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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플라톤의 대화편 중에서도 『알키비아데스』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작품은 소크라테스와 아테네의 정치적 풍운아 알키비아데스의 만남을 다루며, "너 자신을 알라"는 델피의 신탁이 어떤 철학적 의미를 지니는지 가장 직접적으로 탐구한다. 대화편의 시점은 알키비아데스가 막 정치 무대에 진출하려는 순간, 그가 만 스무 살이 되기 직전이다. 거대한 정치적 야망을 품고 있는 젊은이에게 소크라테스는 묻는다. 자기 자신도 모르면서 어떻게 타인을 이끌 수 있겠는가?
이 강좌는 정암학당에서 번역한 『알키비아데스 Ⅰ·Ⅱ』를 텍스트로 삼아 원전을 꼼꼼하게 강독한다. 단순히 글자를 따라 읽는 수준을 넘어서, 희랍어 원문의 뉘앙스와 번역 과정에서 고민했던 지점들까지 세밀하게 다룬다. 플라톤 철학에 입문하려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출발점은 없을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타락시켰다고 비난받던 대표적 인물이 바로 알키비아데스였기에, 이 대화편은 소크라테스 철학의 본질과 그가 젊은이들과 맺었던 관계의 진실을 파악하는 핵심 열쇠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번역자가 직접 진행하는 강독이라는 점이다. 김주일 교수는 이 작품을 우리말로 옮긴 당사자로서, 희랍어 원문의 미묘한 의미 차이와 번역 과정에서 직면했던 난제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예컨대 'epimeleia(돌봄)'라는 단어 하나를 두고도 소크라테스의 자기배려 개념이 어떻게 현대 철학자 푸코의 주체 해석학으로 이어지는지 설명한다.
또한 대화편의 역사적 배경을 폭넓게 다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알키비아데스라는 인물이 실제 역사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아테네의 정치 구조는 어떠했는지, 당대의 동성애 풍속과 교육 제도는 무엇이었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기록된 알키비아데스의 면모, 페리클레스의 정치적 유산, 스파르타와 페르시아의 교육 방식까지, 텍스트를 둘러싼 시대적 맥락이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무엇보다 이 강의는 플라톤의 다른 대화편들과의 연결고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국가』의 영혼삼분설, 『향연』에서 알키비아데스가 토로하는 소크라테스에 대한 애증, 『고르기아스』의 수사술 비판 등이 유기적으로 언급되면서 플라톤 철학 전체의 그림이 그려진다. 강독 수업이지만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 철학자의 사유 체계 전체를 조망하는 기회가 된다.
■ 추천대상
무엇보다 플라톤 철학에 처음 입문하려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국가』나 『향연』 같은 대작에 바로 도전하기보다, 비교적 짧은 분량의 『알키비아데스』를 꼼꼼히 읽는 것이 훨씬 견고한 기초를 다지는 길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명제가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어떤 철학적 탐구를 요구하는지 이해하고 나면, 플라톤의 다른 저작들도 새로운 눈으로 읽을 수 있다.
서양 고대 철학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유익하다. 소크라테스가 남긴 글이 단 한 줄도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가 접하는 모든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이라는 필터를 거친 것이다. 이 대화편은 소크라테스의 면모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 특히 소크라테스가 왜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기소되었는지, 그의 교육 방식이 당대에 어떤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는지 이해하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텍스트다.
정치철학과 윤리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추천한다. 알키비아데스는 권력을 향한 욕망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소크라테스는 그런 그에게 묻는다. 자신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정의롭게 통치할 수 있느냐고. 오늘날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 진정한 힘은 외면적 조건이 아니라 행위자 자신의 내면에 기초해야 한다는 소크라테스의 주장은, 현대 사회에서도 깊이 성찰할 만한 가치가 있다.
■ 수강팁
강독 수업의 특성상 교재를 반드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정암학당에서 출간한 『알키비아데스 Ⅰ·Ⅱ』(김주일 역)를 옆에 두고 강의를 들으면 이해도가 크게 높아진다. 강의 중에 희랍어 원문의 뉘앙스를 설명하는 부분이 많은데, 책을 보면서 해당 구절을 직접 확인하면 훨씬 명확하게 와닿는다.
전체 14강 구성이지만, 각 강의의 호흡이 상당히 깊다. 한 번에 몰아서 듣기보다는 한 강씩 천천히 소화하는 것을 권한다. 특히 7강 '다중과 설득', 12강 '자체 그 자체' 같은 부분은 철학적 개념이 집중적으로 다뤄지므로 메모하면서 듣는 것이 좋다. 강의록이 별도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만의 필기가 중요하다.
플라톤의 다른 대화편을 먼저 읽었다면 더욱 풍성한 이해가 가능하다. 특히 『향연』에서 알키비아데스가 등장하는 부분을 미리 읽어두면, 이 대화편에서 그려지는 소크라테스와 알키비아데스의 관계가 훨씬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반대로 『알키비아데스』를 먼저 읽고 나서 『국가』나 『파이드로스』로 나아가는 것도 좋은 순서다.
철학 초심자라면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강의를 들으면서 낯선 개념들이 많이 나오겠지만, 일단 전체 흐름을 따라가는 데 집중하자. 두 번째 수강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고전은 원래 그런 것이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무엇보다 강독의 꼼꼼함에 감탄했다. "플라톤의 다른 저작들이 그렇지만, 글자나 문장 하나하나를 허투루 읽을 수 없기 때문에 플라톤 저작은 읽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었는데, 강독을 통해 읽을 수 있게 되어 즐겁다"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혼자서는 중도에 포기하기 쉬운 텍스트를 함께 읽으며 해설을 듣는 경험이 새로웠다는 반응도 많다.
번역자 직강이라는 점도 높은 만족도로 이어졌다. "희랍어 번역의 어려움을 설명해주시고, 그러한 번역을 한 이유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주신 덕분에 이해에 더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후기처럼, 원문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영혼에 대한 사랑' 주장이 당대의 동성애 풍속과 대비되어 얼마나 혁신적이었는지 깨달았다는 수강생도 있었다.
다만 일부 수강생은 난이도에 대해 솔직한 피드백을 남겼다. "철학 초심자라 그런지 중간중간 내용이 너무 꼼꼼하다 못해 지루하게 느껴졌다"거나 "'자체 그 자체'나 '혼과 정신(nous)' 구분하는 부분은 따라가기가 힘들었다"는 의견이다. 입문 강좌라는 제목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거쳐야만 진정한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다.
푸코의 '자기배려' 개념과 소크라테스의 epimeleia를 연결 지어 설명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는 평도 있다. 고대 철학이 현대 사상과 어떻게 대화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는 것이다. 또한 알키비아데스라는 역사적 인물의 파란만장한 삶을 배경으로 이해하면서, 단순한 철학 텍스트가 아니라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수강생도 있었다.
■ 마치며
소크라테스는 평생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를 위대한 철학자로 기억하는 것은 온전히 플라톤 덕분이다. 플라톤이 대화편이라는 형식으로 스승의 목소리를 되살리지 않았다면, 서양 철학사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알키비아데스』는 그런 플라톤의 대화편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긴장감을 담고 있다.
알키비아데스는 실재 역사에서 아테네를 몇 번이나 배신하고, 결국 비참하게 살해당한 인물이다. 투퀴디데스는 아테네 민중이 그의 야망을 두려워해 다른 이에게 운명을 맡겼고, 그 결과 아테네가 패망했다고 기록한다. 만약 알키비아데스가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없다. 그러나 대화편 속 젊은 알키비아데스가 소크라테스의 질문 앞에서 망설이는 순간들을 읽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너 자신을 알라." 이 명제는 단순한 자기 성찰의 권유가 아니다. 소크라테스에게 그것은 정치적 행위의 전제조건이었고, 진정한 사랑의 출발점이었으며, 철학 그 자체였다.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타인을 이끌 수 없고, 육체만 사랑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며, 혼을 돌보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이 근본적인 물음들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알키비아데스처럼 망설인다.
이 강좌는 그 망설임을 함께 견디는 시간이다. 정답을 주는 강의가 아니라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강의다. 플라톤의 대화편을 처음 읽는 이들에게, 그리고 이미 읽었지만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강독은 소크라테스와 알키비아데스 사이의 긴장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통로가 되어줄 것이다. 그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김주일(철학자, 정암학당 상임연구원)
성균관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파르메니데스 철학에 대한 플라톤의 수용과 비판」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희랍 철학을 주 관심 분야로 삼아 예술 철학과 철학사 전반에 걸쳐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연구원이자 정암학당 상임연구원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를 읽고 번역하고 있으며, 성균관대, 추계예술대학교 등에서 미학 및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