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미술사는 작품과 작가만으로 쓰이지 않는다. 그 뒤에는 전시회라는 거대한 무대가 존재한다. 1863년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이 공개되었을 때 집단 항의가 일어났고, 1913년 뉴욕 아모리쇼는 현대미술의 중심축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시켰으며, 1937년 나치의 퇴폐예술전은 정치와 예술의 위험한 결합을 보여주었다. 이 강좌는 20세기 미술사의 전환점이 되었던 주요 전시회를 중심으로 현대미술의 흐름을 재조명한다.
전시회는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중립적 공간이 아니다. 사회의 이념과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표출하는 정치·경제·문화의 각축장이다. 마르셀 뒤샹의 변기가 미술관에 전시되어 '샘'이라는 작품이 되었듯, 전시회는 무엇을 예술로 규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권력의 장이기도 하다. 현직 아르코미술관 관장이자 오랜 기간 큐레이터로 활동해온 임근혜 강사가 전시회를 둘러싼 미술제도와 문화정치를 생생하게 풀어낸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이 아닌 전시회를 주인공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기존 미술사에서 어렴풋이 배경으로 등장했던 전시회를 중심 무대로 끌어올려, 미술이 생산되는 사회적 시스템과 문화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파리 살롱전에서 베니스 비엔날레까지, 낙선전에서 yBa의 프리즈전까지 역사를 움직인 전시회들을 시간 순으로 따라가며 20세기 현대미술사의 큰 흐름을 파악한다.
강의는 전시회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이데올로기의 전시장임을 보여준다. 1936년 국제 초현실주의전은 모든 터부를 거부하고 미학적 자유를 추구했고, 1937년 나치의 퇴폐예술전은 파시즘이 예술을 어떻게 억압했는지 드러냈다. 1955년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인간가족전은 인류애를 앞세운 아메리카니즘 선전이었으며, 1968년 태도가 형식이 될 때전은 68혁명 정신을 미술로 표현했다.
또한 미술 권력의 이동을 추적한다. 유럽 중심이던 미술계가 2차 대전 이후 뉴욕으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1980년대 이후 중국과 비서구 지역이 부상하는 과정을 전시회를 통해 생생하게 목격한다. 페기 구겐하임의 소장전이 잭슨 폴록을 발굴해 추상표현주의 시대를 열었고, 찰스 사치가 yBa를 후원해 영국 현대미술의 신화를 창조한 것처럼, 전시회 뒤에 숨은 큐레이터·컬렉터·화상의 역할도 함께 다룬다.
■ 추천대상
미술관과 전시회를 자주 방문하지만, 전시 기획의 의도와 맥락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하다. 왜 이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었는지, 큐레이터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는지 읽을 수 있는 눈이 생긴다.
현대미술이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뒤샹의 변기, 워홀의 브릴로 상자, 데미안 허스트의 포름알데히드 상어가 왜 미술이 되었는지 이해하려면 미술제도와 전시회의 맥락을 알아야 한다. 작품을 단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전시된 공간과 시대적 배경 속에서 파악하면 훨씬 명료해진다.
미술뿐 아니라 현대사의 큰 흐름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전시회는 정치·경제·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대표적인 전시회를 살펴보면 20세기 역사의 격동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냉전시대 아메리카니즘 확산, 68혁명 정신, 중국 현대미술의 급부상 등 역사적 사건들이 전시회를 통해 가시화된다.
■ 수강팁
강의는 총 8강 32교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파리 살롱전에서 시작해 yBa의 센세이션전까지 시간 순으로 진행된다. 각 전시회를 다루기 전에 해당 시기의 역사적 배경을 간략히 복습하면 이해가 깊어진다. 예를 들어 3강 퇴폐예술전을 듣기 전에 나치 독일의 문화정책을, 4강 인간가족전을 듣기 전에 냉전시대 미국의 이데올로기를 간단히 살펴보자.
강의에서 언급되는 작품과 전시 사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함께 보는 것을 권장한다. 특히 국제 다다 박람회, 초현실주의전, yBa의 프리즈전 같은 경우 실제 전시 현장 사진을 보면 당시의 파격적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 작품, 트레이시 에민의 설치작품 등은 이미지로 확인하며 듣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 진행 중인 비엔날레나 대형 전시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 국내 전시나 베니스 비엔날레 소식을 접하며 강의 내용을 현재 미술계와 연결해보자. 전시회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미술 작품만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전시회 자체를 이해하게 되었다"며 관점의 전환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큐레이터, 컬렉터, 화상의 역할을 알게 되니 미술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되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전시회와 정치·경제의 연결고리를 다룬 부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나치의 퇴폐예술전, 냉전시대 아메리카니즘 선전 등 역사적 맥락 속에서 미술을 보니 훨씬 입체적으로 이해되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일부 수강생은 "미술관이 중립적 공간이 아니라 권력과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곳임을 알게 되어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현직 큐레이터의 생생한 경험담도 장점으로 꼽혔다. "전시 기획의 실제 과정을 들을 수 있어 좋았고, 이론과 실무가 결합된 강의였다"는 후기가 있었다. 다만 "전시회 이름과 작가 이름이 많이 등장해 한 번 듣고 다 기억하기 어려웠다"며 메모나 반복 수강을 권하는 의견도 있었다.
■ 마치며
오늘날 미술전시 관람은 일상의 문화행위가 되었다. 주말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고, SNS에는 전시 인증샷이 넘쳐난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전시를 제대로 보고 있을까. 이 강좌는 전시회를 역사적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재고하는 시간이다.
전시회는 작가와 작품을 가시화하고 의미를 증폭시키며, 미술의 대중화와 민주화에 기여해왔다. 동시에 막강한 권력을 지닌 시장이자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장이기도 하다. 이 강좌를 마치고 나면 전시회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작품 너머 큐레이터의 기획 의도를, 전시 배후의 정치·경제적 맥락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임근혜(큐레이터, 아르코미술관 관장)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큐레이터쉽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다국적 작가들과 작업한 <엘비스 궁중반점>(1999년) 전시를 시작으로 다년간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서울시립미술관 ≪미술관 ‘봄’ 나들이≫(2004) 및 경기도미술관 ≪상상충전≫(2007) 등 현대 미술을 테마로 한 전시들을 주로 기획했다. 영국 레스터대학(University of Leicester)에서 '동아시아 미술관의 글로벌화 전략'에 대한 주제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귀국 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2팀장을 거쳐 현재 아르코미술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