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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는 될 수 있거든 봉쇄하여 버리오. 도스토예프스키 정신이란 자칫하면 낭비일 것 같소.
허구이나 허구가 아닌 이야기
소설은 허구이다. 그런데 왜 허구인 소설을 읽어야 하나? 그것이 도대체 무엇을 말해주기에?
그동안 우리 문학은 다소 일원적인 해석에 머물러 왔다. 이러한 원인에는 우리 민족이 보낸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6·25전쟁 후’라는 시기가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주변국의 욕망에 침략당하고 좌우된 역사. 그리고 그 시간을 거치며 피어오른 문학의 암흑기. 그 속의 인물들은 여전히 허공을 맴돌며 당신을 불편하게 한다. 우리 문학을 이렇게 부정적인 프레임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것일까?
이 강좌는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기존의 문학 작품 해석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한다.
“무정(無情)한 세계를 버리고 유정(有情)한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광수가 자신의 작품 『무정』 에 남긴 말이다. 작품 창작 당시 이광수는 자신이 무정한 세계에 직면해 있다고 여긴 것일까? 그렇다면, 무정에서 유정으로의 이행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의 목소리는 단순히, 우매함을 벗고 신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나라를 일으킬 수 있으리란 주장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다면, 무정과 유정은 구식과 신식의 의미, 그 이상은 가질 수 없는 것인가?
방민호 교수는 말한다.
"이광수의 무정이 세상에 나온 지 벌써 백 년 가까이나 됐다. 그런데 세상에는 여전히 우자생존(優者生存)을 믿는 우자(愚者)들이 많다. 달은 차면 기우는 것이요, 기운 달은 다시 차오르니, 강하고 약함이란 모두 한때의 거품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1]
“자넨 자네의 지조의 경도(硬度)를 시험 받을 적극적 기횔 가져보지 못한 사람. 합격품인지 불합격품인지 아직 그 판이 나서지 않은 미시험품” -채만식, 「민족의 죄인」 중
이 말에 따르면, 당신은 친일문학인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일제 강점기를 겪어보지 않은 세대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하는가? 채만식의 작품은 스스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인가, 아니면 구차한 자기 변명에 불과한가?
이렇듯 이 강좌는 당대의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한국 문학의 모습과 작가들의 고뇌를 파헤친다.
2강 예술 지상주의의 계보를 찾아서 : 임노월과 김동인의 반란
개화기 우리 문학의 과제는 ‘자주적 근대화를 이루는 것’뿐이었을까? 그동안 우리 문학은 ‘문학이란 이것을 표현해야 한다’는 틀에 갇혀 획일적인 해석에만 머물러 왔다. 그러나 때로 예술은, 예술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존재한다는 것. 이제 문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지녀, 예술지상주의의 계보를 찾고자 한다.
3강 다시 계보, 한국 여성 소설의 계보학 : 나혜석, 김명순, 김일엽에서, 최정희, 강경애
여성 소설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강좌에서 ‘한국의 여성 소설에 나타나는 근대성’과 ‘소설을 통해 여성 작가들이 제기하려고 했던 문제’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제 1세대 여성작가들이 지닌 그 혁명적 움직임을 따라가보자.
4강 경성 모더니즘이란 무엇인가? : 구인회 모더니즘을 넘어서
식민지 시대 경성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박태원의 작품을 중심으로, 경성을 주 무대로 하여 발흥한 경성 모더니즘의 개념과 지표를 살펴본다. 당시의 문학을 보편성과 고유성이라는 맥락에서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5강 이식인가? 내재적 발전인가? : 임화 문학사론의 난경
이식문학론으로 악명 높은 시인이자 평론가, 문학사가 임화!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임화의 이식문학론을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한다. 더불어, 당대 우리 문학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도 탐구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6강 일제 말기를 넘어서는 두 방법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작품 활동을 한 시인 백석. 그가 번역한 토머스 하디의 작품 『테스』. 그리고 집요하게 한국의 두꺼비 설화에 파고들었던, 순수문학과 민족문학의 거목 김동리. 그들은 왜 『테스』 번역과 두꺼비 설화에 매달렸던 것일까?
열악한 식민지 시대에도 대일 협력에 빠지지 않고 일제 강점기를 넘어선 백석과 김동리.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문학적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이들을 통하여 식민지 문학의 내면 풍경을 탐색해 본다.
7강 “민족의 죄인”인가, “죄인의 민족”인가? : 채만식의 “대일협력” 또는 “친일”?
때로 문학은 정치적 색깔을 담고 있다. 친일문학도 이에 속할 것이다. 그런데 ‘친일’의 개념을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친일문학이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연구 방법에 있어서는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이 미비한 상태이다. 이 강좌는 친일문학에 대한 해석과 평가에 관한 문제를 날카롭게 다루어 문학을 읽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할 것이다.
8강 그는 왜 한국을 떠났나? : 손창섭, 그 메토이코이의 문학
한국 문학의 고독한 회의주의자, 폐질환으로 투병하다 쓸쓸히 생을 마감한 손창섭. 그는 전후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전후 사회의 부조리와 소외된 삶, 허무주의를 날카롭게 표현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문학에서 ‘전후 문학’이라 부를 수 있는 범위는 어떻게 산정되는 것일까? 손창섭의 작품을 중심으로 1950년대 문학의 특징과 작가들의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한다.
획일적인 해석에 빠져 봉쇄될 뻔했던 문학 속 쟁점들. 기존의 통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문학사 항해. 역사와 함께 흘러온 한국의 현대문학 10장면을 만나보자.
[이미지 출처]
이광수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Lee_Kwang-su.jpg
『무정』 초판본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EB%AC%B4%EC%A0%95_%EC%B4%88%ED%8C%90%EB%B3%B8.JPG
궁성요배 http://ko.wikipedia.org/wiki/%EA%B6%81%EC%84%B1%EC%9A%94%EB%B0%B0
[1] ‘우자생존’의 시대, 경인일보, 2013-10-11,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74127,2014-10-13
방민호(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방민호는 같은 대학 국문학 석·박사 학위를 마친 뒤, 1996년 실천문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그는 2003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부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2005년 서정시학 편집위원, 2007년 계간 아시아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와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인 그의 연구서로는 『일제말기 한국문학의 담론과 텍스트』,『채만식과 조선적 근대문학의 구상』, 『한국 전후문학과 세대』 등이 있고, 시집 『나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와 수필집 『명주』가 있다. 또한 방민호는 청소년들을 위한 각종 참고서와 자습서들을 출간하면서 한국 문학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