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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孔子), 그는 과연 누구인가?
BC 5~6세기 춘추전국시대, 예(禮)를 가르치는 덕망있는 스승이었던 공자는, 2,000년 이상 아시아 전역의 생활규범이자 통치규범이 되었던 ‘유가’를 창시한 신화적인 인물이다. 어진 교육자이자, 탁월한 사상가였던 그는 실로 3,000명이나 되는 제자를 거느렸다고 전해지는데, 이 덕분에 직접 쓴 저서를 남기지 않았음에도, 후대에 편집된 것으로 알려진 『논어』 및 여러 제자들의 저서에 언급됨으로써, 동양 철학의 큰 어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공자에 대한 평가와 위상은 시대에 따라 급격히 달라졌다. 마오쩌둥이 정권을 잡았을 땐, 그는 반동의 상징으로 타도의 대상이었다. 사회주의를 건설함에 있어 구질서를 대표하는 유학은 필히 배격되어야 했던 것이다. 공자의 동상은 철거되었고, 심지어 문화대혁명 땐 ‘4구타파(구문화, 구관습을 없애자는 운동)’를 외치는 홍위병들에 의해 무덤까지 훼손될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권위는 90년대 말부터 서서히 복귀되어, 현재 공자는 중국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존경을 받는 인물로 다시금 부활했다.
공자, 그는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그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가르침은 무엇인가?
인은 사랑이다.
공자 사상의 핵심이자, 유가 사상의 핵심은 단연코 인(仁)이다. 여러 모습으로 발혀될 수 있는 풍부하고도 포괄적인 내적 개념인 그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근본원리로서, ‘사랑’에 다름 아니다. 의(義)나 예(禮) 역시 그 안에 담겨있는 구체적인 내용은 결국 인, 하나이다.
공자는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며, 말하지도 말고 행하지도 말라했다. 극기복례 (‘자신을 극복하여 예로 돌아가라’) 이는 식욕, 성욕 등의 방해요소를 극복하여, 일체의 행위를 예에 부합시키는 공자의 수양론인데, 이를 통해 우리는 사사로운 자신을 극복하여, 인을 깨닫고 인을 행하는 인물로 거듭날 수 있다. 훌륭한 군자는 인덕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이다.
큰 스승, 공자
어떤 이에게 공자는 예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고리타분한 인물이지만, 혹자에게 그는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의 자유를 중시했던 큰 어른이자, 물리적 수단에 의한 통치가 아닌 인륜에 의한 덕치를 꿈꾼 진보주의자이다. 사실 그가 꿈꾼 이상사회인 대동사회(大同世界)는 복지가 잘 되어 있는 평등사회로서, 공산주의 사회 분위기마저 풍긴다. 이 강좌에서는 공자의 사상이 담긴 대표적인 저서 『논어』를 통해, 그 ‘큰 가르침’을 배워보고자 한다.
전호근(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성균관대학교 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대학원에서 〈16세기 조선성리학의 특징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가톨릭대, 경기대, 동국대, 방송대, 중앙대 등 다수의 대학과 고전 국역 기관에서 《논어》, 《맹자》, 《주역》등의 동양 고전을 활발히 강의하면서, 고전 번역 분야에도 깊이 관여해 왔다. 더불어 전통 의학을 현대인의 삶에 녹여내는 번역과 연구, 출판 활동을 겸하고 있다. 재단법인 민족의학연구원 상임연구원 및 편찬실장을 지냈고, 현재 경희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