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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수직으로 서 있다?
제목이 어쩐지 좀 난해하다. 시간은
일차원적이고, 수평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었던가? 아니 그 전에 시간은 우리의 삶과 그저 빈틈없이 붙어 있기 때문에 ‘수직’이니 ‘수평’이니 하는
규정 자체도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조광제 교수는 이 아리송한 제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흔히 시간을 수평으로 흐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삶과 긴밀히 연결되는 시간은 오히려 수직으로 서 있는 시간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익숙하지만 기괴한 ‘시간’의 문제, 이번
강의를 통해 제대로 한 번 사유해 보자.
시간은 가장 익숙하면서도 가장 기괴합니다. 심지어 공포를 느끼게 만듭니다. 시간은 가장 익숙합니다. 일체의 삶이 시간에 의거해서 영위되기에 삶의 깊숙한 바탕에서부터 순간적인 삶의 편린에 이르기까지 시간은 늘 그리고 이미 한 치 빈틈도 없이 삶과 결합되어 있습니다. 시간은 가장 기괴합니다. 전혀 사유의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마치 발로 밟으려고 하면 발 위로 올라와 발을 뒤덮어버리는 그림자처럼, 사유의 손 안팎을 완전히 채우면서 뒤덮어버리는 것이 바로 시간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시간이 사유를 통해 스스로를 사유하는 꼴이 되는 지경을 떠올릴 정도입니다. 시간을 철학적으로 사유해 보고자 덤벼든 우리는 어쩌면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지도 모릅니다. 시간을 사유한다는 것은 삶 전체뿐만 아니라 존재 전체를 건드리는 것이 될 것입니다. 시간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여느 영역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 것과는 달리 사유 자체의 운명을 건드리는 것이 될 것입니다. - <시간, 철학을 만나다-플라톤에서 메를로퐁티까지> 제1강 강의 노트 중
시간을 생각함으로써 철학을 보다 근원적으로 파악해 보자
‘시간’에 대한 문제는 철학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접근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고대 철학사에서부터 지금까지도 무수히 많은 철학자들이 시간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하고 나름의 규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시간을 사유한다는 것은 너무도 엄청난 일이기에 어쩌면 무모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한 번쯤은 시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간을 생각함으로써 철학을 근원적으로 파고들어갈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총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E. 후설의 발생적 지각론에 관한 고찰」로 석사 학위를, 「현상학적 신체론: E. 후설에서 M. 메를로-퐁티에로의 길」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민을 위한 대안철학학교 <철학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며, 한국프랑스철학회 회장, 한국현상학회 이사, 한국예술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주로 형상학적인 몸 현상학을 바탕으로 존재론, 예술철학, 매체철학, 고도기술철학, 사회 정치철학 등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