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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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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그리스 신화 속 '사이렌의 노래'로 시작되는 소설 읽기의 새로운 여정. 호메로스 『오디세이아』와 카프카 「사이렌의 침묵」을 대조하며, '화이트 노이즈'라는 독특한 개념을 소설 텍스트에 접목시킨다.
화이트 노이즈란 전화 혼선 때처럼 가까이서 들려오지만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소리다. 소설 속에도 이런 화이트 노이즈가 존재한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독자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텍스트, 독자 스스로 되돌아가 새롭게 읽게 되는 구절들이다.
전형화된 읽기와 철학적 해석을 배제한 채, 텍스트 안의 단어와 구절을 음미하며 독자만의 해석을 모색한다. 카프카, 괴테, 플로베르 등 세계문학 고전을 관통하며 먹기와 굶기, 사랑과 욕망, 냄새와 식인이라는 독특한 주제들을 탐험한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핵심은 전복적 읽기다. 호메로스와 카프카의 사이렌 이야기를 비교하며, 아도르노와 블랑쇼의 상반된 해석을 다룬다. 아도르노는 오디세우스가 사이렌을 통과하면서 진짜 예술이 죽고 가짜 예술이 탄생했다고 보았다. 반면 블랑쇼는 상상적 노래, 즉 소설의 진정한 예술이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카프카 『단식광대』의 굶기와 먹기, 『변신』의 음식과 음악을 통해 언어화될 수 없는 것들을 포착한다. 단식광대는 '미지의 음식'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이는 문화 외부에 존재하는 본래의 식욕 발견과 연결된다. 또한 지라르의 욕망 삼각형 구조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마담 보바리』를 분석한다. 베르테르의 손과 눈물, 엠마 보바리의 일루전 등 세밀한 텍스트 분석으로 숨겨진 의미를 발굴한다.
■ 추천대상
늘 같은 방식으로만 소설을 읽어왔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권한다. 고전을 여러 번 읽었지만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독자, 카프카나 괴테가 난해하게 느껴졌던 독자들에게 적합하다.
문학을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좋다. 아도르노, 블랑쇼, 니체, 라캉 등 현대 사상을 소설 읽기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배운다. 이론 나열이 아니라 텍스트에 밀착하여 구체적 문장에서 의미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유익하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언어로 상상을 실제로 바꾸는 과정 등 창작의 본질을 성찰할 수 있다.
■ 수강팁
소설을 먼저 읽고 듣길 권한다. 호메로스 『오디세이아』(천병희 역), 카프카 『단식광대』『변신』『사이렌의 침묵』,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쥐스킨트 『향수』 등을 미리 읽으면 이해도가 높아진다.
강의 속도가 느린 편이므로 2배속을 권한다. 강의록은 구어체를 그대로 옮겨 완벽하지 않으니 음성 강의 위주로, 강의록은 보조 자료로 활용하라. 반복 수강을 추천한다. 화이트 노이즈나 욕망 삼각형 같은 핵심은 여러 번 들으며 체득해야 한다.
■ 수강후기에서
"텍스트를 새롭게 보게 된다"는 평이 압도적이다. 다른 강좌들이 기존 연구서 나열에 그치는 반면, 이 강의는 독창적 해석이 돋보인다. 텍스트에 밀착한 치열한 읽기에서 나온 해석이라는 점에서 신뢰받는다.
"1강 사이렌의 노래가 매미처럼 머리에 붙어 울어댄다"는 표현처럼, 강의 울림이 오래 지속된다. 문학은 정답이 없으며 독자마다 다르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한다. 카프카가 난해했던 독자들이 이 강의로 카프카의 서늘한 세계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후기도 많다.
반복되는 내용이 있지만, 그 반복 속에서 개념이 명확해지고 깊어진다. "소설 읽기는 유희가 아니라 의무를 지키는 것, 괴롭지만 즐거울 수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으며, 문학 태도 자체를 변화시킨다.
■ 마치며
소설의 미로에서 길을 잃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통로를 발견하고, 작가조차 의도하지 않은 의미를 만나는 것이 독서의 진정한 즐거움이다. 화이트 노이즈처럼 명확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무엇, 멀리서 들려오지만 내면 깊숙이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듣는 법을 배우게 된다.
호메로스에서 카프카로, 괴테에서 플로베르로 이어지는 여정은 명작 공부가 아니다. 텍스트와 대화하는 법, 전형을 깨고 나만의 해석을 만드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다. 불명확함 속에서도 머물 수 있는 능력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자질이다. 소설 읽기는 삶 읽기이며, 화이트 노이즈 듣기는 내면 듣기다. 18강 끝에, 당신은 전과 다른 눈으로 소설을 보게 될 것이다.
김진영(인문학자, 철학아카데미 대표)
고려대 대학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University of Freiburg)에서 아도르노와 벤야민, 미학을 전공하였다. 바르트, 카프카, 푸르스트, 벤야민, 아도르노 등을 넘나들며, 문학과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수강생들로부터 ‘생각을 바꿔주는 강의’, '인문학을 통해 수강생과 호흡하고 감동을 이끌어 내는 현장', ‘재미있는 인문학의 정수’라 극찬 받았다. 또한 텍스트를 재해석하는 독서 강좌로도 지속적인 호평을 받았다. 현재 홍익대, 중앙대, 서울예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사)철학아카데미의 대표를 지냈다. 2018년 작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