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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한 한국. 오늘날 경제, 문화,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 '빠름' 안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냄비근성', '빨리빨리' 등으로 표현되는 한국인의 성향 너머에는 과연 어떤 문화적 배경이 있어왔는가.
우리는 과연 '냄비근성'의 민족이며, '빨리빨리'에 중독되어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이러한 한국인만이 가진 특색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이미 세계와 닿아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한국인의, 한국인을 알기위한, 한국인에 의한 치열한 철학적 탐구가 필요하다. 이 탐구의 작업은 서양 혹은 중국철학의 아류여서는 안 될 것이며, 우리의 구체적인 경험에서 도출해낸 산(生) 철학이어야 할 것이다.
'몸'의 문제에 대해 철학사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대부분 철학이 관심을 가진 것은 정신의 영역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사유와 행동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몸'의 문제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신체와 떨어진 사유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 Ponty)의 주장처럼,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바로미터는 신체 속에 있다.
우리가 가진 정신, 사유는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아도르노(Theodor Wiesengrund
Adorno)를 비롯한 비판이론가들은 '이성이 도구로 사용될 때 얼마나 위험한가'를 설파했고,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교묘하게 인간을 고통에 몰아넣기 위해 고민했는가'를 밝혔다.
과연 '미친 짓'이란 비이성적인 것인가? 오히려 고도로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방식으로 인류의 광기는 표출되어왔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분석해야 할 것은 신체. 즉 '몸'이다.
인간이 가진 최고의 도구는 바로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언어가 갖는 문화적 영향력은 지대하다. 곧, 한 문화권의 언어적 습관과
특색을 이해하는 것은 그 문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한국인의 말'은 어떤 특색을 가지며 그 영향은 어떠할까. 실재 대화를 철저히
해부하여 우리 안에 내재한 언어습관을 분석하고, 말과 몸이 만들어내는 문제적 지점을 펼쳐보자. 이를 통해 마침내 한국인의 문화코드는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세심한 철학적 작업을 거쳐 도출해내는 한국인의 현주소. 추상적인 공론에 머무르지 않는 실질적 '한국인 해부'를 위해 우리말에서 시작되는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서처럼, 그랬다. 그 사나이가 무척 미웠다. 다신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다시 나를 끌었다. 끌려가
보니 그래도 그가 미웠다. 다시 돌아섰다. 그런데도 그 사나이를 향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 사나이는 바로 ‘나’였다. 또한
‘한국’이었다.
...보편과 객관을 지향하는 철학적
사유가 자기 땅을 고려해야 하는 것일까? 고려해야 한다. 아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서양의 사상이 서양의 땅을 배경으로 하듯 한국의 사상은 한국을 배경으로 해야 한다. 지식사회학의 성과에 기대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유헌식(단국대 철학과 교수)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헤겔 철학을 전공하여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터넷 철학카페 '소피의 세계'를 주관, 문예아카데미에서 청소년 철학교실을 운영했으며, 세종대, 연세대 등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철학 전반을 주제로 강의해 왔다. 세종대 겸임 교수를 거쳐, 현재 계간 '철학과 현실', '헤겔 연구'의 편집위원 및 텍스트 해석 연구소 소장으로 삶과 철학의 접점을 찾기 위해 연구 및 집필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