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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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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과다한 혼수를 요구하는 결혼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삼종지도와 열녀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오늘날 한국 사회의 성문화와 성 인식은 과거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로부터 이어진 역사적 산물이다.
이 강의는 조선시대 성풍속과 섹슈얼리티를 통해 현대 한국 사회 성문화의 기원을 탐색한다. 정성희 박사는 유교 이데올로기가 지배했던 조선시대 성 모럴의 변화, 결혼제도의 전환, 가부장적 성문화의 형성 과정을 체계적으로 추적한다.
풍속사가 에두아르트 푹스는 "인간의 성행동은 인간 역사 중 가장 중요한 요소"라 강조했다. 성 모럴의 역사는 결혼, 정절, 순결, 간통, 매춘의 역사이며, 이를 통해 그 시대의 특성이 드러난다. 강의는 처가살이에서 시집살이로의 전환, 일부일처에서 일부다처로의 변화, 강요된 열녀 문화의 탄생, 허락된 매춘과 금지된 매춘, 간통죄와 성범죄, 동성애와 춘화까지 조선시대 성문화의 전 영역을 다룬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성문화를 단순히 개인의 도덕이나 윤리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와 권력관계의 산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삼종지도라는 여성의 종속적 지위는 남존여비를 바탕으로 한 유교 이데올로기 안에서만 가능했다.
강의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비교하며 성문화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고려시대에는 처가살이가 일반적이었고, 여성의 재산 상속권과 재혼의 자유가 보장됐다. 그러나 조선 후기로 가면서 시집살이가 정착되고, 열녀 문화가 강요되며, 여성의 권리가 박탈됐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유교적 지배 이데올로기가 관철되는 과정이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매춘과 간통에 대한 이중적 기준이다. 남성의 기생 출입은 허락됐지만 여성의 간통은 엄벌에 처해졌다. 일부다처는 합법이었지만 일처다부는 상상할 수 없었다. 치정살인 사건에서도 남편이 아내를 죽이는 것과 아내가 남편을 죽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처벌을 받았다.
강의는 실제 역사 기록과 야담, 춘화 등 다양한 사료를 활용해 조선시대 성문화의 생생한 면모를 복원한다.
■ 추천대상
한국사에 관심 있는 모든 분에게 추천하지만, 특히 젠더와 여성사에 관심 있는 분에게 적합하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성차별, 가부장제, 성폭력 문제가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형성됐는지 이해하고 싶은 분에게 유익하다.
결혼 제도와 가족 문화의 역사에 관심 있는 분, 과다한 혼수나 시집살이 같은 관습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궁금한 분에게도 흥미로운 내용이다.
역사를 정치사나 경제사가 아닌 일상사, 풍속사의 관점에서 보고 싶은 분, 조선시대를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실제 사료를 통해 만나고 싶은 분에게 적합하다. 전문적인 역사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 수강팁
전체 6강 약 10시간 분량으로, 한 강의당 1시간 40분 내외다. 주 2회 수강을 권한다.
강의는 시대순이 아니라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다. 1강에서 전체적인 변화의 흐름을 파악한 후, 2강부터는 결혼, 임신, 매춘, 성범죄, 동성애 등 각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순서대로 듣는 것이 좋지만,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그 강의부터 들어도 무방하다.
강의록이 제공되므로 적극 활용하라. 역사 용어나 제도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어, 강의 이해에 도움이 된다.
정성희 박사의 저서 『조선의 섹슈얼리티』를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강의가 책의 내용을 압축한 것이므로, 책을 통해 더 상세한 내용과 사료를 확인할 수 있다.
강의 중 언급되는 역사적 사례들이 현대적 감각으로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역사의 진실이며, 우리가 극복해야 할 유산임을 인식하며 들을 필요가 있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조선시대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말한다. 드라마에서 보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뒤에 가부장제의 폭력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반응이다.
"처가살이가 원래 우리 전통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평도 많다. 시집살이를 당연하게 여겼는데, 이것이 조선 후기 유교 이데올로기의 산물임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오늘날 성차별 문제의 뿌리를 발견했다"는 후기도 있다. 현대 한국 사회의 여성 문제가 단순히 전통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시기 특정 이데올로기가 만든 구조임을 이해하게 됐다는 평가다.
일부는 "불편한 내용이 많아 보기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역사를 직시해야 변화가 가능하다"며, 이런 강의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성애와 춘화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는 반응도 있다. 조선시대가 생각보다 다양한 성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것이다.
■ 마치며
성문화는 결코 개인의 인식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 속에서 잉태되고, 권력관계 속에서 구조화되며, 이데올로기를 통해 정당화된다.
조선시대 유교 이데올로기는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시키고, 열녀를 강요하며, 이중적 성 도덕을 정착시켰다. 처가살이는 시집살이로 바뀌었고, 여성의 재산권은 박탈됐으며, 재혼의 자유는 사라졌다. 이 모든 변화는 자연스러운 전통이 아니라, 특정 시기 특정 세력의 이데올로기적 기획이었다.
그 기획은 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작동한다. 과다한 혼수 문화, 시집살이 관습, 성차별적 이중 잣대, 여성에 대한 정조 관념. 이 모든 것이 조선시대로부터 이어진 유산이다.
역사를 안다는 것은 과거를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 이 강의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여전히 조선시대를 살고 있는가. 우리는 언제 진정으로 조선을 벗어날 것인가.
정성희(실학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