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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우리는 연관되어 있다
코스모스는 ‘우주의 질서’라는 그리스어로 만물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뜻한다.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원자로 인간인 우리가 만들어졌다. 단백질 분자와 핵산 분자가 모든 동식물에 공통적으로 관여한다는 점에서 참나무와 인간은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이렇듯 우리와 우주는 연관되어 있다. 외계 생명체를, 우주를 알고자 하는 마음은 그 연결망 속에서 우리를 알기 위한 것으로 또 연결된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타자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역설한다. 신비로운 우주의 과학적 원리들로부터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에 대한 책임 그리고 나와 우리에 대한 인문학적 질문들까지로 연결되는 것, 이것이 『코스모스』를 읽어나가는 매력이자 묘미다.
교차점에서 인문학적으로 읽기
칼 세이건이 글쓰기와 도서관에 대해 강조하고 인문학 저서를 많이 인용한 데서 『코스모스』에 대한 인문학적 읽기가 가능할 테지만, 본 강좌는 특히 교차점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 바로 칼 세이건과 질 들뢰즈와의 교차점이다. 칼 세이건은 대중을 위한 자연과학을 했고 들뢰즈는 대중을 위한 철학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 나아가 들뢰즈는 “우리는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을 우리가 잘 아는 것에 연관지어서 이야기하면 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철학을 읽기 위해서 모두가 철학자가 될 필요가 없다. 『코스모스』를 읽기 위해서 모두가 과학도가 될 필요는 없다. 이해보다 중요한 것은, 들뢰즈의 표현을 빌려 “메아리를 만드는 것”이다. 본 강좌는 『코스모스』와 프랑스 현대 철학 그리고 여타 텍스트들을 만나게 함으로써 질문을 던지고 메아리를 만든다. 메아리의 생성도 어렵지 않다. 마음속의 어떤 일렁거림이 있다면, 무언가 일어나는 기운이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메아리다.
질문들을 따른 우주여행
들뢰즈는 철학이란 질문을 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신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질문이 아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의 의미를 묻는 것이 질문이다. 파스칼의 질문처럼, 신의 존재나 비존재를 ‘믿는 사람들의 존재’를 논하는 것이 질문이다. 『코스모스』의 질문들이 이와 닮아있다. 칼 세이건은 별은 무엇이고 인간이란 무엇이냐, 천문학을 배우려는 이유가 무엇이냐, 누가 지구를 대변할 수 있냐를 질문한다. 그리고 본 강좌는 이 질문들에 따라 책의 장들을 다시 4강으로 재구성해 『코스모스』 전체를 읽는다. 『코스모스』가 유명하지만 두껍다는 이유로 망설여졌다면 이 강좌로 시작하라. 『코스모스』라는 우주여행에 편안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김정아(광운대 강사)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미셸 푸코에 관한 연구로 철학 석사, DEA,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노마드적 철학자 모임 'ici et ailleurs'에 푸코에 관한 글들을 기고하였다. 현재 광운대학교에 출강 중이며 한국 리버럴아츠센터와 철학아카데미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