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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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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20세기 한국에서 서구 존재론을 가장 깊이 이해한 철학자가 있었다. 소은 박홍규 선생이다. 그는 평생 학문을 벗 삼아 살아가며 플라톤과 베르그송을 양대 축으로 서구 존재론의 핵심을 해명했다. "서양으로 역수출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데이터를 구축한 학자"라는 평가나 "우리 시대의 세계적으로 위대한 철학자"라는 찬사는 과장이 아니다.
이 강좌는 소은 박홍규 전집(전5권)을 세밀히 읽으며 서구 존재론의 본질을 해부한다. 특히 『희랍철학논고』와 플라톤의 『대화편』을 중심으로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의 논쟁을 추적한다. 단순히 고전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국 철학자의 눈으로 서구 철학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는 여정이다.
소은 선생은 생전에 직접 저술한 책이 없다. 그의 가르침은 제자들의 기록과 녹음자료로만 전해진다. 소크라테스처럼, 비트겐슈타인처럼. "위대한 스승은 책을 쓰지 않는다"는 말처럼, 그의 사상은 제자를 통해 비로소 빛을 발한다. 그 제자가 바로 이정우 교수다.
■ 강의특징
이 강의는 강독(講讀)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은 선생의 글을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플라톤 대화편 속 소크라테스와 프로타고라스의 논쟁을 해부한다. 분과과학과 철학의 차이, 소피스트에 대한 비판과 반론, 변증법과 문답법의 의미를 차근차근 짚어간다.
1강에서는 플라톤 대화편의 특징과 소피스트들의 정체를 다룬다. 2-3강에서는 소크라테스와 프로타고라스의 여러 논쟁들을 살핀다. 교육, 신화(mythos), 일자성과 다기성, 경건함과 정의, 용기와 앎의 관계 등 다양한 주제가 전개된다. 4강에서는 앎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안다는 것은 사용할 줄 아는 것과 가르칠 줄 아는 것"이라는 정의가 인상적이다.
5강에서는 소피스트들을 부정만 할 수 없는 이유를 밝힌다. 오류 불가능성, 선미함, 정치술 같은 개념을 통해 논쟁의 양면을 본다. 6강에서는 이데아론의 태동을 다룬다. 동일률, 아름다움과 아름다운 것, 임재, 결핍과 동적 목적론까지. 성리학과 형상철학의 공통점도 짚어본다.
단순히 텍스트를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박홍규 선생의 시선을 빌려 존재론적 사유를 익히는 과정이다.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가로지르며 "새로운 존재론"을 모색하는 이정우 교수의 해박한 지식이 돋보인다.
■ 추천대상
첫째, 플라톤 철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대화편을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존재론적 사유의 핵심까지 파고들 수 있다. 둘째, 한국 철학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이다. 서구 철학을 서구인 못지않게 해명한 한국 철학자의 업적을 만날 수 있다.
셋째,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의 논쟁을 다각도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다. 소피스트를 단순히 궤변가로만 보지 않고, 당시 시대의 문제의식을 담은 사상가로 재평가할 수 있다. 넷째, 철학사의 큰 흐름을 잡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하다. 이정우 교수는 서구 존재론사라는 큰 지도를 보여주며 개념들의 위치를 명확히 안내한다.
다섯째, 이론과 실천의 딜레마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결핍을 통한 동적 목적론은 사유를 현실의 행동으로 옮기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다만, 철학적 배경 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존재론 개념이나 플라톤 철학에 대한 기초가 없다면 난이도가 높게 느껴질 수 있다.
■ 수강팁
첫째, 박홍규 전집 『희랍철학논고』와 플라톤의 『대화편』을 구비하면 좋다. 강독 강의이기 때문에 원문을 함께 보면 이해의 폭이 크게 달라진다. 전집은 민음사에서 출간됐으며 총 5권이다. 둘째, 메모를 철저히 해야 한다. 강의 내용이 압축적이고 밀도가 높아서 한 번 듣고 지나가면 놓치는 부분이 많다.
셋째,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 Ⅰ: 서구존재론의 탄생'을 먼저 듣는 것을 추천한다. 존재론 Ⅰ을 통해 기초를 다진 뒤 Ⅱ로 넘어가면 훨씬 수월하다. 넷째, 강의 속도를 조절하며 듣는 것이 좋다. 특히 2강은 132분 동안 소크라테스와 프로타고라스의 논쟁을 세밀히 다루기 때문에 집중력 유지가 쉽지 않다. 여러 번 나누어 듣는 것을 권한다.
다섯째, 수강 후기를 참고하라. 다른 수강생들의 경험담에서 어떤 부분이 어렵고 어떤 부분이 인상적인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여섯째,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어보라. "안다는 것이란 무엇인가", "소피스트는 정말 궤변가인가" 같은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듣는다면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진정한 사유의 경험을 할 수 있다.
■ 수강후기에서
"강독강의를 좋아하는데, 공부할 때 지도 보고 하는 느낌이다. 항상 잘 듣고 있다." 한 수강생은 이렇게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강독을 통해 한 사람의 좋은 멘토로 인해 얼마나 이해의 폭이 달라지는지 느낀다"며 존재론 Ⅲ까지 이어서 듣겠다고 했다.
"강의를 듣고 있으면 소은 박홍규 선생님의 책도 절로 구매하게 된다"는 평가도 있었다. 실제로 많은 수강생이 전집과 『형이상학』 가의 2권을 사서 읽었다고 한다. "한국 철학자 박홍규를 만나는 감격스러운 시간"이라는 후기처럼, 이 강의는 단순한 플라톤 해설이 아니라 한국 철학의 저력을 확인하는 경험이다.
다만 "난이도가 매우 높다"는 지적도 있었다. "6강의 동일률, 결핍과 동적 목적론 같은 개념을 따라가기가 버거웠다"는 솔직한 고백도 보인다. "짧은 강의 시간에 비해 밀도가 너무 높아서 매번 숨을 고르고 들어야 했다"는 후기도 있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한 수강생들은 큰 보람을 느꼈다. "소크라테스를 통해 진정으로 사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철학 공부의 지도를 얻은 기분이다", "이론과 행동의 딜레마를 마주하며 삶의 실천까지 생각하게 됐다" 같은 반응이다.
■ 마치며
"어느 명망 있는 영문학자가 한국 철학계가 한 일이 뭐 있냐고 대갈한 적이 있다. 그때 박홍규를 아는 사람들은 허허 웃고 말았다. 매미가 나무 그늘에 앉아서 도대체 나무가 어디 있냐고 하는 것이나 진배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최화의 「박홍규 교수론」에 나오는 이 구절은 의미심장하다. 한국 철학계에 땅 속 깊이 파고 들어가는 거목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유행에만 쫓아가는 풀 같은 철학이 아니라, 진짜 읽을거리를 남긴 철학자 말이다.
이 강좌는 그 거목의 그늘 아래로 우리를 인도한다. 소은 박홍규라는 나무를 통해 서구 존재론이라는 숲을 본다. 제자인 이정우 교수의 안내로 우리는 "낭중의 추"처럼 모습을 드러낸 스승의 가르침을 만난다.
플라톤과 베르그송, 소크라테스와 프로타고라스, 이데아론과 동적 목적론. 이 모든 개념들이 박홍규 선생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보인다. "조선 민족은 이제 철학에서 진짜 읽을거리 하나를 가지게 되었다. 냄비 끓듯 유행에만 쫓아갈 것이 아니라 큰 가마솥과 한번 대결해 보기를 권할 뿐이다."
이 강좌는 바로 그 큰 가마솥과의 대결이다.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진정으로 사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존재론적 사유를 익히고 싶다면, 한국 철학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강좌와 함께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라.
이정우(철학자, 경희사이버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한 후,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교수, 녹색대학 교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철학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경희사이버대 교수로, 들뢰즈 <리좀 총서>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해박한 지식으로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가로지르며, 철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등 ‘새로운 존재론’을 모색해 왔다.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이정우의 철학 Youtube 채널, [소운서원(逍雲書院)]
https://www.youtube.com/@sowoonseo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