예를 들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을 때 융의 '그림자' 개념과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끌어와 작품의 철학적 깊이를 드러낸다.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는 헤밍웨이의 '빙하 이론'과 체호프의 영향을 추적하며, 단편 하나하나에 담긴 상실과 회복의 서사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또한 버블 경제 시대의 일본이라는 역사적 맥락을 놓치지 않는다. 『댄스 댄스 댄스』에서 고도 자본주의 사회의 풍경을 읽어내고,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서 '중간 단독자'로 살아가는 50년대 초반생 세대의 고민을 포착한다.
강의는 작품 속 인물과 사건을 통해 하루키의 주제 의식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깊고 세심하게 읽어낸다.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반복해 읽어야 하는 이유, 그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 추천대상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이미 읽어본 독자라면 이 강좌를 통해 전혀 새로운 독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던 작품이 김응교 교수의 해설을 통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열린다.
하루키 초기작은 읽었지만 이 시기 작품들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독자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된다. 특히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처럼 난해한 작품의 경우, 철학적 배경지식과 함께 읽으면 훨씬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문학과 철학의 교차점에 관심 있는 독자, 일본 현대문학과 사회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 그리고 작가로서 혹은 창작자로서 '직업론'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하루키가 전업 작가로서 어떻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는지, 독자를 어떻게 의식하며 작품을 써왔는지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큰 통찰을 얻을 수 있다.
20~40대 교양 독자, 문학과 인문학에 관심 있는 대학생, 하루키 문학의 깊은 맛을 느끼고 싶은 모든 이에게 권한다.
■ 수강팁
이 강좌를 듣기 전에 해당 작품들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읽지 않았더라도 강의를 따라가는 데 큰 무리는 없다. 다만 강의를 들은 후 작품을 읽거나, 읽었던 작품을 다시 읽어보면 훨씬 풍부한 독서가 가능하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하루키의 창작론과 직업의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에세이다. 1강을 들으며 하루키라는 작가의 태도와 철학을 먼저 이해하면, 이후 작품들을 읽을 때 더 깊은 맥락이 보인다.
강의 중 언급되는 세계 문학 작품들(카프카, 도스토예프스키, 헤밍웨이, 체호프 등)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강사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오히려 이 강의를 계기로 하루키가 읽었던 작가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
강의록이 제공되지 않으므로 핵심 내용을 메모하며 듣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작품 속 인용구나 철학적 개념은 따로 정리해 두면 나중에 다시 복습할 때 유용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강의이지만, 한 강좌씩 천천히 소화하면서 여유를 갖고 듣는 것이 좋다. 특히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나 『댄스 댄스 댄스』처럼 복잡한 구조의 작품은 강의를 듣고 나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하루키 작품을 읽는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는 반응이 가장 많다. 단순히 작품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하루키에게 영향을 준 세계 문학과 시대적 배경 속에서 주제 의식을 읽어내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는 평가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강의에서 전업 작가의 삶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도 많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후기가 인상적이다.
『댄스 댄스 댄스』에서 '춤을 추라'는 메시지,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 상실과 회복의 이야기는 많은 수강생에게 위안과 치유를 주었다. 개인적인 상실감을 겪고 있던 수강생이 이 강의를 통해 고통을 승화시키는 방법을 배웠다는 후기도 있다.
버블 시대 일본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통해 소설 속 인물들의 상실감과 고독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는 평가도 많다. 단순히 문학 강의가 아니라 시대 정신을 읽는 통로였다는 반응이다.
다만 강사의 개인적 해석이 강하다는 의견, 강의 시간이 짧다는 아쉬움, 강의록이 없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인용되는 문학 작품과 철학적 개념이 많아 강의록의 필요성을 느끼는 수강생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키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강의라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평소 책을 읽으며 혼자 생각했던 부분들이 명쾌한 해설을 통해 정리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마치며
무라카미 하루키는 대중의 평가나 세평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작가다. 어떤 이는 그를 하루키답다고 평가했고, 어떤 이는 예전과 달라졌다고 했지만, 그는 별다른 해명 없이 계속 썼다. 단편을 다시 고쳐 쓰고, 예전 소재를 반복 사용하며, 새로운 주제를 다루면서 그는 변화해 갔다.
이 강좌는 그러한 하루키의 궤적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30대 중후반에서 40대에 이르는 시기, 버블 경제라는 격변의 시대를 지나며 하루키가 어떻게 상실과 고통, 그리고 위안이라는 주제를 심화시켜 갔는지 목격하게 된다.
김응교 교수의 입담에 빠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느새 하루키와 그의 작품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보고 읽는 눈도 달라져 있을 것이다. 하루키의 작품이 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을 가치가 있는지, 어떻게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강좌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계속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하루키는 말한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라"고. 이 강좌를 통해 그 춤의 의미를 함께 발견하길 바란다.
김응교(시인, 문학평론가, 숙명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