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우리는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다'고 말하면서도 실은 활자만 훑고 지나쳤던가. 범람하는 신간 서적들 사이에서 조바심을 내며 속독에 매달리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읽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읽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 강좌는 톨스토이, 카뮈, 프루스트, 카프카 등 세계 문학의 대표작 8편을 통해 제도적으로 고정된 의미의 나르시시즘적 독해가 아닌, 자기만의 고유한 삶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하는 전복적 텍스트 읽기를 실천한다.
죽음, 기억, 광기, 부조리, 동성애, 괴물, 고독, 정치라는 8개의 키워드로 소설 속에 드러나지 않은 채 존재하는 생의 속살과 맨 얼굴을 만나보는 시간이다.
■ 강의특징
이 강좌는 단순히 소설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이며 문화적인 기호들을 동원해 심층적 독서를 진행한다.
발터 벤야민, 아도르노, 롤랑 바르트 등 현대 사상가들의 관점을 경유하며 텍스트에 숨겨진 의미의 층위를 드러낸다. 카프카의 『변신』을 단순한 인간 소외로만 읽지 않고, 카뮈의 『이방인』을 부조리 문학으로만 환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숲만 보느라 지나쳐버린 나무에서 새로운 통찰을 발견하는 것이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무의지적 기억의 형상화를, 호프만의 『모래사나이』에서는 어둠의 낭만주의를 탐구한다.
김진영 강사는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에서 아도르노와 벤야민을 전공한 인문학자로, 박식함과 친절한 설명으로 '생각을 바꿔주는 강의', '감동을 주는 강의'라는 평을 받아왔다. 문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으로 범람하는 서적 속에서 표류하는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 추천대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열심히 읽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 독자, 독서 모임에서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원하는 사람, 고전을 새롭게 읽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었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고 끝내기보다 그것이 하나의 사건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 교과서적 해석을 벗어나 자유로운 책 읽기를 체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하다.
철학적 배경지식이 없어도 괜찮다. 강의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유의 폭을 넓혀갈 수 있다.
■ 수강팁
가능하다면 강의 전에 해당 작품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자신만의 해석을 가지고 강의를 들으면 김진영 강사의 관점과 비교하며 사유가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강의 중 언급되는 벤야민, 아도르노 등의 철학 개념들은 메모해두면 좋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천천히 곱씹으며 듣는 것이 효과적이다. 강의를 다 듣고 나서 작품을 다시 읽어보면 전혀 다른 텍스트로 다가올 것이다.
■ 수강후기에서
"나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열심히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알고 있던 소설 텍스트 읽기의 폭을 확장시킨 강의였습니다. 모든 텍스트를 너무 교과서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갔구나 생각했습니다."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텍스트의 숨은 의미를 발견하게 해주는 강의였습니다."
"무릎을 치며 듣고 나서 다시 책을 펴면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텍스트가 주는 즐거움을 가르쳐주시네요."
수강생들은 카프카의 변신에서 세 층위의 변신과 아버지의 의미를, 카뮈의 이방인에서 부조리를 넘어선 실존의 문제를 새롭게 발견했다고 말한다.
"교수님의 사유의 층이 마치 지각의 두께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전해져 오는 사유와 지식의 어마어마함이 두려우면서도 또 즐겁습니다."
■ 마치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부터 망각이 아닌 기억이 시작될 수 있도록, 읽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삶의 사건이 될 수 있도록. 이 강좌는 그런 독서 경험을 위해 마련된 시간이다. 남의 틀이 아니라 나의 틀로 텍스트를 음미하는 새로운 습관이 생길 것이다.
김진영 강사의 가늘고 서정적인 목소리를 따라 소설의 미로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지식과 교양,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독서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