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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적 상상력에서 기계주의 세계관으로
기술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기계에 대한 인식은 확장되고 변모해왔다. 우리는 이제 기계가 만들고 기계로 둘러쌓인, 기계들의 세상에 살고 있다. 이제 기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또 하나의 자연으로, 인간과 함께 공진화하며 미래를 가속하는 행위자로, 인간 이전부터 존재했고 인간 이후에도 존재할 탈 인간화된 객체-주체로 인식된다. 이 다양한 기계들의 얼굴은 일찍부터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해왔고 이제는 기술과 기계, 인간 자신에 대한 새로운 태도, 새로운 존재론과 세계관을 요청하고 있다.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을 넘어
기계에 매혹된 우리는 새로운 인식과 욕망에 부합하는 태도와 세계관을 생산해 왔다. 변화의 가속을 열망하는 미래주의, 기계화된 육체와 물신화된 기계에 대한 도착적 욕망을 담고 있는 트랜스휴머니즘, 그리고 인간 없는 기계들의 세상을 사유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의 새로운 객체지향적 존재론까지. 그러나 기계주의 세계관의 다양한 파노라마를 여행하는 것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인식과 욕망의 변형을 통해 새로운 실천적 태도를 모색하는 것에까지 이를 것이다. 무지의 예속을 벗어나 놀이하며 위반하고 파괴하며 창조하는 게이머로서의 해커를 만나고, 기계주의 시대를 살아갈 미학적 윤리의 가능성을 따져 보자.
기계들의 세상을 여행할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기계만큼이나 친숙하면서도 낯선 기계주의의 세상을 여행하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진 않다. 이 세상의 도래를 일찍이 알아차리고 매혹되었던 예술가들과 이론가들의 숫자만큼이나 기계주의의 신세계는 다채로운 풍광을 드러낼 것이다. 필요한 것은 이 파노라마의 여정을 잘 짜서 우리를 안내해 줄 가이드뿐이다. 총 5회의 짧은 강좌이지만 우리가 함께 보고 생각해 볼 요소는 다 챙겨 넣었으니, 능숙한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강좌-기계’를 함께 완성해 보자.
오영진 (한양대학교 에리카 한국언어문학과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국문과에서 현대시, 그 중에서도 김수영에 집중해 공부했다. 문학과 문화를 오고가며 강의와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언어와 신체,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신체성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양대학교 에리카 한국언어문학과 겸임교수이자 수유너머 104 연구원. 그리고 문화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함께 썼고, 「거울신경세포와 서정의 원리」, 「김수영과 월트 휘트먼 비교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