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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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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너를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로 사랑이 시작되듯, 선언은 존재하지 않던 것을 지금-여기에 출현시키는 마법 같은 힘을 지닌다. 이 강좌는 문학사에 등장한 주요 선언들을 통해 선언이 지닌 수행적 힘의 본질을 탐구한다. 1827년 빅토르 위고의 크롬웰 서문에서 시작해 1974년 한국의 101인 선언에 이르기까지, 근대 문학을 관통한 선언의 역사를 살펴본다.
선언은 단순한 주장이나 표명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 질서에 균열을 내고, 억압된 것을 드러내며,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언어적 사건이다. 낭만주의 선언이 고전주의의 낡은 질서를 거부했듯, 미래파와 미래주의의 선언은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새로운 미학을 선포했다. 초현실주의 선언은 이성 중심의 세계관에 도전하며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해방시켰다.
강의는 오영진, 최진석 두 강사가 함께 진행하며, 각 선언이 탄생한 역사적 맥락과 그것이 지닌 혁명적 의미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 문학의 선언들이 어떻게 '만들어진 현실'에 저항하고, '코드화된 현실'을 넘어서려 했는지를 구체적인 텍스트 독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선언을 단순히 문학사적 사건으로만 다루지 않고, 오늘날 우리의 언어와 삶에 대한 성찰로 연결시킨다는 점이다. 승인된 말과 승인하는 말 사이에 갇혀 있는 현대인의 언어 상황을 진단하고, 선언이 어떻게 이 갇힌 말을 '잠금 해제'하는지 보여준다.
강의는 1827년 프랑스 낭만주의부터 1974년 한국의 문학 선언까지 약 150년의 시간을 가로지르며, 각 시대와 지역에서 선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비교 분석한다. 빅토르 위고의 크롬웰 서문, 마리네티의 미래파 선언, 러시아 미래주의 선언, 식민지 조선의 창조 창간사,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그리고 한국의 101인 선언까지, 각 선언이 지닌 고유한 문제의식과 시대정신을 면밀히 살핀다.
알랭 바디우, 자크 랑시에르 같은 현대 철학자들의 사유를 경유하면서 선언의 철학적 의미를 심화시킨다. 특히 바디우가 말한 사랑의 선언, 랑시에르가 제시한 치안 너머의 정치로서의 문학 개념은 선언의 본질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으로 활용된다.
문학평론가 오영진과 문화학자 최진석이라는 두 전문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강의는 문학적 감수성과 철학적 사유를 균형 있게 제공한다. 김수영 연구자인 오영진의 섬세한 텍스트 독해와, 바흐친 전문가인 최진석의 문화이론적 접근이 조화를 이룬다.
■ 추천대상
문학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문학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문학사의 주요 흐름을 이해하고 싶지만, 연대기적 나열이 아닌 핵심 사건을 중심으로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학습자에게 유용하다.
자신의 말과 글이 진부하다고 느끼는 이들, 승인과 복종의 언어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선언의 언어는 새로운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창작을 하는 이들에게 선언이 지닌 '자기 승인'의 힘은 중요한 통찰이 될 수 있다.
현대사회의 언어 문제, 특히 획일화되고 통제된 언어 환경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문학과 정치의 관계, 미학과 윤리의 접점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이 강좌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인문학 전공자뿐 아니라 문학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충분히 수강할 수 있다. 다만 낭만주의, 미래파, 초현실주의 등 기본적인 문예사조에 대한 예비 지식이 있다면 강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
■ 수강팁
각 강의는 특정 선언문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해당 선언문의 원문을 미리 찾아 읽어보는 것이 좋다. 빅토르 위고의 크롬웰 서문, 마리네티의 미래파 선언 등은 인터넷에서도 번역본을 찾을 수 있다. 원문을 먼저 읽고 자신의 느낌을 정리한 후 강의를 들으면 훨씬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다.
선언이 나온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1827년 프랑스의 정치적 상황, 1909년 이탈리아의 사회적 분위기, 식민지 조선의 문화적 맥락 등을 간단히 조사해두면 선언의 의미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강의에서 언급되는 철학자들, 특히 알랭 바디우와 자크 랑시에르의 핵심 개념을 메모하면서 듣기를 권한다. 이들의 사유는 단순히 문학을 넘어 우리 시대의 정치와 윤리를 사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각 선언 사이의 연관성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들으면 좋다. 낭만주의 선언이 제시한 문제의식이 미래파에서 어떻게 변주되는지, 유럽의 선언과 한국의 선언이 어떻게 다른지 주목해보라. 이를 통해 선언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
강의 분량이 회차별로 90분에서 130분 정도로 상당히 긴 편이므로, 한 번에 다 듣기보다는 교시별로 나누어 듣는 것을 추천한다. 각 교시가 끝난 후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의문점이나 흥미로운 지점을 메모하면서 진행하면 학습 효과가 높아진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선언의 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었다는 반응이 많다. 한 수강생은 "선언을 단순히 과격한 주장으로만 여겼는데, 그것이 현실을 창조하는 수행적 언어라는 걸 깨달았다"며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문학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는 평가도 있다. "낭만주의, 미래파, 초현실주의를 각각 따로 공부했었는데, 선언이라는 키워드로 관통하니 문예사조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명확해졌다"는 후기가 인상적이다.
오영진, 최진석 두 강사의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이 강의의 풍성함을 더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수강생은 "오영진 선생님의 섬세한 문학 분석과 최진석 선생님의 철학적 해석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체적인 이해가 가능했다"고 평했다.
다만 일부 수강생은 강의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바디우, 랑시에르 같은 현대 철학자들의 개념이 낯설어 처음엔 따라가기 어려웠다. 관련 개념을 미리 공부하고 듣는 게 좋겠다"는 조언도 있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후기도 눈에 띈다. "승인된 말과 승인하는 말 사이에 갇혀 있다는 진단이 충격적이었다. 내 언어생활을 돌아보게 되었고, 진정한 의미에서 나만의 말을 찾고 싶어졌다"는 반응이 그것이다.
한국의 101인 선언을 다룬 마지막 강의가 특히 인상적이었다는 평이 많다. "유럽의 선언들을 공부하다가 한국의 선언을 만나니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우리 문학사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다"는 후기가 대표적이다.
■ 마치며
박제된 새는 날지 못한다. 이상의 표현처럼, 사건성을 잃은 문학은 현실을 장식할 뿐 변화시키지 못한다. 이 강좌는 문학이 지닌 본래의 힘, 즉 선언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능력에 주목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언어로 말하고 있는가. 우리의 말은 진정 우리 자신의 것인가, 아니면 승인을 구하고 복종을 내면화한 수인의 언어인가. 선언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아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언어를 성찰하는 일이다.
"너를 사랑해"라는 말이 사랑을 창조하듯, 선언은 없던 것을 있게 만드는 언어의 마법이다. 이 강좌를 통해 그 마법의 비밀을 배우고, 우리 각자의 선언을 발화할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갇혀 있던 말을 해제하고, 자기 승인의 언어를 회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강좌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이다.
문학의 선언들이 보여준 것처럼, 말은 세계를 바꿀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말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스스로를 주체화하는 자기 승인의 말을 발화할 수 있는가이다. 이 강좌가 그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최진석(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창과 교수)
수유너머 파랑 회원. 러시아인문학대학교 문화학 박사. 정통을 벗어난 ‘이단의’ 지식, ‘잡종적’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잡학다식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이 공부길에서 수유너머의 친구들이 (불)친절한 동반자들임에 늘 감사해 한다. 그렉 램버트의 『누가 들뢰즈와 가타리를 두려워하는가?』, 미하일 리클린의 『해체와 파괴』를 번역했고, 『불온한 인문학』 등을 함께 썼다. 이화여자대학교 연구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