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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종과 종이 만날 때』는 도나 해러웨이가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 맺기를 탐구한 핵심 저작이다. 이 강좌는 코스모폴리틱스, 자본, 고통, 체현적 커뮤니케이션, 자연문화, 소화불량이라는 여섯 개의 주제를 통해 해러웨이의 복잡한 사유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해러웨이는 생물학자이자 페미니즘 사상가로서 독특한 시각을 제공한다. 그는 반려견과의 일상적인 상호작용에서 출발해 복수종의 정치라는 철학적 지평까지 나아간다. 세속성, 만짐, 함께-되기, 세계-만들기, 책임, 접촉지대 같은 개념들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사유 체계를 이룬다.
본 강좌는 이론물리학 박사이자 해러웨이 전문 번역자인 최유미 교수가 안내한다. 물질-기호론, 공생발생, 내부-작용 등의 난해한 용어들을 일상의 구체적 사례와 연결하며 해설한다. 총 6강 24교시 구성으로 해러웨이의 성장 배경에서부터 각 장의 핵심 논의까지 빠짐없이 다룬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여섯 개의 주제어를 중심으로 전체 저작을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해러웨이의 책은 난해하기로 유명한데, 주제별 접근은 복잡한 논의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다.
1강 코스모폴리틱스에서는 이사벨 스텐저스의 개념을 경유해 해러웨이가 말하는 세속성의 의미를 탐구한다. 만짐이 단순한 물리적 접촉을 넘어 어떻게 다른 세계를 여는 실천이 되는지 살핀다. 2강에서는 데리다의 고양이 논의와 대비하며 해러웨이의 독창성을 부각한다. 순혈종과 복제견을 둘러싼 가치의 문제는 자본주의와 생명공학의 교차점을 드러낸다.
3강 고통 나누기는 실험실 동물과의 관계를 다룬다. 해러웨이는 동물실험을 무조건 비난하지 않는다. 대신 '의심에 찬 허용'을 통해 보다 나은 실천을 모색한다. 4강에서는 어질리티 스포츠 같은 구체적 사례로 책임과 응답-능력을 설명한다. 놀이가 어떻게 존재론적 열림을 만드는지 보여준다.
5강은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을 해체한다. 린 마굴리스의 공생발생 이론을 끌어와 생명의 진화 자체가 함께-만들기였음을 밝힌다. 6강 소화불량은 먹고 먹히는 관계의 윤리를 사유한다. 산업적 닭 생산에서 멸종위기종까지, 식사의 정치학을 펼쳐낸다.
역자의 깊은 내공이 강의 전반에 녹아있다. 찰스 퍼스의 기호학, 브뤼노 라투르의 근대성 비판, 미셀 세르의 자연 계약 등 해러웨이 사상의 이론적 배경을 풍부하게 제공한다. 해러웨이가 참조한 문헌과 사례를 상세히 설명해 독자적으로 책을 읽을 때 놓치기 쉬운 맥락을 채워준다.
■ 추천대상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이 강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매일 개를 산책시키고 고양이와 눈을 맞추는 일상적 행위가 철학적 실천임을 깨닫게 된다. 단순한 정서적 교감을 넘어, 함께-되기를 통한 세계-만들기로 의미가 확장된다.
현대 철학, 특히 페미니즘 철학과 포스트휴머니즘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필수적이다. 해러웨이는 들뢰즈, 푸코, 라캉 같은 이론가들과 다른 방식으로 주체성과 타자성을 사유한다. 젠더와 생태의 문제를 복수종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그의 작업은 21세기 철학의 중요한 흐름을 형성한다.
생명과학과 기술철학의 교차점을 탐구하려는 이들에게도 유익하다. 해러웨이는 생물학자로서의 경험을 철학적 성찰과 결합한다. 유전공학, 복제기술, 실험동물 윤리 같은 현실적 쟁점을 단순한 찬반 논리를 넘어 복잡성 속에서 사유하는 법을 보여준다.
환경과 생태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추천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려는 시도들이 많지만, 해러웨이는 구체적인 종들 간의 관계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추상적인 '자연'이 아니라 개, 닭, 웜뱃 같은 특정한 생명체들과의 만남을 통해 윤리를 구축한다.
인문학 전공자뿐 아니라 수의학, 동물행동학, 생태학 등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과학적 지식과 철학적 성찰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 수강팁
해러웨이의 글쓰기는 독특하다. 학술적 엄밀성과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하고, 자전적 경험과 이론적 논의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처음에는 이런 스타일이 낯설 수 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강의를 따라가며 천천히 해러웨이의 사유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용어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강의에서 제공하는 맥락에 집중하라. 물질-기호론, 공생발생 같은 개념들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교수자는 구체적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예를 들어 공생발생은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에 흡수된 진화의 역사로 설명된다. 이런 구체적 이미지를 붙잡고 개념을 이해하면 된다.
각 강의 전에 해당 주제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반려동물과의 관계, 동물원이나 수족관 방문 경험, 고기를 먹을 때의 감정 등을 생각해보자. 해러웨이의 철학은 추상적 사변이 아니라 일상적 관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강의 순서대로 듣는 것을 권장한다. 여섯 주제가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1강에서 제시된 만짐과 세속성 개념이 이후 모든 논의의 기초가 된다. 순서를 건너뛰면 후반부 논의의 깊이를 충분히 느끼기 어렵다.
강의와 함께 책을 병행해서 읽으면 이상적이다. 하지만 책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워 강의를 듣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먼저 강의를 완강한 뒤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강의가 책 읽기의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수강 후기를 보면 난이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철학 전공자나 해러웨이를 이미 아는 이들에게는 명쾌한 정리로 느껴지지만,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용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자신의 수준에 맞춰 기대치를 조정하고, 이해 안 되는 부분은 메모해뒀다가 다시 들으면 된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해러웨이 사상의 핵심을 관통하는 명쾌한 강의"라는 평가처럼, 여섯 주제로 나눈 구성이 효과적이었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이론물리학 배경을 가진 교수자가 과학적 개념들을 정확하게 설명해준 점을 높이 산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수강생들의 후기가 인상적이다. "반려견과의 삶을 철학적으로 재조명하다"는 후기는 일상적 관계가 얼마나 깊은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보여준다. 10년간 강아지를 키운 수강생은 만짐과 함께-되기 개념을 통해 반려종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했다고 한다. "늦은 밤, 반려견 옆에서 함께 들었어요"라는 후기는 철학이 삶 속으로 들어온 경험을 생생하게 전한다.
3강 고통 나누기에 대한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실험실 동물을 다뤘던 경험이 있는 수강생은 "그대 죽여도 되는 존재로 만들지 말지어다"라는 문구를 통해 복잡한 감정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해러웨이가 단순한 비판을 넘어 돌봄과 책임의 윤리를 제시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이론적 깊이를 강조한 후기들도 있다. 찰스 퍼스의 기호학에서 브뤼노 라투르의 근대성 비판까지, 해러웨이 사상의 배경이 되는 이론가들을 함께 다룬 점이 좋았다는 평가다. "이론적 기반을 탄탄하게 잡아주는 명강"이라는 후기는 이 강좌가 단순한 책 해설을 넘어 현대 철학의 흐름을 이해하는 틀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물론 비판적 의견도 있다. 용어 정리가 부족하고 강의가 난해하다는 지적, 강의록이 없어 복습이 어렵다는 불만도 제기되었다. 입문자에게는 불친절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론 중심으로 진행되어 실천적 논의가 부족하다거나, 해러웨이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없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강의 시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도 있다. 110분이 넘는 강의는 집중력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특성이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된다. 깊이 있는 논의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영양가 있는 소화불량"이라는 표현이 이 강좌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쉽게 소화되지 않지만, 곱씹을수록 영양가 있는 내용이라는 뜻이다. 해러웨이의 철학 자체가 기존의 편안한 사고방식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 마치며
해러웨이는 묻는다. 내가 나의 개를 만질 때 나는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만지는 것일까?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존재론과 윤리학의 근본을 건드린다. 만짐은 주체와 대상의 위계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변화시키는 상호작용이다. 내가 개를 만질 때 개 또한 나를 만진다. 이 만남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응답하고, 함께 세계를 만들어간다.
『종과 종이 만날 때』는 반려종의 정치학을 펼친다. 반려종은 단순히 애완동물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과 함께 진화하고, 함께 노동하고, 함께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종을 포괄한다. 개, 늑대, 닭, 비둘기, 웜뱃까지. 우리는 이들과 얽혀 있으며, 이 얽힘이 곧 세속성이다.
현대는 트러블로 가득 찬 시대다. 기후위기, 대량멸종, 팬데믹. 이 모든 문제는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해러웨이는 이 트러블을 회피하지 말고 그 한복판으로 들어가자고 제안한다. 문제를 직시하고, 응답하고, 함께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복수종의 정치다.
이 강좌는 해러웨이의 난해한 텍스트를 여섯 개의 렌즈로 조명한다. 코스모폴리틱스는 정치의 범위를 인간 너머로 확장한다. 자본은 생명이 어떻게 가치로 전환되는지 묻는다. 고통은 희생과 책임의 윤리를 다룬다. 체현적 커뮤니케이션은 몸을 가진 존재들 간의 응답을 탐구한다. 자연문화는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을 해체한다. 소화불량은 먹고 먹히는 관계의 복잡성을 사유한다.
이론물리학자이자 번역자인 최유미 교수의 해설은 정교하다. 과학적 개념과 철학적 논의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어려운 용어들을 구체적 사례로 풀어낸다. 해러웨이가 성장한 배경에서부터 그가 참조한 이론가들까지, 풍부한 맥락을 제공한다.
이 강좌를 통해 우리는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법을 배운다. 반려견과의 산책이 정치적 실천이 되고, 저녁 식사가 윤리적 숙고의 장이 된다. 일상의 사소한 만남들이 세계를 만드는 행위임을 깨닫는다.
해러웨이는 말한다. 잘 먹고 잘 놀자고. 비인간 동물들을 잘 알고, 그들과 함께 잘 살자고. 이것이 『종과 종이 만날 때』의 메시지다. 이 강좌는 그 메시지를 잘 읽고, 잘 이해하고, 잘 실천하기 위한 안내서다. 트러블로 가득한 세계에서 응답-능력을 키우고, 복수종과 함께 다른 미래를 상상하는 여정에 동참해보자.
최유미(수유너머104 연구원)
수유너머104 연구원. 「비활성기체의 결정안정성에 대한 통계역학적인 연구」로 카이스트 화학과에서 이론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기초과학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10년간 IT 회사를 운영하였다. 지금은 동양의 오래된 한문 텍스트들과 서양 철학을 횡단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관심사는 기계, 반려종 등 주로 인간 아닌 것들과의 만남과 과학기술 담론들이다. 현재 도나 해러웨이의 『반려종선언』과 『개와 인간이 만날 때』를 번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