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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적(魔的)인 존재로서의 감각
언어적인 개념의 세계이건 예술적인 감흥의 세계이건, 그 출발점은 감각이다. 감각은 욕망, 충동, 감정, 정서 등을 느끼는 개인의 내부로부터도 오고, 외부 사물에 대한 지각이나 직접적으로 개인의 신체를 자극하는 외부로부터도 온다. 감각은 우리의 안팎을 사로잡는 거대하면서 동시에 집중적이고, 눈에 보이면서 동시에 눈을 벗어나 보이지 않는 것이기도 하며, 고정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계속되는 떨림으로 넘쳐난다. 그런 의미에서 감각은 마적(魔的)인 사건으로서의 존재다.
감각과 철학적 시선
그렇다면 철학자들은 감각을 어떻게 보았을까? 칸트는 대상(사물)이 우리에게 감각을 촉발하지만, 그의 미감적 판단의 세계에서 대상이나 예술의 ‘미’는 목적이나 유용성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아름다워야 한다. 노동과 감각의 필연적 연관성을 눈여겨본 마르크스는 감각적 의식의 대상인 인간이 사적 소유에 의한 소유 감각에 젖어버린 탓에 다른 감각들이 소외되었다고 지적한다. 니체는 그리스 비극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통해 근원적인 힘과 역동성을 가진 디오니소스적 감각과 형식으로 형상화되는 아폴론적 방식의 관계를 알려준다.
숭고, 해방, 디오니소스
본 강좌의 1-2강은 『판단력 비판』을 바탕으로 칸트의 감각론과 숭고를, 3-4강은 『경제학·철학 수고』를 바탕으로 마르크스의 감각해방론을, 5-6강은 『비극의 탄생』을 바탕으로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을 일별하게 한다. 그들의 감각에 대한 고찰은 칸트의 순수하고 건조한 형식주의를, 마르크스의 전면적이고 심오한 감각의 세계에 대한 관심을, 니체의 예술의 원천과 형성의 원칙에 대한 입장을 알려줌으로써, 우리의 감각과 예술에 대한 시선의 확장을 돕는다.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총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E. 후설의 발생적 지각론에 관한 고찰」로 석사 학위를, 「현상학적 신체론: E. 후설에서 M. 메를로-퐁티에로의 길」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민을 위한 대안철학학교 <철학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며, 한국프랑스철학회 회장, 한국현상학회 이사, 한국예술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주로 형상학적인 몸 현상학을 바탕으로 존재론, 예술철학, 매체철학, 고도기술철학, 사회 정치철학 등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