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쇼펜하우어는 특이한 내용의 책을 쓴 적 있다.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이라는 묘한 제목의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말싸움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그토록 논쟁에서 이기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경험한 논쟁의 승패에 대해서 분석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한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면 이 책은 ‘논리’와 ‘논쟁’을 구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리(논증)과 논쟁은 다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옳은 말을 하더라도 논쟁에서는 질 수도 있고, 반대로 논쟁에서 이기는 사람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기는 것’과 ‘옳은 것’은 구분된다.
현대인에게는 ‘논리력’과 ‘논쟁력’이 모두 요구된다. 빠르고
명민한 판단은 논리라는 도구를 통해 가능하고, 이 시대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설득’은 논쟁능력의 배양을 통해 실현된다. 논리와 논쟁이
구분되어야 하면서도, 어느 한 쪽만을 다루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바르게 판단해야 할 뿐만 아니라 타인과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데에도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강의는 논리에 대한 기본지식은 물론 설득을 목적으로 한 논쟁을 함께 다룬다. 총 8주에 걸친
과정에서 우리는 논리의 제반 지식을 얻는 것은 물론, 수사학적인 논쟁의 지식도 아우르게 된다.
이정일(철학자)
한국 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수료하고, 독일 튀빙겐 대학교(University of Tubingen)에서 수학한 후 서강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충북대, 가톨릭대, 명지대, 남서울대, 한경대학교에서 철학을 강의하며, 칸트를 주제로 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하였다. 난해한 철학적 사유의 핵심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그는, 강단철학이 가진 실증주의적 경직성과 문헌학적 비생산성에 환멸을 느껴 특정 철학에 얽매이지 않은 개방된 관점에서 ‘대중과 호흡하는 철학’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