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이정우 교수와 함께 읽는 마지막 시간이다. 제3부는 19세기, 고전 시대까지 광인들을 가두었던 수용소가 해체되면서 시작되는 새로운 국면을 다룬다.
대공포, 새로운 분할, 자유의 선용, 정신병원의 탄생, 인간학의 악순환. 이 다섯 장을 통해 우리는 휴머니즘과 과학, 경제성이라는 이름 아래 광기가 어떻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지 목격한다. 수용소는 사라졌지만 광기는 진정으로 해방되었는가? 오히려 의학 권력과 수용 권력이 결합하며 탄생한 정신병원은 더욱 정교한 배제의 장치가 되지 않았는가? 여전히 모순되고 소외되는 광기, 그 착취의 시간을 이정우 교수의 명쾌한 해설로 살펴본다.
■ 강의특징
푸코의 핵심 문제의식은 배제, 소외, 타자화다. 고전 시대 광인은 빈곤자, 마법사와 함께 비이성으로 취급되어 수용소에 갇혔다. 하지만 수용의 반동은 오히려 수용시설 자체에 대한 공포를 만들어냈고, 결국 수용소는 해체된다. 프랑스 대혁명을 기점으로 찾아온 유럽 사회의 대대적인 개혁은 비이성의 범위 안에서 광기를 떨어뜨려 새로운 형태의 감금과 수용을 요청한다.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광기의 질병화 과정을 추적한다는 점이다.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광기는 정신적 질병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의학의 권력과 이전 시대로부터 이어지는 수용의 권력이 손을 잡는 순간 정신병원이 탄생한다. 정신병원은 오직 광인만을 잡아두기 위한 특화된 장소로, 의료인이 유일한 권력 세력이 되는 특수한 보호시설이었다.
19세기에 들어 광기는 '광인의 해방'이 아닌 광기의 자유에 대한 문제로 논의되기 시작한다. 더 이상 광기는 이성이나 주류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존재와 내면의 진실로부터 멀어지는 새로운 형태로 인식된다. 광기는 비인간적 비이성이라는 족쇄로부터 풀려나 하나의 병으로 치료받거나, 예술 작품의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니체, 고흐, 아르토의 광기가 바로 그것이다.
■ 추천대상
푸코의 권력 비판에 관심 있는 사람, 정신의학의 역사와 권력의 관계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배제와 소외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휴머니즘과 과학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강좌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광기의 역사』 1부와 2부를 수강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들어야 할 완결편이지만, 3부만 단독으로 들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1부와 2부 내용을 정리해준다. 현대 사회의 정신병원, 정신분석학, 정신의학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싶은 사람, 고야와 사드, 니체와 고흐 같은 예술가들의 광기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한다.
■ 수강팁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이규현 역, 나남출판)를 교재로 하여 진행되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1강 강의록을 다운받아 참고하되, 2강부터는 교재를 직접 읽으며 따라가는 것이 좋다.
푸코의 글은 내용의 심오함과 표현의 난해함으로 쉽게 이해되기 어렵다. 하지만 이정우 교수가 핵심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명쾌하게 해설하므로, 강의를 먼저 듣고 교재를 읽으면 훨씬 수월하다. 배제, 소외, 타자화, 동질화, 헤테로토피아, 호모에코노미쿠스 같은 푸코의 핵심 개념들을 메모하며 정리하자.
각 시대별로 광기가 어떻게 다르게 정의되고 배제되었는지 비교하며 들으면 푸코의 문제의식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일어나는 소외와 배제의 문제로 연결지어 생각해보자.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수용소가 해체되고 정신병원이 탄생하는 과정이 단순한 진보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배제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광인의 해방이라는 신화 뒤에 숨겨진 의학 권력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는 평이 많다.
푸코의 글이 난해하다는 소문이 사실이지만, 이정우 교수의 설명을 들으니 핵심이 명확하게 잡혔다는 반응도 있다. 특히 19세기 광기가 예술로 표현되는 부분, 니체와 고흐를 다루는 마지막 장이 인상적이었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푸코 철학에 대한 기초 지식이나 서양 근대사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조언도 있다.
■ 마치며
푸코가 보여준 것은 광기의 역사가 곧 이성의 역사이며, 배제의 역사라는 점이다. 휴머니즘과 과학의 이름으로, 치료와 보호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 정신병원은 수용소보다 더 정교한 배제의 장치였다.
하지만 푸코는 절망만을 말하지 않는다. 광기는 예술이 되어 돌아왔고, 니체, 고흐, 아르토는 자신의 광기를 통해 이성의 폭력에 저항했다. 이 강좌를 통해 푸코의 배제에 대한 생각을 엿보는 동시에, 지금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소외와 배제의 문제들을 다시금 생각해보자.
강사소개
이정우(철학자, 경희사이버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한 후,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교수, 녹색대학 교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철학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경희사이버대 교수로, 들뢰즈 <리좀 총서>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해박한 지식으로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가로지르며, 철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등 ‘새로운 존재론’을 모색해 왔다.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