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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진면목을 찾아서
인간은 이성적 존재인가? 그런데 왜 인간은 사랑할 때 얼빠진 존재처럼 사랑에 미치고, 죽도록 사랑하고 심지어 사랑의 제단에 목숨까지 바치려고 하는가?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는 개인도 사랑 앞에 서면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려고 하고 나를 넘어서서 사랑하는 이와 하나가 되려고 한다. 사랑에 빠지면 왜 사랑하는 이가 완전하거나 더없이 아름다운 존재로 여겨지는가? 이런 신기루는 사랑이 낳은 것인가, 나의 일시적인 착각인가? 왜 동일한 존재가 사랑할 때와 미워할 때 그토록 다른 존재처럼 보이는가?
사랑의 주인공 로미오는 햄릿의 질문,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사랑할 것인가. 사랑을 포기할 것인가"로 바꿔 놓는다. "나는 사랑한다. 그러므로 너와 나는 존재한다."
사랑은 진리도, 선도, 아름다움이나 추함도 아니고, 목적이나 수단의 틀로 설명할 수도 없다. 사랑을 이해하려면 새로운 척도가 필요하다. 사랑은 나와 너의 관계 맺기이고 나를 넘어서는 나와 너의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는 '신묘한' 무대이자 자신의 모든 것을 파멸과 허무로 몰아넣는 위력을 숨기고 있다. 사랑은 복잡하고, 모두가 알고 있는 체하지만 정작 제 문제가 되면 어쩔 줄 모르고, 큐피드의 화살에 내재된 갑작스럽고 난폭한 힘에 이끌리지만 '인간적인' 얼굴을 지닌다.
사랑하는 이들은 밀침과 당김, 이끌거나 끌림, 선택과 배제 등의 상호작용에서 바깥이 안에 있기도 하고, 멀리 있지만 가깝기도 하고, 보이지 않지만 생생하게 보기도 하고, 충족을 요구하지만 어떠한 충족으로도 새롭고 더욱 강렬하게 솟아나는 갈망을 잠재우지 못한다.
우리는 이 강의에서 사랑의 문학과 사랑의 철학이 어떻게 서로의 관점을 마주세우고 협력하면서 사랑의 다채로운 얼굴들과 표현할 수 없는 침묵의 속삭임을 엿들으면서 사랑에 관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펼칠 장을 마련할 것이다. 사랑의 향연, 사랑이 이끄는 향연, 사랑을 위한 향연을!
양운덕(철학자)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철학과 대학원에서 헤겔 연구(「헤겔 철학에 나타난 개체와 공동체의 변증법」)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구 근·현대 사회철학에서 전개된 개인과 공동체의 상관성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면서, 최근에는 질서와 무질서의 상관성에 주목하는 복잡성의 패러다임(모랭), 헤르메스적 인식론(세르), 자율과 창조성의 원천인 ‘상상적인 것’(카스토리아디스) 등을 공부하고 있다. 연구실 ‘필로소피아’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철학과 문학의 고전들을 폭넓고 깊이 있게 소화하기 위한 모임과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