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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된 성 관념을 넘어서
성을 둘러싼 담론에는 금기와 억압이 넘쳐난다. 성은 아름답다? 이 문구는 우리에게 왜인지 형용모순처럼 들린다. 오늘날 성은 아름답기보다 문제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결혼이나 일부일처제와 같은 제도 속에서 성은 허용되고 추구할 만한 것이지만, 그 테두리를 벗어나면 도덕과 윤리에 대한 위반으로 간주한다. 본 강좌는 이렇듯 성기 중심으로 축소된 성에 대한 관념들로부터 인간 주체의 신비와 초월, 황홀과 희열로 나아가는 ‘에로스적 주체’에 대한 이해를 촉구한다. 이는 우리 존재의 가벼움을 치유하는 비결과 멀지 않다.
생명의 주체, 성적 주체, 그리고 에로스적 주체
성을 주체와 연관지어본다면, 생명의 주체와 성적 주체 그리고 에로스적 주체로 나뉜다. 생명의 주체가 사회 전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과 생식의 주체라면, 성적 주체는 재생산을 넘어서 성을 향유하는 주체다. 성적 주체가 생명의 주체보다 성에 있어 해방적이긴 하지만, 에로스적 주체야말로 주체의 존재 자체를 통째로 바꿔버릴 그 무엇이다. 에로스적 주체는 삶을 에워싸는 사실들의 과잉과 의미의 결핍 속에서, 삶 자체가 지닌 감각적인 강렬함을 감각하고 열렬히 추구한다. 본 강좌는 이러한 에로스적 주체로의 불가능성의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하길 요구한다.
성 담론의 여러 시각들
창세기의 선악과, 오이디푸스의 근친상간, 길가메쉬 서사시에 등장하는 창녀 등 성 담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에 필적한다. 본 강좌는 이러한 성에 대해 각자의 시선에서 이론을 펼친 네 명의 학자들을 만난다. 헬렌 피셔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섹스와 ‘성의 계약’이 가족의 출현이라고 설명한다. 앤서니 기든스는 ‘가소적 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성애적 결혼의 맥락을 넘어서고 친밀성과 순수한 관계에 대해 말한다. 카트린 밀레는 자신의 성적 주체로서의 과감하고 자유분방한 세계로 초대한다. 빌헬름 라이히는 성을 부정하는 문화의 인공적인 산물 대신 오르가즘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들의 주요 저작을 통해 현대인으로 산다는 것과 성의 문제 그리고 가족, 사회, 자본주의 간의 또 다른 시각과 관계들을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총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E. 후설의 발생적 지각론에 관한 고찰」로 석사 학위를, 「현상학적 신체론: E. 후설에서 M. 메를로-퐁티에로의 길」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민을 위한 대안철학학교 <철학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며, 한국프랑스철학회 회장, 한국현상학회 이사, 한국예술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주로 형상학적인 몸 현상학을 바탕으로 존재론, 예술철학, 매체철학, 고도기술철학, 사회 정치철학 등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