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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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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그리스 비극의 3대 거장이 남긴 불멸의 작품들을 직접 읽고 분석하는 시간이다. <아가멤논>, <오이디푸스 왕>, <메데이아> 등 서양 정신의 심연을 드러내는 대표작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2,500년 전 그리스인들이 마주했던 고통과 운명, 정의와 복수의 문제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단순히 작품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김상봉 교수는 각 작가가 비극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그들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변화해갔는지를 철학적·미학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조명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출발해 아테네 법정으로, 다시 개인의 내면으로 침잠해가는 그리스 비극의 여정을 함께 걷게 된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 하나하나를 철학적 텍스트로 읽어낸다는 점이다.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통해서는 복수에서 법으로 이행하는 서양 이성의 탄생을 목격하고,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3부작에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대적 자아의 물음을 발견한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들은 더 이상 신에게 기댈 수 없는 인간의 심리적 고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강의는 작품 원문을 꼼꼼히 따라가며 주요 장면과 대사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같은 소재를 다룬 세 작가의 <엘렉트라>를 비교하는 마지막 강의는, 각 작가의 세계관이 얼마나 다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백미다. 니체, 헤겔, 횔더린 등 후대 철학자들의 해석도 함께 다루며 입체적 이해를 돕는다.
■ 추천대상
그리스 비극을 이름만 들어봤지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안티고네 정도만 어렴풋이 아는 상태라면, 이 강의를 통해 원전이 가진 진짜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인문학 독서 모임에서 그리스 비극을 다루려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할 강의다. 서양 철학의 근본 물음들―주체와 타자, 이성과 운명, 정의와 사랑―이 모두 이 비극 작품들 속에 씨앗처럼 박혀 있기 때문이다. 문학이나 연극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비극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수강팁
강의 전에 작품을 미리 읽어두면 좋지만, 필수는 아니다. 강사가 줄거리와 주요 장면을 충분히 설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작품을 먼저 읽고 오면 강의 내용이 훨씬 깊이 있게 다가온다. 단국대 출판부에서 나온 세 작가의 비극 전집이 좋은 참고 자료다.
김상봉 교수의 <그리스 비극론 I>을 먼저 듣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1편에서 그리스 비극의 전체적인 틀과 배경을 이해한 후 이 강의를 들으면, 개별 작품들이 전체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훨씬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두 강의를 연달아 듣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특히 오이디푸스 왕 부분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단순한 자기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이성의 빛으로 자신의 어둠을 직면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임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한 수강생은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찌르는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를 통해 현대 사회의 여성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전했다. 2,500년 전 작품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는 점에서 그리스 비극의 현재성을 실감했다는 반응이다. 다만 강의가 상당히 철학적이고 깊이가 있어서, 처음에는 따라가기 벅찰 수 있다는 조언도 있었다.
■ 마치며
그리스 비극은 단지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물음들―고통의 의미, 운명과 자유, 정의란 무엇인가―을 가장 강렬한 형태로 담아낸 작품들이다. 이 비극들은 해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은 물음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김상봉 교수는 23시간이 넘는 긴 여정 동안, 이 물음들과 진지하게 씨름하도록 안내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끝까지 따라간 사람들은 서양 정신의 뿌리를 만났다는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뿌리가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상봉(전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