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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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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회화는 사물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화가는 사물이 지닌 은폐와 드러남이라는 역설적 본성 속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몸을 사물에게 빌려주어 사물이 색채로 태어나도록 한다. 이 강좌는 20세기 현대 회화가 어떻게 사물과 투쟁하며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는지를 탐구한다. 세잔에서 안젤름 키퍼에 이르기까지, 각 화가들이 사물의 숨겨진 진실과 어떻게 만나는지를 메를로 퐁티의 몸 철학을 바탕으로 살펴본다.
세잔은 사물 안에 갇혀 있는 색채를 감각적 리듬으로 풀어내고, 피카소는 입체적 형태를 통해 사물의 다중시선을 보여준다. 뒤샹은 사물의 도구성을 제거하여 즉물성을 드러내고, 베이컨은 신경 충돌을 통해 야생적 이미지를 생성한다. 마그리트는 사유 충돌로 이미지 사물을 창조하며, 폴록은 사물의 신경회로를 액션 페인팅으로 표현한다. 키퍼는 묵시록적 절규를 통해 사물의 영적 차원을 보여준다.
■ 강의특징
철학박사 조광제 교수의 독창적 시각이 돋보이는 강의다. 메를로 퐁티의 현상학, 특히 몸 철학을 토대로 현대 회화를 존재론적으로 접근한다. 이는 단순한 미술사 강의가 아니라 회화의 존재론적 근원과 존재의 회화론적 근원을 동시에 탐구하는 철학 강의이기도 하다.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미래주의, 구성주의, 미니멀리즘, 큐비즘 등 20세기를 풍미한 주요 사조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각 사조가 어디서 많이 들어봤지만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웠던 개념들을 철학적 배경과 함께 명쾌하게 풀어낸다. 후설의 현상학,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 푸코의 담론 등 현대 철학의 주요 개념들이 회화 작품 분석과 유기적으로 결합된다.
생생한 슬라이드 자료를 통해 피카소, 마그리트, 뒤상, 세잔, 잭슨 폴록, 프란시스 베이컨, 안젤름 키퍼 등 거장들의 작품을 직접 감상하며 이론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 도판과 함께 작가들의 삶과 예술관에 얽힌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펼쳐진다.
■ 추천대상
현대 미술에 관심은 많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했던 이들에게 추천한다. 미술관에서 현대 작품 앞에 서면 "이게 대체 뭐지?"라는 의문만 가득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 강의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추상적 개념들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싶었던 이들에게도 유익하다. 현상학, 존재론 같은 어려운 철학 개념들이 회화 작품이라는 시각적 매체를 통해 훨씬 쉽게 이해된다. 철학은 깊어지고 미술은 쉬워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작품을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단순히 형식과 기법을 넘어 작품의 존재론적 의미를 탐구하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논문 준비 과정에서 파편적인 생각들을 체계적으로 엮는 데에도 실질적 도움이 된다.
심오하고 신비한 예술 세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탁월한 선택이 될 강좌다.
■ 수강팁
조광제 교수의 강의는 에너지와 리듬이 넘친다. 세잔에서 폴록까지 거침없이 명징하게 내달리는 강의 속도에 압도될 수 있다. 처음에는 빠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교수의 열정적 강의 스타일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그 속도감이 강의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전체 흐름을 먼저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을 반복해서 듣는 것을 권한다.
철학 개념과 미술 사조가 동시에 등장하므로 메모하며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미니멀리즘 등 유사해 보이는 사조들의 차이점을 정리해두면 좋다. 강의에서 언급되는 작품들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함께 감상하면 이해도가 높아진다.
참고문헌으로 제시된 메를로-퐁티의 『세잔의 회의』,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 조광제의 『주름진 작은 몸들로 된 몸』 등을 함께 읽으면 강의 내용을 더 깊이 있게 소화할 수 있다. 다만 강의만으로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므로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철학과 미술의 기가 막힌 조화에 환호한다. "철학은 정적이고 미술은 동적이라는 선입견을 완전히 깨준 강의", "이제껏 막연히 그림을 보던 시각을 새롭게 열어준 강의"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특히 베이컨 부분은 "최상의 명강의"로 손꼽힌다.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와 베이컨 회화의 본질을 연결시킨 쉽고 짜임새 있는 설명이 압권이다.
교수의 구수한 사투리가 깔끔한 이미지의 마그리트 그림과 만나는 이종 배합도 매력 포인트다. "뭐꼬?"라는 단어 하나가 마그리트 작품만큼이나 생각을 자극한다는 후기도 있다. 어눌한 사투리로 미술과 일상의 삶을 비유하는 엑티브한 강의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다만 강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여러 후기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다. "한 말씀 놓치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좋은 강의인데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재수강할 만큼 만족도가 높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철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며 강의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 마치며
사물은 완전히 은폐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충분히 드러나 있다. 이것이 인간 이전 존재 자체가 지닌 역설이다. 화가는 이 역설의 소용돌이 속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뛰어든다. 사물이 색채로 표현되는 감각 덩어리임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신의 몸을 사물에게 빌려주어 사물이 우리 눈앞에 선연하게 태어나도록 한다.
20세기 현대 회화는 바로 이러한 일에 몰두해왔다. 이 강좌를 통해 회화가 단순한 시각 예술을 넘어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철학적 행위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회화의 존재론적 근원과 존재의 회화론적 근원, 이 두 가지를 함께 사유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철학과 미술, 이 둘의 만남이 어색하게 느껴졌다면 그 선입견을 이제 버려도 좋다. 이것은 잘못된 만남이 아니라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독특하고 새로운 만남이다. 현대 미술사의 흐름을 파악하고,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철학적으로 이해하며, 존재와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이 강좌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총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E. 후설의 발생적 지각론에 관한 고찰」로 석사 학위를, 「현상학적 신체론: E. 후설에서 M. 메를로-퐁티에로의 길」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민을 위한 대안철학학교 <철학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며, 한국프랑스철학회 회장, 한국현상학회 이사, 한국예술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주로 형상학적인 몸 현상학을 바탕으로 존재론, 예술철학, 매체철학, 고도기술철학, 사회 정치철학 등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