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신과 인간
모든 것의 중심에는 '신'이 있었다. 신은 절대적이고 완전무결하였으며 결코 의심되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하지만 근대 모더니즘의 사상이 수천 년간 이어진 모든 것의 토대를 바꾸어 놓았다. 이제 더 이상 신은 '모든 것'이 아니게 되었다. 세상의 중심에는 인간이 세워졌고 모든 것은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되고 존재하게 되었다. '신의 눈'이 있던 자리에는 '과학'과 '경험'의 눈이 들어왔고, 모든 현상은 원인과 결과로 설명되기 시작했다. 현대의 우리가 당연시 여기고 있는 모든 사유의 근간에는 근대 모더니즘, 그 시작이 있었다.
이성과 감정
‘신’에게서 찾던 모든 원인들을 버리기로 한 근대 모더니즘의 인간은 인간 이성의 중요성을 더욱더 절실히 인식하게 되었다. 근원적인 실체는 더 이상 ‘신’이 아니라 사유하는 ‘나’가 되었고 감정이나 정념에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이성을 통한 인과관계가 세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칸트는 감각적 정보들이 흩어지지 않고 논리적인 이성에 의하여 처리된다고 하는 ‘초월적 통각’이라는 개념을 통해 감성의 지성에 의한 작용을 이야기한다. 감정과 이성에 대한 다양한 이론을 펼치고 있는 애덤 스미스와 스피노자, 칸트와 헤겔의 사상을 통해 감정과 이성, 개념과 본질에 대하여 사유해보자.
근대 사회와 근대 모더니즘
주체성을 회복한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독립된 존재인 인간은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사회를 요구하였고, 이는 곧 자본주의, 민주주의, 공산주의라고 하는 매우 익숙한 유형의 사회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비록 스스로를 위해 국가를 형성한 인간이었지만 개인의 자유와 주체성만을 주장하기에는 공동체적 보편성을 앞세운 집단의 주체성이 그 길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민주주의도 자본주의도 그리고 공산주의조차 개인의 억압을 통한 집단의 보편성 강조를 이루고자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집단과 개인 사이의 갈등, 개인 자유의 한계와 억압의 문제 등은 여전히 남아 현재까지도 대표적인 사회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것들이다.
이번 강의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관점의 근대 모더니즘 사상가들은 이미 당시부터 각각의 부작용들에 대하여 예상하고 대안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었으며, 그들의 생각은 현재의 문제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 분명하다. 이번 강의를 통해 데카르트, 칸트, 헤겔의 철학은 물론이고 마르크스와 베버의 정치사상까지 살펴보며, 지금의 사회에서 극심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찾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총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E. 후설의 발생적 지각론에 관한 고찰」로 석사 학위를, 「현상학적 신체론: E. 후설에서 M. 메를로-퐁티에로의 길」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민을 위한 대안철학학교 <철학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며, 한국프랑스철학회 회장, 한국현상학회 이사, 한국예술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주로 형상학적인 몸 현상학을 바탕으로 존재론, 예술철학, 매체철학, 고도기술철학, 사회 정치철학 등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