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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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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일본 교토에는 '철학자의 길'이 있다. 니시다 기타로가 산책하며 사색에 잠기던 그 길에서 일본 최초의 근대 철학, 교토학파가 태어났다. 니시다는 불교 철학을 바탕으로 동양과 서양의 사상을 통합하고 넘어서려 했다. '절대무'와 '장소'의 논리로 서양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그의 철학은 독창적이었다.
교토대학을 중심으로 그의 영향을 받은 후속 세대 철학자들이 출현했다. 니시타니 케이지, 타나베 하지메, 히사마츠 신이치, 스즈키 다이세츠, 아베 마사오, 미키 기요시. 이들은 '교토학파'로 불리며 불교 사상의 토대 위에서 서양 철학을 통합하고 극복하는 것을 공통의 기조로 삼았다.
그러나 교토학파의 철학은 복잡한 역사적 문제를 안고 있다. 서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그들의 논리는 근대 초극론, 대동아 공영론 등 일본 군국주의 침략의 사상적 기반으로 확장되었다. 평화와 자비의 종교인 불교 사상이 어떻게 침략과 정복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발전했는가? 이 강좌는 일본적 사유의 정수를 담고 있다는 교토학파 철학의 단초에서부터 깊이와 현실적 함의까지 담아낸다.
■ 강의특징
이 강좌는 교토학파의 철학적 성취와 역사적 책임을 균형있게 다룬다. 단순히 철학을 비난하거나 무조건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상의 논리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교토학파를 이해하는 길이다.
니시다 기타로의 핵심 개념들이 체계적으로 설명된다. 순수경험, 술어의 논리, 절대무, 장소의 철학, 모순의 자기동일. 이 복잡한 개념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발전하는지 따라간다. 특히 '절대무'는 단순한 공허함이 아니라 모든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 토대다. '장소'는 주어-술어 논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유의 틀이다.
후속 세대 철학자들의 다양한 전개가 소개된다. 니시타니 케이지는 허무와 절대무의 관계를 탐구하고, 타나베 하지메는 종의 논리와 참회도의 철학으로 니시다를 비판적으로 계승한다. 히사마츠 신이치는 동양적 무와 깨달음을 철학적으로 정식화하고, 스즈키 다이세츠와 아베 마사오는 즉비의 논리와 수냐타의 역동성을 전개한다. 미키 기요시는 불안의 사상과 인간학적 유물론으로 독자적 길을 간다.
근대 초극론과 대동아 공영론의 문제가 정면으로 다뤄진다. 교토학파의 철학이 어떻게 일본 제국주의의 사상적 기반이 됐는가? 7강에서는 니시타니 케이지, 고사카 마사아키, 고아먀 이와오의 근대 초극론과 세계사의 철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것은 단순히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과 권력, 사상과 폭력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신학적 응답도 소개된다. 8강에서는 타키자와 카츠미와 야기 세이이치가 기독교 신학의 입장에서 교토학파 철학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탐구한다. 이를 통해 동양 철학과 서양 신학의 대화 가능성을 모색한다.
강사 이찬수 교수의 독특한 관점이 빛난다. 종교학자이자 평화연구가로서 그는 불교와 기독교의 통합, 제국주의와 폭력의 극복이라는 두 측면에서 교토학파를 이해한다. 한국의 관점에서 일본 사상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도, 그 철학적 깊이를 정당하게 평가한다.
■ 추천대상
일본 사상과 문화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권한다. 특히 일본을 단순히 비난하는 것을 넘어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 일본적 사유의 뿌리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불교 철학 연구자에게 필수적이다. 전통 불교 사상이 근대 일본에서 어떻게 재해석되고 발전했는지, 선불교가 어떻게 철학화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절대무, 공, 수냐타 같은 불교 개념의 철학적 전개를 확인할 수 있다.
동서양 비교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유익하다. 교토학파는 동양 사상과 서양 철학을 통합하려는 가장 체계적인 시도 중 하나였다. 헤겔, 하이데거, 니체 같은 서양 철학자들이 불교 사상과 어떻게 만나는지 볼 수 있다.
한일 관계를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근대 초극론, 대동아 공영론 같은 일본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의 사상적 기반을 이해하는 것은 역사를 제대로 아는 데 필수적이다. 왜 일본이 그런 논리를 구축했는지 알아야 현재의 일본도 이해할 수 있다.
종교학, 신학 전공자에게도 흥미롭다.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 동양 사상과 서양 신학의 통합 가능성을 탐구한 신학자들의 작업은 종교 간 대화의 모델이 될 수 있다.
평화 연구자, 폭력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다. 평화의 종교가 어떻게 폭력의 논리로 변질되는가? 이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 수강팁
8강의 구성을 파악하고 들으면 좋다. 1강은 니시다 기타로의 전체 사상, 2~6강은 후속 세대 철학자들의 개별 사상, 7강은 근대 초극론의 문제, 8강은 신학적 응답을 다룬다. 니시다의 사상이 기초이므로 1강을 확실히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절대무'와 '장소'라는 핵심 개념에 집중하자. 이 두 개념이 교토학파 철학의 중심이다. 절대무는 단순한 무가 아니라 모든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 장소다. 이 개념을 이해하면 교토학파 철학 전체가 이해된다.
불교 기본 개념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공, 무아, 연기, 즉비 같은 개념이 교토학파 철학의 토대다. 이 개념들이 낯설다면 불교 입문서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다.
비판적 관점을 유지하며 들으면 좋다. 교토학파의 철학적 성취를 인정하되, 그것이 어떻게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로 전용됐는지 계속 질문하자. 7강의 근대 초극론 부분은 특히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각 철학자의 독특한 기여를 비교하며 들으면 이해가 깊어진다. 니시다, 니시타니, 타나베가 어떻게 다른지, 히사마츠와 스즈키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면서 들으면 교토학파의 다양성을 파악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니시다의 『선의 연구』나 니시타니의 『종교란 무엇인가』 같은 대표작을 찾아 읽어보면 좋다. 강의가 핵심을 잘 정리하지만, 원전을 읽으면 그 사상의 깊이를 더 느낄 수 있다.
■ 마치며
교토학파의 철학은 일본적 사유의 정수다. 절대무의 논리, 장소의 철학은 동양 사상과 서양 철학을 통합하려는 독창적 시도였다. 그러나 그 철학은 제국주의의 사상적 기반이 되기도 했다. 이 양면성이야말로 교토학파를 이해하는 열쇠다.
우리는 교토학파를 알아야 한다. 그것이 역사적 원죄를 지녔기 때문이 아니라, 그 철학적 깊이와 역사적 책임을 동시에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들의 사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평화와 자비의 불교가 어떻게 침략의 논리가 됐는가? 이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종교와 철학이 어떻게 폭력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는가? 이 강좌를 통해 우리는 사상의 책임, 지식인의 윤리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이찬수(철학자, 종교학자)
일본의 사상과 문화, 동아시아의 종교와 평화 연구자.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거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교토학파 철학자 니시타니 케이지와 독일의 신학자 칼 라너를 비교하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남대 교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성공회대 대우교수, (일본)코세이가쿠린 객원교수, 중앙학술연구소 객원연구원, 난잔대학 객원연구원, 보훈교육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 레페스포럼 대표와 아시아종교평화학회 부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