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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사상가, 그리고 '한국의 철학자' 김지하
시대를 온 몸으로 살아낸 대시인이자 사상가 김지하. 우리 시대에 진정 귀를 기울여야 할 철학자가 있다면 바로 김지하 선생이 아닐까. 우리가 우리의 것을 도외시한 채 유럽의 사상과 철학만을 좇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가장 한국적이고 주체적인 우리 미학과 우리 철학에 대한 고민과 탐구… 김지하 선생으로부터 직접 들어 본다.
“‘흰 그늘’ 또는 ‘흰 어둠(白闇)’의 새로운 인류문명의 길, 카오스모스 문화, 역동적 균형에 가까운 새 문명의 길인 것이다. 앞으로 100년간 폭염(暴炎)이 지구를 지배하리라 한다. 어찌할 것인가? 이 길 뿐이다. 이 길은 ‘삼태극의 춤’이니 곧 옛 김범부 선생의 그 ‘동방 르네상스’의 길이요 신인간에 의한 호혜세계창조의 길인 것이다. 흰 그늘이 붉은 악마의 눈빛에 서글서글한 아리따움으로 드리울 날, 그 우주가 바뀌는 날, 우리는 바로 그 날을 기다린다. 중력권 내부로부터 흰 빛 초월의 아우라가 솟아나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의 대개벽, 대자유의 날! 젊은 다중적민중(多衆的民衆) 10대, 20대, 30대의 카오스민중과 전 민족, 전 동아시아와 아시아, 전 태평양주변의 민족들, 아메리카와 유럽과 모슬렘, 러시아, 아프리카, 남미, 호주 등을 모두 다 끌어안은 ‘카오스민중’들 속에서 ‘흰 그늘’이 떠올라 드디어 ‘그늘이 우주를 바꾸는 그 날’이 오기를 인격, 비인격, 생명, 무생명 모두를 아우르는 우리, 그 우리가 기다린다. ‘생명과 평화의 길’은 바로 스스로 노력하면서 동시에 그것의 신령한 차원의 우주적 실현에 대한 바로 이 기다림인 것이다.”
역사, 철학, 생명학, 미학, 음악, 문학, 과학을 아우르는 방대한 담론의 장
주역, 율려와 여율, 역철학과 태극 구조,
카오스모스, 서구 과학의 경향과 생명학에서 붉은 악마가 제시한 문명사적 명제, 그리고 ‘흰 그늘’의 미학까지, 김지하 선생이 풀어내는 미학적
스케치를 따라 가다보면 그 방대한 지식의 양에 놀라지 않을 이가 없다.
김지하(시인, 원광대 석좌교수)
김지하는 필명으로, 본명은 김영일(金英一)이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으며, 1969년 『시인』(에 「황톳길」등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64년 6.3사태 때 서울대 한일굴욕회담 반대 투쟁위원회에 관계하면서 처음 옥고를 치른 이래, 『오적』 필화 사건 등으로 사형이 구형되는 고초를 겪었다. 8년간의 투옥 후 1980년 출옥하여, 민중사상을 독자적으로 재해석하는 생명사상을 전개하고 그 실천을 모색해 왔다. 독재에 맞서 싸운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양심으로,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1975), 국제시인회의 위대한 시인상(1981), 크라이스키 인권상(1981) 수상 및 이산문학상(1993), 정지용문학상(2002), 만해문학상(2002), 대산문학상(2002)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좌교수, 영남대학교 석좌교수, 명지대학교 석좌교수, 동국대학교 생태환경연구센터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석좌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