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서 탐색하는 이야기의 가능성
이야기꾼들이 사라졌다. 우리를 사로잡고 매혹해 온 그들, 웃음과 눈물, 흥과 고통을 넓고 다양하게 공유하던 그들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가? 이야기가 끝난 곳에서 소설이 시작했다면, 소설이 급격히 약화되는 시대, 우리는 이야기를 영영 잃어버린 것일까? 우리가 과거와 현재를 기억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다른 이들과 다양한 삶의 경험을 나누는 수단이기도 하며, 지배권력에 대해 저항하는 민중담론이기도 한, 이 재미나고 감질나는 ‘이야기’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 강좌는 영시를 함께 읽으면서 그 안의 ‘이야기’를 역사적, 문화적, 문학적으로 탐색해 본다. 흔히 이야기가 소설과의 긴밀한 연관 속에서 논의되어 왔다면, 이 강좌는 시를 통해 이야기의 다양한 가능성을 추적해본다.
시와 서사
시인들이 짧고 간명한 시 안에 긴 이야기를 담아내는 방식, 즉, 인물, 관점, 분위기, 플롯, 갈등 등의 복잡한 요소들을 녹여내는 흥미로운 방식들을 살펴볼 것이며, 이를 통해 이야기의 서사성, 그 역동적인 드라마가 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짜인 양상을 논의해본다. 더 큰 관점에서 이는 오늘날 트위터 등 단문 중심의 짧고 파편화된 소통과 언어가 과연 우리의 복잡하고 지루하며 (때로는) 지리멸렬한 삶을, 그 장대한 서사성을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주요 텍스트로는 윌리엄 블레이크, 에드거 앨런 포, 로버트 브라우닝, 토마스 하디, 실비아 플라스 등 영미시의 대표적인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 시(narrative poetry)’들을 다룬다. 강좌에서 함께 읽는 시들은 대부분 짧고 독해가 매우 쉬운 것들이므로, 시 강독 경험이 없거나 영어가 아주 능통하지 않아도 강의를 듣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박선주(영어교육과 교수)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 (University of Massachusetts at Amherst)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 영미문학과 문화를 중심으로 트랜스내셔널 문학, 비교문학, 젠더 등을 주요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