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작가 모리스 블랑쇼. 그의 글쓰기는 읽고 쓴다는 것, 문학이라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맴돌았다. 우리는 신화를 다시 읽고 현대의 작가들을 불러 모으며 블랑쇼의 문학론을 여러 주제에 걸쳐 살펴보려 한다. 쉽게 요약할 수 없는 그의 깊은 사유를 통해 현대 문학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쓰려 하는지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모리스 블랑쇼는 우리에게 아직도 낯선 이름이다. 그는 현대의 많은 프랑스 작가와 철학자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지만, 평생 모든 공식 활동에 거리를 두고 그저 글쓰기에만 몰두한 작가이다. 그리고 그의 글쓰기는 문학이란 무엇인가, 읽기란 무엇인가, 쓴다는 것은 무엇이고 작가란 무엇인가와 같은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질문을 맴돌았다. 그 때문에 그의 글은 그의 이름보다 더 낯설다.
■ 강의특징
류재화 교수는 블랑쇼의 깊은 사유를 신화와 작가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해명한다. 말라르메, 카프카, 오르페우스, 프루스트 등 블랑쇼가 끌어안은 작가들과 신화들을 함께 읽어보는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다. 단순히 블랑쇼의 이론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유가 이 작가들의 글쓰기의 욕망, 바깥과 밤의 여정과 어떻게 공명하는지를 보여준다.
전체 8강은 키워드 중심으로 블랑쇼의 주제를 체계적으로 다룬다. 본질적 고독에서 출발해 말라르메의 언어 경험, 작품과 떠도는 말, 카프카와 오르페우스의 밤의 여정, 오디세우스와 읽기의 문제, 프루스트의 시간 찾기, 그리고 현대 문학의 사라짐으로 향하는 행로까지. 차분하고 명료한 해설이 블랑쇼의 끊임없이 모색하고 미끄러지는 움직임을 붙잡아준다.
■ 추천대상
블랑쇼라는 낯선 이름 때문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웠던 사람에게 이 강의는 훌륭한 입문이 된다. 왜 그가 현대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지, 그의 글쓰기가 왜 현대의 문학적 사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거나 문학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 이 강의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창작의 고통과 본질적 고독에 대한 깊은 위로를 받게 된다. 문학이 단순한 소통을 넘어 부재와 침묵 속에서 생성되는 이상한 무위의 깊이를 경험하게 해준다. 현대 문학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 읽는 행위의 본질을 깨닫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다만 난해한 개념들이 많으므로 인내심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 수강팁
전체 8강이지만 총 15시간 42분이라는 긴 분량이므로 여유를 갖고 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강의가 100분을 넘기므로 긴 호흡을 유지하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위, 바깥, 탈존, 영점 같은 블랑쇼 특유의 번역 용어들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니, 필요하면 개념을 검색하며 듣는 것을 권한다.
1강의 본질적 고독 개념을 이해한 뒤, 2강의 말라르메에서 언어와 부재의 관계를 파악하자. 3-4강의 카프카와 오르페우스 부분은 바깥과 밤의 여정이라는 핵심 주제를 다루므로 집중이 필요하다. 6강의 오디세우스와 세이렌 신화는 읽기의 문제로 해석되니 흥미롭게 들을 수 있다. 7강의 프루스트는 문학이 구원이 되는 이유를 설명하므로 특히 주목할 만하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블랑쇼의 깊은 사유를 신화와 작가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해명해준다며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막연했던 무위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평이 많다. 오디세우스와 세이렌의 노래를 읽기의 문제로 해석하는 부분이 압권이었다는 후기가 눈에 띈다.
프루스트 강의에서 문학이 구원이 되는 이유를 설명한 부분이 특히 호평받았다. 본질적 고독과 창작의 고통에 대한 깊은 위로를 받았다는 의견도 많다. 오르페우스의 과오와 문학의 공간을 연결한 해설이 매혹적이었다는 평가다. 다만 긴 분량과 난해한 개념들로 인해 초심자에게는 다소 버거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 마치며
블랑쇼의 문학론에서는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질문을 파고들고 작가적 자의식이 강렬했던 이들이 친구처럼 등장한다. 말라르메, 플로베르, 카프카, 프루스트 등. 이들과 함께 블랑쇼는 글쓰기의 욕망, 문학의 중핵이 어떤 중심점이 아니라 부재, 소멸, 바깥을 향하고 있음을 말한다.
불가능한 시도와 연습일 뿐인 작품들, 그렇지만 읽기를 통해 그 작품은 읽는 나의 생에 의해 쓰여진 책이 된다. 우리는 익명의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비인칭의 나, 무위의 나가 된다. 우리는 왜 읽고 쓰는 것인가. 문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류재화와 함께 블랑쇼의 질문에 의해 도래한 읽고 쓰고 질문하는 비인칭의 존재가 되어보자.
강사소개
류재화(번역가, 고려대학교 불문학과 강사)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누벨대학에서 파스칼 키냐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프랑스 문학 및 역사와 문화, 번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파스칼 키냐르의 『심연들』 『세상의 모든 아침』,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달의 이면』 『오늘날의 토테미즘』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 『보다 듣다 읽다』, 발자크의 『공무원 생리학』 『기자 생리학』, 모리스 블랑쇼의 『우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