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의록다운
|
■ 강의개요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가. 작가가 한 언어로 구현한 세계를 창조적 파괴를 통해 다른 언어로 옮기는 작업은 헤라클레스의 난제처럼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단어와 문법, 문형과 상징, 구조와 아우라를 모두 고려하며 그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은 고통스러운 만큼 강렬한 변형과 법열의 체험이 된다. 파리 소르본누벨대학에서 키냐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키냐르, 레비스트로스, 블랑쇼 등을 번역해온 류재화가 번역의 실제를 해부한다. 벤야민의 번역자의 과제부터 앙투안 베르만의 번역과 폭력까지, 이론과 실제 사례를 넘나들며 읽기-번역하기-쓰기의 수행적 동시성을 체험한다.
■ 강의특징
이 강의는 번역 이론이 아니라 번역의 수행을 다룬다. 단어를 번역하라, 문법을 번역하라, 문형을 번역하라, 상징을 번역하라, 구조를 번역하라, 아우라를 번역하라. 6개의 명령형 제목이 번역가가 넘어야 할 6개의 산을 보여준다. 각 장에서 플로베르, 랭보, 프루스트, 루소, 카프카, 롤랑 바르트 같은 작가들의 실제 텍스트를 가져와 번역의 구체적 난제를 해부한다.
벤야민은 번역자의 과제에서 차이를 이용하는 동일성을 말했다. 직역인가 의역인가의 이분법을 넘어 축자역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줄리아 스미스의 성서 번역, 앙투안 베르만의 번역과 폭력, 롤랑 바르트의 스투디움과 풍크툼 개념을 경유하며 번역의 본질에 다가간다.
문법의 세부로 들어간다. 관사, 시제, 대명사, 타동사와 자동사, 전치사, 형용사의 순서, 명사구의 합성과 분해. 프랑스어 c'est와 il est의 차이, 단수와 복수의 뉘앙스, 개념어의 번역 문제까지. 이론이 아니라 실제 번역 과정에서 부딪히는 구체적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낸다.
■ 추천대상
번역가 지망생에게 필수적이다. 번역의 이론을 넘어 실제 텍스트와 씨름하는 구체적 방법론을 배운다. 키냐르, 레비스트로스, 블랑쇼를 번역한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프랑스 문학 전공자, 프랑스어 원서를 읽는 이들에게 언어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는 감각을 키워준다.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두 언어의 본질적 차이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글쓰기를 하는 이들에게 번역이 어떻게 나의 글쓰기를 도래하게 하는지 보여준다. 읽기-번역하기-쓰기가 동시적 행위임을 체험하며 자신의 문장을 단련하는 방법을 발견한다.
문학 연구자, 비평가들에게 텍스트를 깊이 읽는 방법을 제공한다. 번역은 가장 치밀한 텍스트 분석이다. 한 문장을 여러 층위로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문학의 본질에 다가간다.
■ 수강팁
1강에서 제시되는 열 가지 질문에 주목하자. 전달할 수 없는 것, 번역의 불가능성, 상관성, 합목적성, 모방과 친화와 유사, 스투디움과 풍크툼, 나쁜 번역, 주도권. 이 질문들이 8강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다.
2강에서 다루는 벤야민의 번역자의 과제는 번역 이론의 고전이다. 차이를 이용하는 동일성, 모국어의 고양, 축자역의 의미를 이해하면 번역의 철학적 차원이 열린다.
3강부터 8강까지는 단어-문법-문형-상징-구조-아우라 순서로 점점 추상적 차원으로 나아간다. 단어와 문법의 구체적 문제에서 시작해 결국 번역 불가능한 아우라를 어떻게 옮길 것인가의 문제에 도달한다. 이 상승 구조를 염두에 두고 들으면 번역의 본질이 입체적으로 이해된다.
강의에서 제시되는 실제 번역 사례들을 직접 번역해보며 들으면 학습 효과가 배가된다. 강사의 번역과 자신의 번역을 비교하며 차이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분석하자.
■ 수강후기에서
"번역이 단순히 단어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언어와 언어의 대결임을 깨달았습니다. 고통스럽지만 희열을 느낍니다."
"c'est와 il est의 차이 같은 미세한 문법 문제가 번역의 품질을 좌우한다는 걸 알았어요. 디테일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읽기-번역하기-쓰기가 동시적이라는 개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번역을 하면서 제 글쓰기가 변화하는 걸 체험했어요."
■ 마치며
번역은 언어라는 먹잇감과 대결하는 사냥꾼의 맹렬한 추격이다. 원작가의 문자와 몸을 체험하며 그것을 다른 언어로 재탄생시키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 류재화는 키냐르, 레비스트로스, 블랑쇼를 번역하며 쌓은 치열한 경험을 아낌없이 공유한다. 좋은 번역은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때로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원문을 고양시킨다. 헤라클레스의 과제처럼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 불가능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메타모르포즈를 경험한다. 번역이 나의 글쓰기를 도래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지금 이 순간 단어 하나, 문장 하나와 치열하게 대결하는 번역가의 길로 들어서자.
류재화(번역가, 고려대학교 불문학과 강사)