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회원님은 현재 PC 에서 모바일 버전으로 접속 하셨습니다.
원활하게 이용을 하시려면 PC 버전으로 접속 하시기 바랍니다.

www.artnstudy.com

[닫기]
진중권:감각론으로서의 미학

검색 마이페이지
검색창 닫기

문화예술음악감각론으로서의 미학

■ 강의개요


"오감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진중권 교수가 던진 이 질문에 대부분 시각을 선택한다. 그러자 그가 씨익 웃으며 말한다. "인생을 깊이 아는 사람들은 촉각을 선택하는 법." 이 농담 같은 대답 속에 현대 미학의 핵심이 숨어 있다.


미학(Aesthetics)이라는 단어 속에는 그리스어 '아이스테시스(aisthesis)', 즉 감각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18세기 바움가르텐이 미학을 학문으로 정립할 때, 그것은 미나 예술에 관한 이론이 아니라 '감성론'이었다. 하지만 헤겔에 이르러 미학은 예술철학으로 좁아졌고, 감각은 철학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이 강의는 미학에 잃어버린 영역을 되돌려주는 작업이다. 12강에 걸쳐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감각론의 역사를 추적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왜 시각을 특권화했는지, 중세 기독교가 왜 촉각을 악의 근원으로 경멸했는지, 데카르트의 합리주의가 감각을 어떻게 배제했는지, 그리고 현대 미학이 어떻게 촉각을 부활시키는지를.


감각의 위계질서는 시대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고대에는 시각과 청각이 지배했다. 거리를 두고 대상을 관조하는 감각들이다. 반면 촉각, 미각, 후각은 신체와 물질성에 얽매인 '천한' 감각으로 폄하되었다. 하지만 현대 미학의 두 기둥—유물론적 감각론과 미디어 감각론—은 공통적으로 촉각을 강조한다. 이것은 단순한 학문적 유행이 아니라,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 자체의 변화다.


진중권 교수는 감각론의 역사를 당시 예술과의 관계 속에서 추적한다. 이집트 미술, 그리스 조각, 르네상스 회화, 바로크 예술, 모더니즘 추상화, 미니멀리즘까지. 미술사는 곧 감각의 역사다. 명쾌한 강의와 풍부한 슬라이드 자료가 함께한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매력은 철학사와 미술사를 감각이라는 하나의 프리즘으로 꿰뚫는다는 점이다. 보통 철학사 강의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다루고, 미술사 강의에서는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양식을 분석한다. 하지만 이 강의는 둘을 연결한다. 플라톤의 시각 중심주의가 어떻게 르네상스 원근법으로 구현되는지, 데카르트의 합리주의가 어떻게 고전주의 회화의 명확성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1-4강은 고대 그리스와 중세를 다룬다. 데모크리투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감각론을 꼼꼼히 읽으며, 왜 고대인들이 시각을 최고의 감각으로 여겼는지 이해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론』에서 오감이 어떻게 확립되었는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쾌락이 어떻게 위계화되는지를 본다. 4강에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통해 중세 기독교가 감각을 어떻게 죄악시했는지 확인한다.


5-6강은 감각론의 관점에서 본 서양미술사다. 이집트 미술의 정면성, 그리스 조각의 객관적 비례, 중세 미술의 황금빛 평면성, 르네상스 원근법의 수학적 정확성. 각 시대의 예술을 풍부한 슬라이드와 함께 감상하며, 형과 색, 선과 면, 촉지성과 시각성의 변증법을 이해한다.


7-8강은 근대다. 데카르트의 합리주의가 어떻게 감각을 배제했는지, 고전주의 예술이 어떻게 절대주의 국가의 생체권력과 결합했는지를 폭로한다. 고전주의 회화는 촉지적이고 명확하다. 반면 바로크 회화는 회화적이고 감각적이다. 형과 색의 대결, 선과 면의 투쟁. 미술사는 권력투쟁의 다른 이름이다.


9-10강은 현대다. 모더니즘의 평면성과 추상성, 미니멀리즘의 촉각성, 프랜시스 베이컨의 감각의 폭력. 특히 10강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는 이 강의의 백미다. 기관 없는 신체(CsO), 히스테리, 신에스테지아(공감각), 얼굴 지우기, 동물-되기, 만지는 눈. 들뢰즈의 난해한 개념들이 베이컨의 그림을 통해 생생하게 이해된다.


11-12강은 매체와 감각이다.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맥루언의 매체론, 비릴리오의 속도론. 사진과 영화의 등장이 어떻게 감각의 지형을 바꿨는지, 디지털 미디어가 어떻게 감각을 시뮬레이션하는지를 탐색한다. 미래의 인간은 사이보그인가? 실제 감각과 가상 감각의 존재론적 차이는 무엇인가?


■ 추천대상


미학이나 예술철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이 강의는 필수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감각론의 계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각 철학자의 이론이 당대 예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술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양식사나 도상학이 아니라 감각론의 관점에서 미술사를 재구성하는 이 시도는, 왜 각 시대의 예술이 그런 형태를 가졌는지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현대미술 작가나 큐레이터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9-10강의 미니멀리즘과 들뢰즈 부분은 동시대 미술 실천을 이해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촉각의 부활"이라는 테마는 현대미술의 핵심 화두다.


디자인, 건축, 영상 등 시각예술 전반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영감을 준다. 감각의 위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 이해하면, 자신의 작업에서 어떤 감각을 어떻게 활용할지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철학 일반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이 강의는 철학사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같은 익숙한 철학자들이 감각론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진중권 교수의 팬들에게. 그의 명쾌한 논리, 신랄한 비판, 대중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설명이 빛을 발한다. 어려운 철학 개념도 그의 입을 거치면 이해 가능하고 재미있어진다.


■ 수강팁


12강이 각각 독립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순서대로 듣는 것이 좋다. 고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감각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티마이오스』,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론』과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같은 원전을 곁에 두고 수강하면 더 좋다. 진중권 교수가 인용하는 대목들을 직접 확인하면서 들으면 이해가 깊어진다.


5-6강의 미술사 부분은 슬라이드 자료를 집중해서 보자. 실제 작품을 보면서 형과 색의 문제, 촉지성과 시각성의 문제를 체감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미술관에 가서 실제 작품을 보는 것도 추천한다.


10강 들뢰즈 부분은 가장 어렵다. 들뢰즈의 개념들이 난해하기로 악명 높기 때문이다. 이 강의를 듣기 전에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들을 미리 검색해서 보면 도움이 된다. 이미지가 있으면 개념이 훨씬 쉽게 이해된다.


11-12강의 매체론 부분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면,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맥루언의 『미디어의 이해』를 읽어보자. 짧은 텍스트들이지만 현대 미디어 이론의 고전이다.


진중권 교수의 다른 저서들—『미학 오디세이』 시리즈, 『현대미학강의』—을 병행하면 좋다. 이 강의에서 다루는 주제들을 더 자세히 풀어놓은 책들이다.


■ 마치며


"감성 교육이니 감성 마케팅이니 하며 요즘 들어 감성이 부쩍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2,500년간 감성은 이성의 하위 파트너였다. 플라톤은 감각을 동굴의 그림자에 비유했고, 중세 신학자들은 감각을 악마의 유혹으로 경멸했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며 감각을 의심의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감각은 계속 되돌아왔다. 18세기 바움가르텐이 감성론을 학문으로 정립했고, 20세기 메를로-퐁티가 신체를 철학의 중심으로 가져왔고, 들뢰즈가 감각의 논리를 전개했다. 촉각이 부활하고, 신체가 복권되고, 물질성이 재발견되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는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고대인은 우주를 관조했다.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시각의 시대였다. 하지만 현대인은 세계 속에 던져져 있다. 미디어가 감각을 포위하고, 도시가 신체를 압박하고, 기술이 존재를 재구성한다. 관조의 시대가 끝나고 몰입의 시대가 왔다. 시각에서 촉각으로.


"오감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이 질문은 단순한 사고실험이 아니다. 어떤 감각을 선택하느냐는 곧 어떤 세계관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시각을 선택하면 관조하는 주체가 된다. 촉각을 선택하면 세계와 뒤엉키는 신체가 된다.


이 강의는 감각의 역사를 통해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여정이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어떤 존재로 만드는지. 진중권 교수와 함께하는 이 감각의 오디세이를 통해, 우리는 미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강사소개
교재소개
- 참고문헌
◈ 진중권 『진중권의 현대미학강의-숭고와 시뮬라크르의 이중주』, 아트북스, 2003
◈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1,2,3』, 휴머니스트, 1994
강좌보기
맛보기
수강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