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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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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탈진실의 시대다. 그런데 가짜와 거짓, 기만의 구별은 분명한가? 재미로 만든 장난과 악의적 의도로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 중 어느 것이 더 거짓말에 가까운가? 거짓말은 친숙한 일상사이고 세계는 거짓으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정작 진지하게 질문하면 거짓말을 정확히 규정하거나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철학은 거짓말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
이 강좌의 주제는 명쾌하다. 거짓말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따라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경로는 독특하다. '보통의 거짓말' 전시회에 초대받은 청중은 곧바로 아렌트를 읽는 데리다와 만난다. 아렌트는 월남전이라는 거대한 기만 앞에서 정치와 진리, 거짓에 대해 사유했고, 데리다는 그 고전적 분석의 힘과 한계를 고찰한다.
이후 강의는 유발 하라리와 함께 인류 진화 속에서 거짓의 의미를 묻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와 루소, 니체를 통해 다양한 철학적 고찰을 검토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풍성하고 단단한 사유의 힘을 가지고 데리다와 아렌트에게로, 그리고 우리 현실의 문제로 돌아온다. 8강에 걸친 철학적 여정 끝에 대답을 내놓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작과 끝이 같은 순환 구조다. 데리다와 아렌트로 시작해서 철학사를 가로지른 뒤 다시 데리다와 아렌트로 돌아온다. 이 구조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나선형 상승이다. 철학사를 경유한 뒤 다시 읽는 아렌트는 처음 읽을 때와 다르게 다가온다.
1강은 '보통의 거짓말' 전시회로 시작한다. 예술 작품들이 던지는 질문이 철학적 사유의 출발점이 된다. 데리다의 『거짓말의 역사』, 아렌트의 『정치에서의 거짓말』,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주요 텍스트로 소개된다.
2강은 데리다가 읽는 아렌트다. 거짓말은 행위인가? 의도와 실수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거짓은 진실의 이항대립인가? 데리다는 거짓말 개념의 역사가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개념의 역사, 거짓인 역사, 거짓말들의 역사.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분명하지 않다.
3강은 아렌트의 『정치에서의 거짓말』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베트남 전쟁과 펜타곤 문서가 출발점이다. 20세기 역사에서 가장 노골적이고 명백한 거짓말 앞에서 아렌트는 묻는다. 왜 정치가 거짓말에 특화된 영역인가? 정치는 형이상학적 진리가 아니라 가변적이고 취약한 사실적 진리의 영역이다. 견해에 기반을 둔 행위다. 그렇기에 자기기만이 정치를 지배할 수 있다. 상상력과 이미지, 이야기와 권력의 오만이 결합하면서 거짓말이 작동한다.
4강은 하라리와 함께 인류사의 시야에서 거짓말을 본다. 데리다는 아렌트의 자기기만 개념이 충분히 철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마르크스, 프로이트, 하이데거는 거짓과 진리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제공했다. 하라리는 인류 진화 과정에서 허구와 뒷담화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준다. 허구는 단순히 거짓이 아니라 이중의 실재다.
5강과 6강은 철학사를 가로지른다. 플라톤은 고귀한 거짓말을 논한다. 거짓말도 능력이고 기술인가? 수단으로서의 거짓말은 정당한가? 아리스토텔레스는 거짓과 거짓말을 구분하고 덕의 정치학에서 거짓말을 논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의도와 오류를 종합해서 거짓의 네 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칸트는 절대적인 형식 윤리로 거짓말을 금지하고 콩스탕과 논쟁한다. 루소는 죄 없는 거짓말로서의 허구적 이야기를 옹호한다.
7강은 니체의 비-도덕적 고찰이다. 『비도덕적 의미에서의 진리와 거짓에 대하여』는 그 모든 논의를 전제부터 뒤집는다. 니체는 짐작도 하기 어려운 급진적인 반문을 던진다. 진리란 무엇인가? 비동일성의 사유, 비진리의 실재, 예술로서의 삶. 니체 이후 거짓과 진리의 문제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
8강은 다시 아렌트와 데리다로 돌아온다. 아렌트의 『진리와 정치』를 읽으면서 사실과 의견, 거짓말의 관계를 재고한다. 정치는 진리의 영역인가? 사실적 진리와 일관된 거짓말은 어떻게 구별되는가? 견해와 시민적 참여는 거짓에 어떻게 대항하는가? 그리고 아렌트를 읽는 데리다는 아렌트 이후의 질문을 던진다.
■ 추천대상
철학을 전공하거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이 강좌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단일 주제로 철학사 전체를 가로지르는 구조 덕분에 플라톤에서 니체까지의 흐름을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관통할 수 있다. 거짓말이라는 렌즈로 철학사를 보는 경험은 새롭고 흥미롭다.
정치학, 사회학, 언론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유익하다. 가짜 뉴스, 탈진실, 정치적 기만은 현대 사회의 핵심 문제다. 베트남 전쟁과 펜타곤 문서 사례, 자기기만의 메커니즘, 정치와 진리의 관계에 대한 아렌트의 분석은 현실 정치를 이해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현대 문화와 미디어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보통의 거짓말' 전시회로 시작하는 강의는 예술과 철학의 만남을 보여준다. 이국배 교수는 KBS 방송문화연구소와 KBS America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미디어와 정보철학에 대한 실천적 통찰을 제공한다.
진실과 거짓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우리는 정말로 진실을 원하고 거짓을 거부하는가? 진실과 거짓은 무엇인가? 이 물음 앞에서 철학은 단순한 대답이 아니라 더 깊은 질문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 수강팁
강의의 순환 구조를 염두에 두고 듣기를 권한다. 2-3강에서 처음 만나는 데리다와 아렌트, 그리고 8강에서 다시 만나는 데리다와 아렌트를 비교하면서 듣는다면 철학적 사유가 어떻게 심화되는지 체험할 수 있다. 같은 텍스트가 다르게 읽힌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을 함께 읽기를 권한다. 데리다의 『거짓말의 역사』, 아렌트의 『공화국의 위기』와 『과거와 미래 사이』는 강의의 핵심 텍스트다. 특히 아렌트의 『정치에서의 거짓말』과 『진리와 정치』는 비교적 짧은 에세이이므로 원문을 직접 읽어볼 만하다.
강의록이 제공되므로 각 철학자의 핵심 개념을 정리하면서 듣기를 권한다. 플라톤의 고귀한 거짓말,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의 정치학, 칸트의 정언명법, 니체의 비동일성 사유 같은 개념들은 반드시 메모해두어야 한다. 이 개념들이 거짓말이라는 주제 안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 사회의 구체적 사례를 떠올리며 듣기를 권한다. 가짜 뉴스, 정치적 스캔들, 미디어 조작 등 우리 주변의 사례들을 강의 내용과 연결해본다. 철학적 논의가 추상적이지 않고 현실과 직결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마치며
우리는 탈진실의 시대를 산다. 가짜 뉴스와 정치적 기만이 일상이 된 세계에서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강좌는 단순한 답을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은 질문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아렌트는 월남전의 거대한 기만 앞에서 정치와 진리의 관계를 물었고, 데리다는 그 질문이 충분히 철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플라톤에서 니체까지 철학사를 가로지르면서 우리는 거짓말이라는 문제가 얼마나 복잡하고 근본적인지 발견한다.
철학적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대답을 내놓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데리다와 아렌트, 플라톤과 니체의 사유는 우리에게 대답이 아니라 사유에의 초대를 건넨다. 그 초대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탈진실의 시대를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국배(숭실대 초빙교수)
미국 뉴욕대(NYU) 박사과정에서 문화와 미디어 이론을 공부하고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소셜이노베이션융합전공으로 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KBS 방송문화연구소 미국 주재 연구원과 KBS America 보도국장, 편성제작국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숭실대학교 베어드교양대학 초빙교수로 있으면서 과학기술과 민주주의, 미디어와 정보철학, 독일 니힐니즘의 정치사상 등을 주제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