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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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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여성은 역사 속에서 어떤 존재였을까? 괴테의 『파우스트』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고양시킨다"고 말하며 여성을 구원의 여신으로 묘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여성은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팜므파탈로 그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은 찬양과 혐오, 숭배와 억압이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늘 타자의 시선으로만 규정되어왔다.
역사적으로 여성은 항상 약자이자 소수자의 위치에 있었다. 미국이 1920년에, 대한민국이 1948년에, 사우디아라비아가 2015년에야 여성 참정권을 부여한 사실은 여성의 자유와 권리가 얼마나 최근에야 확보되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준다. 한 사회에서 여성이 누리는 자유와 권리, 행복의 수준은 그 사회가 얼마나 민주적이고 성숙한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이번 강의는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부터 19세기 SF소설 『미래의 이브』까지, 여성 주인공들이 자유와 행복을 위해 분투한 세계문학의 명작들을 함께 읽는다. 여성의 관점과 입장에서 삶과 세계를 바라보며, 지금과는 다른 삶, 다른 세상은 어떻게 가능한지 질문을 던진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고전문학 작품들을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재해석한다는 점이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서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는 남성 중심 사회의 법 앞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이스메네가 강자의 지배에 복종하는 것을 당연시한다면, 안티고네는 부당한 법에 저항하며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 강의는 이 대비를 통해 여성이 주체적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다.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는 19세기 유럽 사회에서 인형처럼 살아온 노라가 남편과 아이들을 떠나는 충격적 결말을 다룬다. "난 아이들을 키울 수 없어요, 당신을 떠날 거예요!"라는 노라의 선언은 당대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강의는 노라의 선택이 단순한 가출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주체의 탄생임을 보여준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끊임없이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강의는 이 작품을 여성성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며, 어느 한 지점에 머무르지 않고 항상 보다 나은 존재가 되기를 갈망하는 것이 성숙한 인간의 조건임을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아당의 『미래의 이브』는 완벽한 인조인간 여성을 창조하는 이야기를 통해 아름다움의 본질과 인간성에 대해 질문한다. 기술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성찰하게 한다.
■ 추천대상
이 강의는 페미니즘과 여성학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적합하다. 단순히 이론서를 읽는 것이 아니라 문학작품을 통해 여성의 삶과 자유의 문제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억압에 저항하고 주체성을 확립해왔는지를 문학적 감동과 함께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고전문학을 새로운 시각으로 읽고 싶은 분들에게도 유익하다. 이미 『파우스트』나 『안티고네』를 읽어본 분이라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다시 읽으면 완전히 다른 의미들이 발견된다. 익숙한 작품에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찾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현대사회의 성평등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작품 속 여성 인물들이 직면한 문제들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법과 제도 속에서 유사한 억압과 차별을 경험한다. 문학작품을 통해 현실을 성찰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텍스트를 미리 읽지 않은 분들도 부담 없이 수강할 수 있다. 강의는 작품의 줄거리와 주요 장면을 충분히 설명하며, 핵심 대목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물론 작품을 직접 읽고 수강하면 이해의 깊이가 더해질 것이다.
■ 수강팁
네 편의 작품은 시대적 배경과 문학적 양식이 모두 다르다. 고대 그리스 비극, 19세기 사실주의 희곡, 독일 낭만주의 시극, SF소설이 한 강좌에 담겨 있다. 각 작품이 쓰인 시대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면 작품 해석이 풍부해진다. 예를 들어 『인형의 집』이 발표된 1879년 당시 유럽 사회의 여성 지위를 조사해보면 노라의 선택이 얼마나 혁명적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안티고네가 부당한 법에 저항할 때, 노라가 인형 같은 삶을 거부할 때, 우리 자신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돌아보자. 문학은 타인의 이야기이지만 결국 우리 자신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작품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학습법이다. 안티고네와 노라는 모두 기존 질서에 저항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저항의 방식과 결과는 다르다. 파우스트의 끊임없는 자기실현 추구와 미래의 이브가 제기하는 완벽성의 문제는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통해 사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가능하면 작품 원전을 함께 읽기를 권한다. 강의에서 다루는 부분 외에도 주목할 만한 장면과 대사들이 많다. 특히 『파우스트』 같은 방대한 작품은 강의에서 핵심만 다루므로, 전체를 읽으면 작품의 깊이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이 강의가 단순한 작품 해설을 넘어 삶의 태도를 변화시켰다고 평가한다. "여성으로서 앞으로의 삶에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는 후기처럼, 작품 속 주인공들의 분투가 현실의 용기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
강의 자료의 퀄리티를 칭찬하는 목소리도 높다. "텍스트를 읽어보지 않은 분들도 부담 없이 수강하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평가처럼, 작품을 처음 접하는 수강생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계되어 있다.
일부 수강생은 "너무 많은 작품을 다루다 보니 깊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네 편의 명작을 다루는 만큼 각 작품에 할애되는 시간이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다양한 시대와 양식의 작품을 접하며 여성의 역사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이기도 하다.
"제목만 보고 여성학 강의인 줄 알았다"는 후기도 있다. 이 강의는 순수 여성학 이론 강의가 아니라 문학작품을 통해 여성의 삶을 탐구하는 인문학 강좌다. 문학적 감동과 지적 성찰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 마치며
"다른 삶은 가능한가?" 안티고네가 던진 이 질문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질문을 던지는 것은 우리 삶의 속도를 멈추게 하고,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들을 다시 보게 한다.
여성의 참정권 운동을 다룬 영화 <서프러제트>는 여성들의 아름다운 분투를 그린다.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의 서프러제트들은 투표권을 얻기 위해 싸웠고, 그 결과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참정권을 얻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성은 여전히 가정과 직장에서, 법과 문화 속에서 보이지 않는 장벽과 마주한다.
이 강의에서 만나는 안티고네, 노라, 그레트헨, 그리고 인조인간 이브는 모두 자기 시대의 한계와 싸운 인물들이다. 그들의 선택과 저항, 좌절과 승리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 주어진 삶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다른 가능성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문학은 과거의 이야기지만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작품 속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와 이민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 연대의 손길이 더욱 필요한 시점에서, 이 강의가 자유와 아름다움을 향한 여정의 동반자가 되기를 바란다.
송승환(시인, 문학평론가)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시가, 200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 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집 『드라이아이스』(문학동네, 2007), 『클로로포름』(문학과지성사, 2011),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문학동네, 2019), 문학평론집 『측위의 감각』(서정시학, 2010), 『전체의 바깥』(문학들, 2019), 『감응의 유물론과 예술』(공저, 도서출판b, 2020), 『바깥의 문학』(공저, 도서출판b, 2022) 등이 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와 서울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초빙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연세대학교와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시와 시론, 문학이론과 비평의 실제를 가르치면서 문예지『쓺』과 『문학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