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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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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스마트폰으로 하루에도 수십 장의 사진을 찍고, SNS에 이미지가 끊임없이 올라오는 시대. 우리는 사진에 둘러싸여 살지만, 정작 사진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본 적은 드물다. 사진에 대한 담론이 넘쳐나지만, 사진을 철학적·미학적으로 사유하는 일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이 강의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두 사상가, 발터 벤야민과 수잔 손탁의 사진론을 통해 본격적인 사진미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기술복제시대의 도래를 예견했던 벤야민과, 현대사회에서 사진 이미지의 생산과 수용을 문화비평의 도구로 삼은 손탁. 이 두 거장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고도의 테크놀로지 사회 안에서 예술과 문화, 삶의 문제를 새롭게 대면할 수 있는 강력한 관점을 얻게 될 것이다.
■ 강의특징
이 강의는 사진비평가에서 이미지비평가, 기계비평가로 타이틀을 바꿔온 이영준 교수와, 사진작가이자 기획자로 활발히 활동해온 이영욱 교수가 함께 진행한다. 두 강사의 서로 다른 관점과 스타일이 어우러져 입체적인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이영준 교수는 벤야민을 단순히 '예술의 종말을 예언한 예언자'로 읽는 통념에 도전한다. 그는 벤야민의 말들을 시각 문화의 패러다임에 대한 진단으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과 <보들레르의 몇 가지 모티브에 관하여>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벤야민의 '오류'를 지적하는 과감한 해석은 이 강의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이영욱 교수는 수잔 손탁의 <사진에 관하여>를 단순히 읽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손탁이 언급하는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과 사진의 역사적 배경을 함께 해설하며, 손탁의 사진론이 벤야민과 롤랑 바르트의 사유를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우울한 열정을 진단하는 도구임을 보여준다.
■ 추천대상
이 강의는 사진을 단순한 기록 수단이 아닌, 사유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에게는 렌즈 너머의 철학적 세계를 열어주고, 인문학 애호가들에게는 사진이라는 새로운 사유의 통로를 제공한다.
특히 기술복제와 디지털 이미지에 관심 있는 분, 벤야민의 아우라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분, 손탁의 문화비평을 깊이 있게 공부하려는 분들에게 유익할 것이다. 사진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시각예술 분야 종사자들에게도 이론적 기반을 탄탄히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철학이나 미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괜찮다. 두 강사 모두 구체적인 예시와 작품 해설을 곁들여 설명하기 때문에, 관심과 열의만 있다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 수강팁
이 강의는 내용이 쉽지 않다. 벤야민의 텍스트 자체가 난해하고, 손탁이 거론하는 사진의 역사적 배경과 작가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의를 듣기 전에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큰 흐름만 파악해도 강의 이해도가 크게 높아진다.
강의 중 언급되는 사진가들의 작품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직접 찾아보며 듣는 것이 좋다. 이미지를 보면서 듣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는 말처럼, 작품을 직접 확인하며 학습하면 훨씬 풍부한 경험이 될 것이다.
복습은 필수다. 한 번 듣고 모든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강의록을 활용해 핵심 개념들을 정리하고, 2회독, 3회독을 통해 이해의 깊이를 더해가기를 바란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뜨겁다. "사진 기술이나 이미지 가공법에 대한 강좌는 많지만, 사진과 미학, 철학이 어우러진 강의는 처음"이라는 평이 많았다. 벤야민 하면 멜랑콜리만 떠올렸는데 전혀 새로운 해석을 배웠다는 반응, 손탁의 사진론이 벤야민과 바르트를 종합한 것임을 깨달았다는 소감도 있었다.
"렌즈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본다", "사진 미학의 훌륭한 가이드"라는 찬사와 함께, "두 분 교수님의 스타일이 달라서 좋았다"는 평도 눈에 띈다. 한편으론 "내용이 어려웠다", "복습이 필요했다"는 솔직한 의견도 있었다.
일부 수강생은 벤야민 파트가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표했고, 어떤 이는 기대보다 평이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진론의 두 거장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 마치며
아이폰 예약 판매에 몇 시간 만에 수십만 명이 몰리고,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이 된 시대. 테크놀로지가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한 지금, 벤야민과 손탁의 사진론은 단순히 과거의 이론이 아니다. 오히려 이미지 중독에 걸린 현재를 진단하고, 예술과 매체의 미래를 사유할 수 있는 살아있는 도구다.
이 강의는 사진에 대한 철학적 접근의 문을 활짝 연다. 렌즈는 살아있고, 사진은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그 말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었다면, 벤야민과 손탁이라는 두 개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보는 여정을 시작해보자.
이영준(계원예술대 교수, 기계비평가)
이영욱(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