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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의 역사」로 저명한 풍속사가 에두아르트 푹스는 ‘문명의 발달단계에서 인간의 성행동은 인간 역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여기서 인간 성행동의 역사는 ‘성 모럴의 역사’이다.
성 모럴의 역사는 인간의 사회생활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 즉 합법적이거나 비합법적인 인간사를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결혼, 정절, 순결, 간통, 매춘의 역사를 통해 그 시대의 특성을 밝혀내는 것이다. 물론 좁게는 남녀 구애의 역사, 재미, 즐거움, 인간의 성욕, 이를 표현한 예술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 역사에서 특히 조선시대는 합법적인 성 모럴의 기준이 지금과 매우 달랐다. 유교라는 이데올로기가 정치, 사회, 문화를 지배했던 시대였고, 또한 엄격한 신분사회였다. 그러한 조선의 사회적 특성은 기존의 성 모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삼종지도(三從之道)라는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속적 지위는 남존여비(男尊女卑)를 바탕으로 한 유교적 이데올로기 안에서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성풍속의 역사는 사회 구조와 무관하지 않으며, 현대사회의 성문화와 그 문제 역시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본 강좌를 통해 우리 역사 속 성풍속을 살펴봄으로써, 성문화는 결코 개인의 인식 문제가 아닌, 사회 속에서 잉태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자 한다.
정성희(실학박물관 학예연구사)
1964년 인천에서 태어났고, 경상대학교 인문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석사 학위를, 동대학원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현재는 조선시대 과학사 및 여성사를 연구하고 있다. 논문으로 <이재 황윤석의 과학사상>, <조선후기 시헌력의 도입과 그 영향>, <조선후기 시헌력 도입의 정치적 배경> 외 다수가 있다. 저서로는 《조선의 섹슈얼리티》, 《고려왕조 이야기》, 《한 권으로 보는 한국사 101장면》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