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1780년,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 건륭황제의 칠순 축하 사절단 수행원으로 떠난 여섯 달간의 대장정.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는 사투 끝에 탄생한 열하일기는 세계 최고의 여행기이자 한 시대 이단아의 사상적 고투의 기록이다. 고려대에서 19세기 예술사로 박사학위를 받고 열하일기 연구에 천착해온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이 위대한 텍스트 속에 숨은 보석 같은 명문장들을 하나씩 찾아낸다. 벽돌 예찬, 일야구도하기, 상기, 환희기 같은 명편들을 통해 조선과 청 문명의 사이에서 사유한 연암의 지혜와 비전을 만난다.
■ 강의특징
이 강의는 열하일기 전체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박힌 보석 같은 명문장들을 골라 집중 탐구한다. 호곡장에서 눈물 흘리는 연암, 벽돌과 수레와 온돌에서 이용후생의 실마리를 찾는 연암,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며 도를 깨닫는 연암, 코끼리를 보며 존재의 본질을 사유하는 연암. 각각의 에피소드가 독립된 보석이면서 동시에 연결되어 열하일기 전체의 새로운 지도를 만든다.
소중화주의에 갇혀 오랑캐 문물을 거부하던 시대, 청 문명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연암의 주장은 기존 질서를 뒤엎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래서 열하일기는 은유와 역설, 남의 이야기를 전하는 듯한 형식으로 씌어졌다. 고미숙은 이 복잡한 텍스트 전략을 풀어내며 연암이 성리학과 중화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기 위해 치른 사상적 고투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 추천대상
열하일기를 읽고 싶지만 방대한 분량과 한문 투 문장이 부담스러웠던 이들에게 최적이다. 핵심 명문장들만 골라 읽으므로 부담 없이 연암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실학사상에 관심 있는 이들, 이용후생의 구체적 내용이 궁금한 이들에게 생생한 실례를 제공한다. 벽돌 쌓는 법부터 수레와 온돌까지, 연암이 주목한 문명의 구체적 기술들을 만난다.
고전이 지루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연암의 유머와 위트, 포복절도할 만한 장면들을 통해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말 타고 가다 졸아떨어지는 정진사, 벽돌 예찬론을 늘어놓는 연암의 모습이 친구처럼 가깝게 다가온다.
■ 수강팁
연암의 핵심 코드는 사이다. 조선과 청의 사이, 성리학과 실학의 사이,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사이에서 그는 사유했다. 이 사이의 철학을 염두에 두고 들으면 열하일기의 구조가 입체적으로 이해된다.
허생전은 열하일기 안에 삽입된 소설이다. 열하일기를 읽다가 갑자기 소설이 나오는 이유, 허생이 실험한 이용후생의 진실을 강의에서 주목하자. 연암의 경제관과 사회개혁 구상이 허생전에 압축되어 있다.
일야구도하기는 조선 오천년 최고의 문장으로 꼽힌다.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며 연암이 깨달은 도가 무엇인지, 왜 눈으로 보면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지 음미하며 들으면 명문장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코끼리와 환희기 파트에서는 존재론적 사유가 펼쳐진다. 코끼리를 통해 내재성의 철학을, 요술쟁이를 통해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관계를 탐구하므로 철학적 깊이에 주목하자.
■ 마치며
열하일기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조선과 청의 경계에서, 과거와 미래의 사이에서, 있는 것과 되어야 할 것의 틈새에서 연암은 새로운 문명의 비전을 모색했다. 벽돌 하나, 수레 하나에서 조선의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의 실마리를 찾았다. 고미숙은 열하일기와 박지원에 대한 열렬한 애정을 바탕으로 이 위대한 텍스트의 보석들을 하나하나 발굴해낸다. 근엄한 고전이 아니라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가깝게 다가오는 열하일기. 포복절도의 유머 속에 심연을 탐사하는 지혜가, 구체적 기술 묘사 속에 문명 전환의 비전이 숨어 있다. 지금 이 보석 찾기 여행에 동참하자.
고미숙(고전평론가)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 국문과에서
「19세기 예술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학문자율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한국고전문학을
연구하며 고전에 담긴 풍미를 대중에게 활발히 소개함과 동시에,
철학과 인문학, 삶에 대한 다양한 성찰을 가로지르며
전방위적 글쓰기를 시도해 왔다.
현재 ‘몸, 삶, 글’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인문의 역학’을 탐구하는 ‘밴드형 코뮤니타스’ 감이당에서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