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예술은 근대의 발명품이지만 근대적 이성에 포섭되지 않았고, 오히려 근대에 물음을 던지며 새로운 사유를 배태시켰다. 이 강좌는 예술의 미적 모더니티가 어떻게 철학의 장에서 모더니티 비판과 극복으로 전개되었는지, 네 명의 철학자를 통해 톺아본다.
메를로-퐁티와 세잔, 하이데거와 횔덜린, 리오타르와 바넷 뉴먼, 블랑쇼와 말라르메. 8강 32교시에 걸쳐 네 쌍의 만남을 추적한다. 중요한 것은 철학자들이 자신의 철학을 예술에 응용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들의 철학이 예술이라는 사건의 결과이자 다른 표현이었다.
메를로-퐁티는 세잔의 그림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모호성을 포착하며 육체의 현상학을 심화시켰다. 하이데거는 횔덜린의 시를 통해 존재망각의 시대에 존재의 진리를 탈은폐하는 길을 찾았다. 리오타르는 바넷 뉴먼의 추상 회화에서 표현 불가능한 것을 증언하는 숭고의 사건을 목격했다. 블랑쇼는 말라르메의 시어에서 말할 수 없지만 말해야 하는 것들, 타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강좌를 통해 예술과 철학이 같은 사태를 포착한 평행과 교차의 지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예술로 가는 길이 곧 철학으로 가는 또 다른 숲길임을 경험하게 된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예술을 철학의 도구가 아닌 '사건'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철학 강의가 예술을 철학 개념의 예시로 사용한다면, 이 강의는 예술 작품이 철학적 사유를 촉발하는 근원임을 보여준다. 세잔의 붓질 하나하나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을 탄생시킨 계기였다는 관점은 예술과 철학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한다.
네 개의 사례 연구는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큰 주제로 묶인다. 바로 미적 모더니티가 모더니티 비판의 힘과 계기를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주관과 객관의 이분법(메를로-퐁티), 존재망각과 표상의 지배(하이데거), 거대 서사의 종말(리오타르), 주체의 해체(블랑쇼) 등 근대성 비판의 핵심 주제들이 모두 예술이라는 사건을 통해 드러난다.
강의는 철학자의 핵심 개념을 깊이 있게 다룬다. 현상학, 지각, 육체, 살(chair), 존재 물음, 탈은폐, 포스트모더니즘, 숭고, 바깥의 사유, 타자의 목소리 등 현대 철학의 주요 개념들이 총망라된다. 각 강의가 100분 내외로 길고 논리적 전개가 치밀하여 학부 수준을 넘어서는 깊이를 제공한다.
동시에 구체적인 예술 작품 분석도 병행한다. 세잔의 모호한 붓질, 횔덜린의 시구, 바넷 뉴먼의 단색 캔버스, 말라르메의 절대적 언어 등이 시각 자료와 함께 제시되어 추상적 개념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 추천대상
이 강좌는 예술과 철학에 깊이 천착하려는 이들에게 추천하지만, 특히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적합하다.
먼저 현대 철학에 관심 있지만 개념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웠던 분이다. 메를로-퐁티, 하이데거, 리오타르, 블랑쇼의 철학을 예술이라는 매개를 통해 접근하면 훨씬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상학이나 존재론, 포스트모더니즘을 공부하려는 분에게 이 강좌는 새로운 입문 방법을 제공한다.
또한 현대 미술이 왜 난해한지 궁금한 분, 추상 회화나 난해한 시의 철학적 의미를 알고 싶은 분에게 유용하다. 바넷 뉴먼의 단색 캔버스가 왜 숭고의 사건인지, 말라르메의 시가 왜 불가능성의 역설인지 이해하게 된다.
미학이나 예술철학을 전공하는 학생, 철학과 대학원생, 예술가나 큐레이터처럼 예술과 철학의 접점을 탐구하는 전문가에게도 적합하다. 14시간이라는 긴 분량과 높은 난이도를 감당할 준비가 된 고급 학습자에게 권한다. 철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옵션 강좌인 '철학이 만난 예술 Ⅱ'나 '현대예술의 철학'을 먼저 듣는 것도 방법이다.
■ 수강팁
8강 32교시, 총 14시간이라는 긴 분량이므로 계획적인 수강이 필수다. 주 1강씩 두 달에 걸쳐 완강하는 것을 권한다. 각 강의가 94~113분 정도이므로 4교시로 나눠 하루에 1~2교시씩 듣는 것이 좋다.
난이도가 높으므로 사전 준비가 도움이 된다. 메를로-퐁티의 경우 현상학 기초 개념(후설, 사태, 지각 등), 하이데거의 경우 존재론 기본 이해, 리오타르의 경우 포스트모더니즘 개념, 블랑쇼의 경우 주체 해체 논의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으면 수월하다. 김동국 강사의 저서 『예술, 진리를 훔치다』를 함께 읽으면 이해가 깊어진다.
1~2강(메를로-퐁티)이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편이고, 7~8강(블랑쇼)이 가장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블랑쇼 부분은 여러 번 반복 청취할 각오를 해야 한다. 3~6강은 중간 난이도다.
강의 중 언급되는 예술 작품을 직접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세잔의 그림, 바넷 뉴먼의 추상 회화 등을 이미지 검색하며 들으면 훨씬 생생하게 와닿는다. 강의록이 제공되므로 핵심 개념을 따로 정리하며 듣는 것도 효과적이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예술이 철학을 낳는 사건'이라는 관점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평가한다. "철학이 예술을 해석하는 도구가 아니라 예술이 새로운 철학적 사유를 탄생시킨다는 점이 매혹적이었다", "예술과 철학이 같은 사태를 포착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각 철학자와 예술가의 만남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후기가 많다. "메를로-퐁티와 세잔에서 '사건으로서의 봄'을 이해했다", "하이데거와 횔덜린에서 존재의 진리를 드러내는 시의 본질을 배웠다", "리오타르와 바넷 뉴먼에서 숭고와 표현 불가능성의 비밀을 깨달았다", "블랑쇼와 말라르메에서 불가능성의 역설을 경험했다"는 평가다.
특히 현대 미술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는 의견이 많다. "추상 회화가 왜 난해한지, 그 난해함 속의 철학적 질문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단색 캔버스가 숭고의 사건이 되는 과정을 철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는 후기가 인상적이다.
다만 높은 난이도와 예술보다 철학 비중이 높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14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과 높은 난이도로 진입 장벽이 높다", "예술 작품의 구체적 분석보다 철학 개념 설명에 집중되어 있다"는 의견이 있다. 특히 블랑쇼 부분은 "가장 난해했지만 가장 강렬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지적 만족도는 최상", "현대 철학 입문의 새로운 방법"이라며 전반적인 만족도는 높다.
■ 마치며
예술과 철학은 서로 다른 영역이 아니다.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사유하려는 충동에 사로잡히는데, 그들은 거의 예외 없이 예술에 매료되고 철학에 천착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같은 것을 말하는, 같은 사태를 포착한 예술과 철학의 평행과 교차를 목격하게 된다.
이 강좌는 그 만남의 현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세잔의 모호한 붓질에서 메를로-퐁티는 주객 이분법을 넘어선 지각의 세계를 발견했다. 횔덜린의 시구에서 하이데거는 존재망각의 시대를 치유할 존재의 진리를 들었다. 바넷 뉴먼의 단색 캔버스에서 리오타르는 거대 서사가 붕괴된 자리의 숭고를 보았다. 말라르메의 언어에서 블랑쇼는 주체가 해체된 자리의 타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우리를 사로잡는 예술의 힘과 본질은 무엇일까. 예술과 철학은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 김동국 강사와 함께 예술로 가는 또 다른 숲길을 걸어보자. 그 길 끝에서 철학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