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복잡하다. 미술관에서 바닥에 놓인 벽돌 더미를 보며 "이게 예술이야?"라고 되묻게 되는 순간, 우리는 이미 현대미술의 핵심 질문 앞에 서 있는 것이다. 그 복잡함의 원인은 1960년대에서 1980년대 사이, 전후 추상표현주의가 저물고 한 세대에 걸쳐 폭발적으로 등장한 다양한 사조들 때문이다.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팝아트, 포스트모더니즘—이 네 가지 흐름만 해도 서로 다른 철학과 방법론을 갖고 있으며, 때로는 격렬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이 강좌는 바로 그 역동적 발전의 시기를 함께 헤쳐 나가는 여정이다. 임근준은 세잔을 기점으로 삼아 현대미술의 '메소드(방법)'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추적한다. 단순히 작가와 작품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사조가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 어떤 방법론을 채택했으며, 그것이 한국 미술에는 어떻게 수용되었는지까지 입체적으로 살핀다. 바넷 뉴먼의 '의제 전환'부터 제프 쿤스의 '전유'까지, 12시간 52분 동안 5강에 걸쳐 펼쳐지는 이 강의는 현대미술에 대한 우리의 첫 인상을 바꾸어놓을 것이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첫 번째 특징은 '방법론'을 중심에 놓는다는 점이다. 작품의 아름다움이나 작가의 천재성을 이야기하는 대신, 각 사조가 채택한 고유한 방법에 주목한다. 미니멀리즘이 '매체 특정성'과 '현상학적 공간'이라는 방법으로 추상표현주의에 반기를 들었다면, 개념미술은 '언어 코드'를 통해 조형을 프로그래밍하는 방법을 택했다. 팝아트는 소비사회에 대응하는 '비평적 창작'이라는 방법을, 포스트모더니즘은 '전유(appropriation)'라는 전복적 방법을 사용했다. 이렇게 방법론을 축으로 삼으면 겉보기에 무질서해 보이는 현대미술의 흐름이 명확한 논리를 갖고 있음이 드러난다.
두 번째 특징은 한국 미술과의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양 현대미술사 강의는 흔하지만, 그것이 한국에 어떻게 수용되고 오해되고 변형되었는지를 함께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 임근준은 1994년부터 미술 현장에서 활동해온 30년 경력의 비평가답게, 양혜규나 박미나 같은 한국 작가들을 언급하며 서양 미술사와 한국 현대미술의 실질적 접점을 보여준다. "이게 우리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붙들고 가는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은 시대적 배경과 이론적 맥락을 함께 제공한다는 점이다. 1960년대 사이버네틱스와 정보이론의 등장이 개념미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피에르 레스타니의 신사실주의 운동이 프랑스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1993년 휘트니 비엔날레와 1997년 카셀 도쿠멘타가 어떤 논쟁을 불러일으켰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작품을 둘러싼 역사적 맥락과 이론적 논쟁을 함께 이해할 때, 비로소 그 작품의 진정한 의미가 드러난다.
■ 추천대상
이 강좌는 무엇보다 "현대미술이 왜 이렇게 복잡한가"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미술관에서 미니멀리즘 작품 앞에 서서 당혹스러웠던 경험, 개념미술 작품을 보고 "이게 작품이야?"라고 되물었던 순간,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의 '전유' 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면 이 강의가 명확한 답을 줄 것이다.
미술사나 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유용하다. 특히 졸업 논문이나 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포스트모더니즘 등을 다룰 계획이라면, 이 강의는 체계적인 이론적 틀과 풍부한 참고문헌을 제공한다. 부흘로와 크라우스의 개념미술 비판, 루시 리파드의 개념미술 이론화 작업, 앤 템킨이 기획한 《컬러 차트》전 등 중요한 비평적 논쟁들을 함께 다루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미술 컬렉터나 갤러리 관계자처럼 실무적으로 현대미술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강의다. 작품의 시장가치는 결국 그 작품이 미술사적으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정 작가의 작품이 어떤 사조에 속하고, 어떤 방법론을 채택했으며, 어떤 논쟁적 맥락 속에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작품을 평가하는 안목의 기초가 된다.
다만 이 강의는 현대미술 입문용은 아니다. 미술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강의를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다. 인상주의, 입체주의, 추상표현주의 같은 20세기 초중반 미술 사조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만약 현대미술을 처음 접하는 초심자라면, 기초 강의를 먼저 듣고 오는 것을 권한다.
■ 수강팁
첫째, 강의 속도에 유의해야 한다. 임근준의 말은 빠른 편이고 정보 밀도가 높다. 1배속으로 들으면 놓치는 내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0.8배속으로 조절해서 듣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전문 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3강(개념미술)과 5강(포스트모더니즘) 파트에서는 속도 조절이 필수다.
둘째, 강의 전에 작가와 작품을 미리 검색해보는 것이 좋다. 솔 르윗, 온 카와라, 리처드 세라, 신디 셔먼, 셰리 레빈 같은 주요 작가들의 대표작을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훑어보고 강의를 들으면 이해도가 훨씬 높아진다. 특히 4강 색채론 파트는 작품의 색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들어야 강의 내용이 생생하게 와닿는다.
셋째, 강의록을 적극 활용하라. 강의 중에 언급되는 전시 제목, 이론가 이름, 개념어들을 강의록에서 다시 확인하며 정리하면 좋다. 예를 들어 'E.A.T(Experiments in Arts and Technology)', '매체 특정성', '장소 특정성', '전유' 같은 핵심 개념어들은 강의록에 메모해두고 복습할 때 참고하면 유용하다.
넷째, 5강을 순서대로 들을 필요는 없다. 관심 있는 주제부터 선택해서 들어도 무방하다. 팝아트에 관심이 있다면 2강부터, 포스트모더니즘이 궁금하다면 5강부터 시작해도 된다. 다만 1강 미니멀리즘은 이후 사조를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되므로, 가능하면 먼저 듣는 것을 권한다.
다섯째, 수강기간이 6개월이므로 여유롭게 계획을 세워라. 평일 저녁 시간을 활용해 한 강씩 나눠 듣거나, 주말에 2~3시간씩 집중해서 듣는 방식 모두 가능하다. 총 12시간 52분이므로 일주일에 2시간씩 투자하면 두 달 안에 완강할 수 있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이 가장 만족한 부분은 '디테일'이다. "바넷 뉴먼의 작품을 그냥 선 몇 개 그은 거 아니냐고 생각했었는데, 강의 듣고 나서 '의제 전환'이라는 개념이 이해가 되더라"는 후기처럼,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방법론적 혁신을 꼼꼼하게 설명해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로스코 경당, 필립 존슨의 시그램 빌딩, 댄 플래빈의 형광등 작업 등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미니멀리즘의 '현상학적 공간'을 설명하는 방식이 특히 인상적이었다는 반응이다.
한국 미술과의 연결고리 역시 차별화 포인트로 꼽혔다. "서양 작가들 나열하는 게 아니라 한국 미술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까지 다룬다"는 후기에서 볼 수 있듯, 양혜규, 박미나 같은 한국 작가들을 언급하며 우리 현대미술의 맥락을 함께 짚어주는 점이 강의를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들었다.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라는 거리감을 좁혀준 것이다.
특정 강에 대한 찬사도 눈에 띈다. 5강 포스트모더니즘 파트는 "본전 뽑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디 셔먼, 셰리 레빈, 제프 쿤스로 이어지는 흐름이 명쾌하게 정리되었고, '전유'라는 개념을 이토록 쉽게 설명한 강의는 처음이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 뉴욕 이스트빌리지 씬의 분위기까지 생생하게 전달되었고, 칸예 웨스트와 버질 아블로까지 언급하며 현대미술이 대중문화와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 점도 좋았다.
2강 팝아트 역시 높은 만족도를 얻었다. 영국식 팝아트와 미국식 팝아트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해주었고, 에두아르도 파올로치의 작업부터 이브 클랭의 '비물질적 감수성'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앤디 워홀을 단순히 작품 분석을 넘어 1960년대 소비사회의 맥락에서 읽어낸 점이 인상 깊었다는 평이다.
물론 비판도 있었다. 강의 속도가 빠르고 전문 용어가 많아 초보자에게는 버거울 수 있다는 지적, 작품 이미지 화질이 아쉽다는 의견, 사진 자료가 나오는 시간이 짧아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는 불만 등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만족한다", "끝까지 완강했고 배운 건 많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 마치며
현대미술은 더 이상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이 아니다. 21세기 들어 비엔날레와 아트페어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K-컬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도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미술의 역사와 방법론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교양이 아니라 현재를 읽는 안목이다.
이 강좌는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약 30년간 현대미술이 어떻게 폭발적으로 다양화되었는지를 5개의 축—미니멀리즘, 팝아트, 개념미술, 색채론, 포스트모더니즘—을 통해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각 사조가 어떤 방법론을 채택했고, 어떤 이론적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그것이 한국 미술에는 어떻게 수용되었는지를 함께 살핀다. 12시간 52분이라는 긴 여정이지만, 강의를 끝낼 무렵에는 현대미술이 더 이상 복잡하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복잡함 속에 숨어 있는 명료한 논리와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하나의 양식이 한 시대를 지배하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 미술은 다양한 방법론이 공존하고 경쟁하고 융합하는 장이 되었다. 그 시작점이 바로 이 강좌가 다루는 1960~1980년대다. 미니멀리즘의 물성, 개념미술의 언어, 팝아트의 비판, 포스트모더니즘의 전유—이 네 가지 메소드를 이해하면, 오늘날 우리가 미술관에서 마주치는 낯선 작품들도 조금은 덜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강사소개
임근준(미술•디자인 이론/역사 연구자) 서울대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뒤, 미술이론과정에서 석사학위를, 미술교육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94/1995년부터 2000년까지 미술가/디자이너이자 인권운동가로서 실험기를 보냈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디자인 연구자 모임인 DT 네트워그 동인으로 활동했고, 계간 ≪공예와 문화≫ 편집장, 한국미술연구소/시공아트 편집장, 월간 ≪아트인컬처≫ 편집장을 역임하였다. 2008년 이후 당대미술이 붕괴-해체되는 과정에서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통사로서의 현대 한국/아시아 미술사를 작성하는 일'과 '아프로아시아나의 새로운 상호 연결성으로 문화예술의 미래를 창출하기'를 인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과연 미술인가』(가제), 『현대디자인은 어디로 가는가?』, 『메소드: 방법론으로 공부하는 20·21세기 현대미술의 역사』(가제) 등을 순차적으로 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