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겁게 논쟁되는 영역이다. 선거철마다 쏟아지는 공약들, SNS를 달구는 정책 논쟁, 뉴스 댓글란의 격렬한 공방. 그러나 이 모든 논의가 생산적인가? 한국 정치는 여전히 비이성적이고 낙후된 영역으로 남아 있다. 문제는 우리에게 정치적 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철학적 토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강좌는 정치철학의 주요 쟁점들을 체계적으로 탐구하는 12주 입문 과정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왜 정당한가, 혁명은 언제 허용되는가, 보수와 진보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이런 근본 질문들에 대해 고대 그리스부터 21세기까지 철학자들이 제시한 답을 비교 검토한다. 단순히 이론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쟁점마다 대립하는 입장들의 핵심을 명료하게 정리하여 이론적 지형 전체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둔다.
무엇보다 이 강좌는 현재 한국 사회의 정치 담론과 직접 연결된다. 80년대 변혁론 논쟁, 시민사회의 역할, 성과 정치의 문제 등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정치적 현실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진다.
■ 강의특징
첫 번째 특징은 쟁점 중심의 구성이다. 정치철학을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대신, 국가와 시민사회, 민주주의, 이데올로기, 혁명론, 전쟁론, 성과 정치 등 핵심 쟁점별로 재구성했다. 각 쟁점마다 고대의 전통적 접근에서 시작해, 근대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 그리고 20세기 탈근대 이론까지 망라한다. 예컨대 국가론을 다룰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폴리스 개념, 홉스와 루소의 사회계약론, 칸트의 법치국가론을 비교하며, 각각이 전제하는 인간관과 정치관의 차이를 명확히 한다.
두 번째는 경쟁하는 패러다임의 대비다. 이 강좌는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 다원주의라는 세 가지 거대 패러다임을 축으로 삼는다. 같은 민주주의를 놓고도 자유주의는 개인의 권리 보장을, 마르크스주의는 실질적 평등을, 다원주의는 차이의 인정을 강조한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면 현실 정치에서 왜 같은 단어가 다르게 해석되는지, 왜 합의가 어려운지 보인다. 보수와 진보의 개념도 이런 틀에서 분석된다. 이들은 단순히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을 대표한다.
세 번째는 한국 정치 현실과의 접목이다. 이론은 공허한 사변이 아니라 현실을 해명하기 위한 도구다. 강의는 80년대 한국의 변혁론 논쟁을 다루며 혁명론의 이론적 배경을 검토하고, 하버마스의 공론장 개념을 통해 한국 시민사회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또한 성과 정치 파트에서는 알튀세르의 미시정치 이론을 바탕으로 젠더와 권력의 관계를 분석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정치 담론의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
■ 추천대상
이 강좌는 무엇보다 정치에 관심 있지만 피상적 논쟁에 지친 모든 이에게 필요하다. 뉴스를 볼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 정치 토론에서 감정적 대립을 넘어 본질을 파고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강좌가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사회과학 전공자나 관련 직업군에게 특히 유용하다. 정치학, 사회학, 행정학을 공부하지만 철학적 기초가 약하다고 느낀 이, 언론인이나 정책 연구자처럼 정치 현상을 분석하고 글을 써야 하는 이들에게 이론적 준거를 제공한다. NGO 활동가나 시민단체 종사자에게도 자신의 실천을 성찰할 철학적 기반이 된다.
철학 전공자나 교양인에게도 권한다. 정치철학은 형이상학이나 인식론만큼이나 철학의 핵심 분야다.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루소의 『사회계약론』, 롤스의 『정의론』 등 철학사의 주요 텍스트들이 모두 정치철학과 연결되어 있다. 이 강좌는 이런 고전들의 문제의식을 쟁점별로 재배치하여 이해를 돕는다.
논술이나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 특히 인문·사회 계열 진학을 앞둔 학생에게도 유익하다. 정치철학의 주요 개념과 논쟁은 논술 문제의 단골 소재다. 박정하 교수는 EBS 논술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한 논술 전문가이기도 하다.
■ 수강팁
정치철학은 추상적인 듯하지만 실은 구체적이다. 각 강의를 들으면서 현재 한국 사회의 정치 이슈를 떠올려보길 권한다. 1-3강에서 정치철학의 기본 개념을 배운다면, 최근 뉴스에서 다룬 정책 논쟁 하나를 선택해 그 속에 어떤 정치철학적 전제가 깔려 있는지 분석해본다.
4-6강의 국가와 시민사회 파트는 개념이 복잡할 수 있다. 사회계약론을 배울 때는 홉스, 로크, 루소가 각각 전제하는 '자연 상태'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의 인간관 차이가 국가관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을 이해하면 전체 그림이 보인다.
7강 민주주의론은 특히 중요하다. 민주주의에 대한 정당화 이론들(내재적 정당화 vs 도구적 정당화)을 비교하며 자신은 어떤 근거로 민주주의를 지지하는지 생각해본다. 8-9강의 이데올로기론도 마찬가지다. 마르크스의 이데올로기 개념은 어렵지만, 일상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념들을 의심해보는 연습으로 접근하면 이해가 쉽다.
10-12강의 혁명론, 전쟁론, 성과 정치는 다소 도전적인 주제들이다. 이 부분은 강의를 여러 번 듣거나, 관련 뉴스 기사나 논문을 찾아 읽으며 보충하는 것이 좋다.
■ 수강후기에서
"정치 뉴스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정치인들의 발언 뒤에 숨은 철학적 전제를 파악하게 됐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보수와 진보 개념을 철학적으로 분석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12강이라는 분량이 부담스러웠지만, 각 쟁점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어 소화하기 좋았다"는 의견도 있다. 쟁점별 구성 덕분에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해서 듣기도 용이하다.
다만 "철학적 배경이 없으면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칸트나 마르크스 파트는 해당 철학자의 기본 사상을 미리 알고 있으면 훨씬 수월하다. 입문 강좌지만 일정 수준의 철학적 소양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 정치 현실과 연결되는 부분이 특히 유익했다. 80년대 변혁론 논쟁을 다룬 것은 우리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는 평도 있다.
■ 마치며
정치철학은 사치가 아니다. 민주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일이다.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 어떤 정책을 지지할 것인가, 불의한 법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이런 판단에는 반드시 철학적 전제가 깔려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전제를 의식하지 못한 채 판단한다는 것이다.
박정하 교수는 서울대에서 칸트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성균관대 교수이자 철학아카데미 공동대표, 한국철학올림피아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아일보 논술 칼럼 연재와 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경력은 그가 철학을 대중과 소통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80년대만 해도 정치철학은 지하대학에서 더 활발히 논의됐다. 이제 우리는 자유롭게 정치철학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롭다고 해서 저절로 생산적인 담론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새로운 정치철학의 담론을 형성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이 강좌는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강사소개
박정하(철학자, 성균관대 교수)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칸트 역사철학에 있어서 진보의 문제」로 석사학위를, 「칸트의 인과이론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에 논술 칼럼을 연재하고, EBS 논술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성균관 대학교 학부대학 교수 및 철학아카데미 공동대표, 한국철학올림피아드 집행위원장, 한국사고와표현학회 회장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