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현대미술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이 강좌는 20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변화하는 미술의 흐름을 추적하는 작업이다. 임근준 강사는 사진과 데이터베이스 미학, 장소 특정성과 제도 비판, 조각의 귀환, 그리고 포스트-컨템퍼러리 아트의 등장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를 통해 현대미술의 현재를 진단한다.
새로운 매체와 기술은 미술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기존 질서를 흔들어놓았다. 19세기에 등장한 사진은 포스트-미디어로 진화했고, 디지털 기술은 아카이빙과 데이터베이스 미학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한편 미술의 자기 비판적 성찰은 설치미술과 조각에서 장소성과 기념비성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이 모든 변화를 거쳐 지금 미술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다가올 미래는 무엇인가. 5강으로 구성된 이 강좌는 그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서구 미술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한국 미술과의 연관성을 끊임없이 묻는다는 점이다. 각 흐름이 한국에 어떻게 전달되었고 어떤 오해와 왜곡을 거쳤는지, 그리고 그것이 현재까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질적으로 추적한다. 광주비엔날레, 최정화, 이불, 박이소, 정서영 같은 한국 작가들과 사례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면서 글로벌 미술사와 로컬의 맥락이 교차한다.
또한 강좌는 단순히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평적 담론과 논쟁의 지형을 함께 다룬다. 장소 특정성을 둘러싼 논의, 기념비성과 비기념비성의 긴장, 관계 미학의 등장과 그 한계, 포스트-미디엄 조건 등 이론적 쟁점들이 구체적 작품 분석과 결합된다. 니옙스부터 신디 셔먼까지, 게르하르트 리히터부터 베른트와 힐라 베허까지, 로댕부터 사라 시까지 폭넓은 사례를 통해 개념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 추천대상
현대미술에 관심 있지만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흐름이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미술관에서 마주치는 사진 작업, 설치미술, 아카이브 작업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궁금한 관람객이라면 이 강좌를 통해 맥락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한국 현대미술의 위치를 세계 미술사 속에서 파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유용하다. 1990년대 이후 한국 미술계가 겪은 변화, 동시대성을 따라잡으려는 노력과 그 과정에서 생긴 간극을 이해할 수 있다. 미술 관련 종사자나 학생이라면 현재 미술계의 좌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받을 것이다.
비평적 사고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도 권한다. 이 강좌는 특정 관점을 주입하기보다 질문을 던지고 함께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현대미술의 죽음을 선언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마지막 강의까지 듣고 나면, 미술의 미래에 대해 자신만의 입장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 수강팁
강의에서 언급되는 작가와 작품이 많으므로 검색을 병행하면 이해가 깊어진다. 특히 사진과 설치 작업은 실제 이미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신디 셔먼의 사진, 베허 부부의 유형학적 사진, 한스 하케나 마르셀 브로타스의 제도 비판 작업 등을 찾아보자.
각 강의가 다루는 주제는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되어 있다. 1강의 사진 논의가 3강의 아카이브 미학으로 이어지고, 2강의 장소 특정성 개념이 4강의 기념비성 논의와 연결된다. 전체 흐름을 염두에 두고 들으면 현대미술의 구조적 변화를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
마지막 5강은 강좌 전체의 정리이자 현재에 대한 비판적 진단이므로 특히 집중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 포스트-컨템퍼러리 아트, 좀비-포멀리즘, 인프라리얼리티 같은 최신 개념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지금 미술계를 이해하는 열쇠다.
■ 마치며
현대미술은 끊임없는 자기 갱신의 역사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기존 개념이 해체되고, 비판적 성찰이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낸다.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미술은 더욱 복잡하고 다층적이 되었지만, 그만큼 풍부한 가능성도 품고 있다. 이 강좌는 그 복잡한 지형을 안내하는 지도이자, 스스로 길을 찾도록 돕는 나침반이다. 5강을 마치고 나면 미술관에서, 비엔날레에서, 혹은 SNS에서 마주치는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혀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강좌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임근준(미술•디자인 이론/역사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