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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미국답게
미국인들은 오랜 기간 스스로를 가장 특별하고 위대한 국가의 시민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왔다. ‘미국 예외주의’(America Exceptionalism)라고 불리는 특수한 형태의 이러한 가치관은 지금까지 미국을 가장 미국답게 이끌어 온 힘이자, 세계를 지키는 역할을 자처하게 하는 근간이 되었다. 하지만 ‘미국 예외주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America First’가 내포하고 있는 국가적 이기주의와 손잡으며 팬데믹 시대를 맞이한 지금의 미국을 뒤흔드는 폭탄이 되었다. 그렇다면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불러온 미국의 현재와 앞으로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어째서 미국인들이 ‘미국 예외주의’의 신념 아래에서 살아오게 되었는지 알렉시스 드 토크빌에서 시작하는 미국에 대한 고전적 연구로부터 그 뿌리를 되짚어보자.
코로나가 벗겨낸 미국의 민낯
최근 수 없이 쏟아지는 코로나 관련 뉴스를 보면 한국인 누구라도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왜 미국인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을까? 800만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고 20만명에 이르는 희생자를 낳고 있는 상황에서도 많은 미국인들은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코로나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단지 교육 수준이 낮은 미국인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일어나는 상황일까? 현재의 미국을 분석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태의 원인을 ‘미국 예외주의’에서 찾는다. 미국은 가장 특별한 국가이며 그렇게 특별한 미국은 세계로 퍼지고 있는 바이러스로부터도 예외적일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세계의 리더 국가로 인정받던 미국의 민낯은 이렇듯 코로나 사태로 인해 벗겨져 버렸고, 지금 우리는 그동안 가려졌던 미국의 실체를 목격하고 있다.
COVID-19, 한국 그리고 미국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미국만큼 한국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국가는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기초를 닦는 데에 수많은 미국식 제도가 기준이 되었고, 대부분의 한국인은 미국의 언어인 영어 공부에 엄청난 자원을 쏟아 붓는다. 이렇듯 한국이 나아가야 할 일종의 롤모델과 같이 생각되었던 미국이 이번 코로나 사태로 그 실체를 드러내자 수많은 한국인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더 이상 미국이 뒤따라가야만 하는 이상적 방향의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강의는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미국을 연구해야하는 중요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미국 예외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현 상황이 가지는 의미와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하여 생각해 볼 계기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이국배(숭실대 초빙교수)
미국 뉴욕대(NYU) 박사과정에서 문화와 미디어 이론을 공부하고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소셜이노베이션융합전공으로 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KBS 방송문화연구소 미국 주재 연구원과 KBS America 보도국장, 편성제작국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숭실대학교 베어드교양대학 초빙교수로 있으면서 과학기술과 민주주의, 미디어와 정보철학, 독일 니힐니즘의 정치사상 등을 주제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