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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번역이란 무엇일까? 작가가 원문에서 구현하려 한 어떤 세계 전체를 충실히 그러나 때로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창조적으로 파괴하듯’ 옮기는 일일 수 있다. 좋은 번역을 위한 수많은 이론과 담론이 넘쳐나지만, 결국 번역은 번역가가 해낸 실질적 수행물로 평가될 뿐이다.
번역의 어려움과 희열
번역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우선 단어와 문법부터가 문제가 된다. 문형의 문제 또한 중차대하다. 외국어 문장의 형태를 해체하여 우리말로 재조합하는 실력이 단어와 문법에 대한 지식 못지 않게 요구된다. 낱말 뒤에 숨어 있는 상징적 의미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원작가의 호흡법과 문체, 그 독특한 분위기를 어떻게 살려야 하는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그 과정은 마치 언어라는 먹잇감과 대결하는 사냥꾼의 맹렬한 추격과도 같다. 언어와 언어의 대결은 고통과 희열을 동시에 제공한다.
읽기-번역하기-쓰기
이 강의는 번역자에게 주어지는 과제와 난제들을 예시하며 구체적인 번역의 실제 사례를 통해 번역을 이론이 아닌, 수행적 체험으로서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메타모르포즈 현상을 경험해 보게 될 것이며, 읽기와 번역하기, 쓰기가 제각기 동떨어진 개별적 행위가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등위적이고 동시적인 일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번역이 나의 글쓰기를 도래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헤라클레스적인 불가능의 과제에 도전해 보자.
※강의에서 사용된 자료는 메일(webmaster@artnstudy.com)로 요청 시 수강회원에 한해서 보내드립니다
류재화(번역가, 고려대학교 불문학과 강사)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누벨대학에서 파스칼 키냐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프랑스 문학 및 역사와 문화, 번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파스칼 키냐르의 『심연들』 『세상의 모든 아침』,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달의 이면』 『오늘날의 토테미즘』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 『보다 듣다 읽다』, 발자크의 『공무원 생리학』 『기자 생리학』, 모리스 블랑쇼의 『우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