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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라는 문제작
괴테는 『파우스트』를 평생에 걸쳐 고쳐 썼다. 10만 행이 넘는 장편의 서사시인 이 작품은 시적인 문체, 서로 너무나 상이한 제1부와 2부라는 특이한 구성, 방대하면서도 산만해 보이는 내용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쉬운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파우스트』는 최고의 문학 작품 중 하나이며, 괴테의 모든 것이 담긴 역작이 틀림없다. 괴테는 근대와 근대인에 대한 자신의 세계인식을, 평생 추구해온 삶의 질문을 이 한 권에 담아내려 했고 그로 인해 지금도 『파우스트』는 쉽게 정복되지 않으면서도 평생에 한 번은 읽어봐야 할 고전 중의 고전으로 남아있다.
근대의 초인 파우스트
파우스트는 근대적 영웅이다. 그는 자신의 무한한 지식욕과 현실적 가능성 앞에서 좌절해 죽음을 선택하려 했고,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서까지 그 욕망의 끝을 보려고 하는 역동적인 인간이다. 그는 과거를 딛고 새로운 진리를 찾아 방황하는 여정의 존재이며, 자신과 함께 세계를 변화시키고 그 행동의 결과로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비극적 인물이기도 하다. 요컨대 파우스트는 괴테가 한 인물 안에 압축시킨 근대인의 모든 본질적인 욕망과 모순을 상징하며, 근대의 위대함과 초라함, 자기 파멸적인 어리석음과 숭고한 헌신의 가치를 모두 담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행동하는 인간의 위대한 여정이 아무리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그 노력과 헌신이 스스로를 구원할 것이라는 괴테의 믿음과 소망을 보여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작품 속으로, 작품 밖으로
이동용 선생의 『파우스트』 강독은 선생의 다른 강독 강좌처럼 작품의 내부와 외부를 넘나들며 중요한 모티프들과 우리를 연결시켜주는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 파우스트를 통해 그려내고자 한 고대와 중세, 근대라는 거대한 시대적 스펙트럼을 가로질러, 괴테의 시대인 18세기와 현재가 여전히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답을 찾는 존재들의 시대라는 연속성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구원을 찾을 것인가. 단순히 문학사의 목록에 실려있는 고전이 아니라, 우리 삶을 위해 만나고 대화해야 하는 실존적 삶의 준거가 되는 고전으로서, 『파우스트』를 함께 읽어 보도록 하자.
이동용(인문학자)
건국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에서 「릴케의 작품 속에 나타난 나르시스와 거울」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2015년 9월에는 『한국산문』 제113회 신인수필상 공모에 「오백원」이 당선되어 수필가로 등단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쇼펜하우어, 돌이 별이 되는 철학』, 『니체와 함께 춤을』,『나르시스, 그리고 나르시시즘』, 『바그너의 혁명과 사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