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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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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천 개의 고원』은 천 개의 면을 가진 보석이다. 이처럼 풍요롭고 실험적이고 독자적인 책은 드물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자본주의와 분열증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내놓은 이 책은 생물학과 지질학부터 인류학과 고고학까지 인간의 지식과 경험을 새롭게 긍정적으로 종합한다. 이 강좌는 리좀, 탈영토화, 탈코드화, 기호체제, 기관 없는 신체, 미시정치학, 되기, 전쟁기계 등 『천 개의 고원』에 등장하는 핵심 개념들을 중심으로 욕망의 다양한 배치들을 분석한다.
총 14강 45교시 동안 변성찬, 이수영, 조원광, 박정수, 손기태 다섯 명의 강사가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이 난해한 텍스트를 해석해낸다. 『안티 오이디푸스』가 아직 '반(反)'의 부정적 비판 위치에 머물렀다면, 이 책은 20세기 인문학의 온갖 모험이 서로 소통하고 접속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의 낡은 사유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새로운 삶과 사유, 혁명을 제시하는 15시간의 지적 여정이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다섯 명의 강사가 각자의 관점에서 『천 개의 고원』을 입체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변성찬은 리좀과 내재성, 전쟁기계와 국가를 다루고, 이수영은 도덕의 지질학과 지층 개념을 풀어내며, 박정수는 기호체제와 되기를 분석한다. 손기태는 기관 없는 신체를, 조원광은 미시정치학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같은 텍스트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며 독자가 놓치기 쉬운 부분까지 꼼꼼하게 짚어낸다.
강의는 철학적 개념을 현실과 연결한다. 독일의 천문학적 인플레이션과 화폐의 언어적 속성, 한국의 촛불시위와 무리-신체의 배치, 5.18과 대중의 역동성 등 구체적 사례를 통해 추상적 개념을 이해한다. 리좀은 단순히 철학 용어가 아니라 뉴런의 작동 방식이고, 미시정치학은 촛불집회의 역동성을 설명하며, 되기는 동물적-리비도 충동과 연결된다.
또한 『천 개의 고원』이 기존 철학 서적과 다른 점을 충실히 반영한다. 저자들은 "각 고원들은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순서를 지키지 않고 읽어도 되는 이 책처럼, 강의도 관심 있는 주제부터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리좀이 궁금하면 1-2강을, 기관 없는 신체가 궁금하면 7-8강을 먼저 들어도 무방하다.
■ 추천대상
『천 개의 고원』 원문을 구입했지만 난해해서 읽기를 포기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혼자 읽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을 강사들의 해설로 하나씩 풀어가며 소화할 수 있다. 리좀, 탈영토화, 기관 없는 신체 같은 용어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이 강좌가 도움이 된다.
들뢰즈 철학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차이와 반복』이나 『의미의 논리』 같은 단독 저작보다 가타리와 함께 쓴 『천 개의 고원』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쉽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 들뢰즈 사유의 전체 지형을 파악하기 좋다.
현대 철학의 흐름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미셸 푸코가 "언젠가 20세기는 들뢰즈의 시대로 기억될 것"이라 말했듯, 들뢰즈는 20세기 후반 철학의 최고봉이다. 『천 개의 고원』을 이해하면 포스트구조주의, 탈근대 철학, 정치철학의 핵심 쟁점들을 함께 파악할 수 있다.
■ 수강팁
강의는 총 14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꼭 순서대로 들을 필요는 없다. 다만 1-2강의 리좀 개념은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므로 먼저 듣는 것을 권장한다. 리좀의 여섯 가지 원리(연결 접속, 다질성, 다양체, 탈주선, 지도 제작, 전사)를 이해하면 나머지 개념들이 훨씬 명료해진다.
강의와 함께 김재인 번역의 『천 개의 고원』(새물결) 원문을 읽는 것을 권장한다. 강의에서 다루는 부분을 미리 읽거나 강의 후 다시 읽으면 이해가 깊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 하지 말고, 강의에서 다룬 장만 골라 읽어도 충분하다.
메모하며 듣는 것이 중요하다. 탈영토화, 재영토화, 탈코드화, 재코드화처럼 비슷한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므로 정리해두지 않으면 헷갈리기 쉽다. 각 개념의 정의와 구체적 사례를 함께 적어두면 복습할 때 유용하다. 특히 박정수 강사가 다루는 화폐와 언어, 조원광 강사가 분석하는 선분성 같은 부분은 도식으로 그려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혼자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천 개의 고원』을 강의로 접근하니 조금씩 열렸다"며 강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다섯 명의 강사가 각자의 관점에서 설명해주니 입체적으로 이해되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구체적 사례를 통한 설명 방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촛불시위를 무리-신체로 분석한 부분, 화폐를 전제군주적 언표 체제로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일부 수강생은 "추상적 개념이 현실 사례와 연결되니 철학이 살아있는 학문임을 느꼈다"고 밝혔다.
다만 "한 번 듣고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복 수강하면서 조금씩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할 것을 권하는 후기도 있었다. 몇몇 수강생은 "원문을 함께 읽지 않고 강의만 들으면 놓치는 부분이 많다"며 병행 학습을 추천했다.
■ 마치며
『천 개의 고원』은 사유하는 방법에 대한 사유를 겨냥한다. 방법론이나 이데올로기 비판을 넘어, 그러한 방법론과 이념이 어떤 근거에서 발생하는지를 고고학적으로 탐사한다. 음악, 미술, 국가론, 문학론, 정신분석 비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만 저자들은 일관되게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강좌를 마치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리좀적 사유는 나무 구조의 위계적 사고를 벗어나게 하고, 탈영토화 개념은 고정된 정체성에서 해방시키며, 되기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성의 존재론을 체험하게 한다. 기존의 낡은 사유 이미지를 뛰어넘는 새로운 삶과 혁명, 그 가능성을 만나게 될 것이다.
박정수(인문학자, 수유+너머 연구원)
서강대학교 불문학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문자율 연구공동체 <수유+너머R> 연구원으로, 프로이트, 라캉, 지젝, 푸코, 들뢰즈, 카프카, 루쉰을 주요 관심사로 삼아 ‘욕망의 정치경제학’을 개척 중이다. 서강대, 고려대 등 다수의 교육기관에서 강의해 왔으며, 야학 및 인문학 집중 세미나를 진행하고 마을 공동체 만들기를 도모하고 있다. 2010년 시내 가판대 G20정상회의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 넣어 징역 10개월을 구형받은 그래피티 작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